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지현 기자] 유재석의 자기관리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시청률이 떨어지면 녹화가 끝나도 비상 회의를 하고, 모처럼 쉬는 날이면 피트니스 센터에 들러 몇 시간씩 운동을 하곤 한다. 그가 유독 운동을 좋아해서가 아니다. 바쁜 스케줄과 고된 녹화를 견디기 위해서는 체력 관리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만인이 인정하는 1인자, 유재석이 쓴 왕관은 무겁다. 아픈 동료를 챙기고, 뒤처진 후배를 이끄는 등 리더로서의 책임감도 막중하다. 막내 스태프까지 챙기는 그다. 힘들 법도 하지만 유재석은 지칠 줄 모른다. 왕관의 무게를 견디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일과 대한 애정, 시청자에게 보답해야 한다는 책임감이다.
때문에 동료들은 그런 유재석을 걱정하기도 한다. 대중이 그를 조금의 결점도 없는 완벽한 사람으로 여기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빈틈은 있는 법인데 유재석에게 지나치게 도덕성을 요구한다는 것. 걱정스러운 마음에 그에게 “쉬어가도 괜찮다”고 조언하면 정작 유재석은 “괜찮다”고 답한다고 한다.
결국 주변의 우려일 뿐이다. 유재석은 과거에 그런 것처럼 현재에도 ‘어떻게 웃길 것인가, 어떻게 시청률을 지킬 것인가’를 연구하고 고민할 뿐이다.
최근 방송에서 유재석은 멘토로 나선 혜님 스님에게 ‘항상 뭘 하면 재밌을까’를 고민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유재석은 “저희들은 매주 성적표가 나온다. 시청률은 신경 쓰지 말고, 재밌게 하면 된다고 하는데 현실은 다르다. 저는 동료들하고 오래오래 일하고 싶다. 그런 책임감을 안 가질 수가 없다”고 말했다.
왕관의 무게에 대한 부담과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감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힘들어하는 동료들을 보며 힘내라는 말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이 유독 힘들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자신뿐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그에게서 진정한 리더의 덕목을 엿볼 수 있었다.
유재석이 이토록 강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이날 방송에서 그는 한 배우 지망생의 멘토로 나섰다. 이 과정에서 제작진은 유재석의 16년 전 무명 시절을 공개했다. 당시는 유재석이 데뷔한지 10년째 되던 날이었고, 그가 받은 트로피는 단 1개 뿐이었다고 한다. 그는 데뷔 후 처음 받은 상을 품에 안으며 뭉클해 했다.
16년 전 유재석의 심경에서 현재의 그를 읽을 수 있었다.
“1991년 데뷔하고 10년 방송 생활을 하다 받은 첫 상이다. 처음으로 개그맨으로서 유재석이란 이름 세자를 알리게 됐다. 솔직히 중간에 정말 포기하고 싶은 적도 있었다. 주변에서 너는 연예인인데 왜 TV에 안 나오냐 할 때가 힘들었다. 물론 농담으로 했겠지만 저에게는 깊은 상처였다. 뜨고 나서 변하는 이들도 있지만, 저는 항상 겸손하고 성실한 모습 보여드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
1인자가 된 후에도 유재석은 변함없이 그 약속을 지키고 있는 중이다. 그는 쉽게 국민 MC 타이틀을 거머 쥐지 않았다. 그에게 무명 시절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과도 같았을 것이다. 그래서 악착같이 매일을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 온 유재석에게 한 번은 쉬어가도 괜찮다고, 내려놔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으니까.
김지현 기자 mooa@tvreport.co.kr /사진=MBC ‘무한도전’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