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이병헌이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 섰다. 한국인으로는 최초다.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지난 28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LA 코닥극장에서 크리스 록의 사회로 열렸다. 이병헌은 국내에서는 드라마 ‘모던 패밀리’로 유명한 콜롬비아 출신 소피아 베르가라와 함께 외국어 영화상 시상자로 무대에 올랐다.
말끔한 턱시도 차림으로 무대에 오른 이병헌은 긴장한 기색 없이, 특유의 중저음으로 안정적인 영어실력을 선보였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등장한 국내배우의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자랑스러운 순간이었다.
이병헌에게 지난 1년여의 시간은 지옥 그 자체였다. 충무로를 넘어 할리우드까지 그 영향력을 뻗어나가던 그에게 하루아침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아니, 피해자는 이병헌이었으니 날벼락은 정확한 표현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어찌됐든, 50억 원 협박사건은 배우로서도, 자연인 이병헌으로서도 인생 최대의 위기였다.
이는 곧 흥행참패로 이어졌다. 개봉을 차일피일 미루다 지난해 7월 가까스로 개봉한 영화 ‘협녀, 칼의 기억’은 전국관객 43만 명을 모으는 데 그쳤고, 할리우드 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320만 명에 만족해야 했다. 이병헌의 연기에 대한 이견은 없었으나, 작품의 완성도와 배우에 대한 대중의 싸늘한 시선이 문제였다.
하지만 영화 ‘내부자들’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내부자들’로 7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친구’에 이어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흥행 2위에 등극했고, 감독판인 ‘내부자들:디 오리지널’도 200만 명을 끌어모으며 ‘내부자들’ 신드롬을 일으켰다. 배우로서 여전한 상품가치를 증명한 것.
이러한 이병헌의 커리어는 아카데미 시상식을 통해 그 정점을 찍었다. 그간 이병헌은 할리우드 영화 ‘지.아이.조-전쟁의 서막’, ‘지.아이.조2’, ‘레드:더 레전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미스 컨덕트’, ‘황야의 7인’에 출연하며 할리우드에서 입지를 다졌다. 세계인이 지켜보는 시상식 무대에 서는 것은 티켓값을 지불한 관객들에게만 얼굴을 알리는 것과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바닥을 치고 또 다른 전성기를 맞이한 이병헌. 아카데미 시상식에 선 그의 모습은 두고두고 ‘인생 장면’으로 기억될 터. 그가 힘들게 되찾은 지금의 커리어를 흔들림 없이 지켜나가길 바라 본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BH엔터테인먼트, 아카데미 시상식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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