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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폿@이슈] ‘시그널’, 망각의 사회에 던지는 질문

김지현 기자 조회수  

[TV리포트=김지현 기자] ‘시그널’은 끊임없이 질문한다. 내가 발딛고 사는 이 곳, 대한민국은 과연 어떤 나라일까 나는 어떤 사회에 살고 있는가.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극본 김은희, 연출 김원석)은 당신을 어디론가 데려간다. 그곳은 87년 10명의 희생자를 낳았던 화성 혹은 여고생의 꿈을 싣고 달리던 94년 성수대교 버스 안이다. 거기엔 끝까지 외면하고 싶던 진실들이 숨겨져 있다. 그리고 그 진실들은 말한다. 우리는 잊혔을 뿐, 사라진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는 박해영(이제훈)과 이재한(조진웅)의 미스테리 한 무전에서 시작된다. 이들의 우연한 대화를 통해 15년 전 발생한 초등학생 김윤정 사건은 공소시효를 3일 앞두고 실체를 드러낸다. 진실을 밝히려는 이들의 고군분투가 이어지지만, 공소시효는 더 이상 범인에게 죄를 묻지 말라고 한다. 결국 미제로 남은 이 사건은 ‘인간의 죄가 과연 시간으로 씻어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줬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7월 31일을 기점으로 살인사건에 한해서만 공소시효를 폐지키로 했다. 단 공포 기일 전에 공소시효가 만료된 사건은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미제로 남은 많은 사건들이 암흑 속에 묻히게 된 것이다. 극중 김윤정의 어머니처럼 미제 속 희생자들의 죽음은 유족 만의 아픔으로 남게 됐다.

두 번째 사건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경기남부살인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박해영과 이재한의 시간은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데 미제 사건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시각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박해영은 현재를 상징하는 인물이지만, 사건이 일어난 과거에서는 미래의 인물로 위치한다. 이재한은 다르다. 과거를 상징하지만 경기남부살인사건은 그에게 현재의 일이다. 또 범인에게 사랑하는 여인을 잃으면서 제3의 희생자가 되기도 한다.

문서로 사건을 검토하는 미래의 박해영과 사건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서 희생자의 처첨한 사체를 직접 목격하고, 유족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하는 이재한의 경험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의 고통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의 희생자들과 유족들의 고통을 생생히 체득하게 만든다. 10명의 희생자, 300명의 용의자, 180만 명의 경찰이 동원된 그 사건은 전 국민을 탐정으로 만든 ‘전설의 미제’가 아니라 현재에도 진행 중인 고통인 것이다. ‘시그널’ 속 대사처럼 그는 우리의 이웃으로 둔갑해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과거 일로 치부될 수 없다는 뜻일 게다.

세 번째 ‘대도 사건’은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치부를 건드린다.

김 작가는 12년 전 발생한 성수대교 붕괴를 모티브로 한 이 사건을 통해 한국 고위층들의 부정부패를 고발한다. 부유층 자녀들의 도덕적 해이를 상징하는 한세규(이동하)는 영화 ‘베테랑’의 조태오(유아인)와 닮아있지만, ‘시그널’이 실제 사건이 함축하고 있는 메시지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이야기는 더욱 섬뜩하게 다가온다. 한국 사회 꼭대기에 위치하며 우리의 공공성을 위협하는 실제 하는 적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시그널’을 보는 시청자의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한 이유이기도 하다. 성수대교는 다시 세워졌지만, 여전히 메워지지 않은 진실과 숙제들이 남아있다. 세월 속에 잊히고, 침묵의 카르텔 속에 외면당하고 있는 그 일들이 ‘시그널’에서는 수면 위로 선명히 떠올라 우리를 괴롭힌다.

또 최근 ‘시그널’은 신정동 엽기토끼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홍원동 연쇄살인 사건을 다루며 죽은 희생자들 뿐 아니라, 사건의 현장에서 살아 남은 생존자들의 트라우마가 얼마나 힘들고 무서운 것인지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시그널’은 숨겨진 치부를 파헤친다. 수면 깊은 곳으로 가라 앉은 그 사건들을 통해.

김지현 기자 mooa@tvreport.co.kr /사진=tvN ‘시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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