[TV리포트=김지현 기자]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이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승승장구 중이다. ‘드라마는 tvN’이라는 공식의 정점이 ’시그널‘을 통해 증명됐다는 말이 돌 정도다. 지상파를 위협했던 CJ E&M의 선전이 현실이 된 것이다.
전작 ‘응답하라 1988’(‘응팔’)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 ‘시그널은’ 5%(전국 유료가구 기준)대의 다소 낮은 시청률로 출발했다. 장르물에 대한 선입견이 시청자들을 이탈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탄탄한 시나리오와 영화와 같은 연출력, 정점을 보여 준 배우들의 연기로 무장한 ‘시그널’은 조금씩 시청률을 회복하기 시작했고 최근 10%대로 치솟으며 시청률을 2배 가까이 끌어 올렸다.
‘시그널’의 선전은 여러 의미를 지닌다. 한국에서 장르물은 대중적이지 않다는 편견을 깨줬고, 드라마 왕국이 지상파에서 tvN으로 옮겨졌음을 또 한번 일깨워줬다. ‘응팔’의 선전과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불변일 줄 알았던 ‘드라마=지상파’라는 공식이 깨지고 ‘tvN 드라마=웰메이드’라는 인식이 강하게 박히도록 한 것이다. 드라마 편성 주도권이 지상파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플랫폼 이동에 대한 방점을 ‘시그널’이 찍은 것이다. 캐스팅 영향력도 당연히 달라졌다.
이를 보는 지상파의 마음은 편하지 않다. SBS 지난해 ‘시그널’의 편성하려다 결국 포기한 바 있다. SBS는 ‘시그널’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와 오래 전 부터 일해 온 사이다. ‘싸인’, ‘유령’, ‘쓰리데이즈’ 등이 SBS에서 방영됐고,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싸인’과 ‘유령’이 방영된 2011~2012년은 지상파에서 장르물을 거의 볼 수 없던 때 였다. 당시 SBS는 ‘막장은 안하겠다’는 노선을 분명히 하던 때였고, 수년 간 이를 고집한 결과 3사 중 가장 높은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쓰리데이즈’의 경우 투입된 제작비에 비해 성적이 저조했다. 평타 정도일 뿐 소위 말하는 ‘대박’을 치지는 못한 것. ‘시그널’이 불발된 것은 전작의 성과가 미비했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많은 제작비가 소요되는 ‘시그널’을 부담스러워한 것. 기회를 엿보던 tvN은 냉큼 김은희 작가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지상파가 변화와 모험을 꺼려하는 사이 tvN은 드라마 왕국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시그널’의 김혜수 뿐 아니라 고현정, 전도연 등 톱배우들이 tvN과 일하길 원하고 있다. 한창 성장기이기 때문일 수 있지만, 웰메이드를 고집해 온 tvN의 전략이 변화를 원하는 시대의 요구와 통한 것만은 분명하다.
김지현 기자 mooa@tvreport.co.kr /사진=tvN,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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