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예나 기자] 2002년 1월 대한민국 국적을 자진해서 버렸던 유승준, 14년을 꼬박 미국인 스티브유로 살았다. 중국과 미국을 오가며 연예활동도 왕성하게 했다. 한국에 대한 미련은 보이지 않았다. 그랬던 유승준이 돌연 한국 땅을 밟겠다고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미국인 스티브유는 대한민국과 무슨 인연이 남은 것일까.
지난 4일 오후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김용철 부장판사) 심리로 유승준(스티브 유)의 국내 비자발급 소송 첫 재판이 열렸다. 유승준은 자신의 비자 신청을 거부한 로스앤젤레스(LA)총영사 측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곧 대한민국이 자신에게 내린 입국 금지 철회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법무법인 세종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한 유승준은 이들에게 자신의 뜻을 전했다. 소송을 통해서라도 한국에 입국하겠다는 강한 의지였다. 2002년 2월 이후 입국 금지된 유승준을 대신해 아버지가 증인으로 참석했다.
미국 영주권자 유승준은 1997년 대한민국 가수로 데뷔했다. 활동 중 유승준은 병무청 신체검사에서 4급(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았다. 군 입대를 계획한 유승준은 2002년 1월 미국을 찾아 한국 국적을 직접 포기했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며 대한민국 병역의무를 면제받았다. 이 때가 유승준의 군 입대까지 3개월 남은 시점이었다.
유승준은 당시 상황에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 채 한국 입국을 시도했다. 하지만 공항에서 유승준은 입국을 제지당했다. 국적을 버린 유승준에게 병무청은 입국 제한 조치를 요구했고, 법무부는 이를 수락했다. 유승준의 미국 시민권 획득은 병역기피 목적이라는 게 병무청의 해석이었다.
하지만 유승준은 첫 재판에서 2002년 1월 미국 시민권 획득을 두고 “과거 현명하지 않은 선택을 했을 수 있다. 하지만 병역기피를 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유승준은 이미 미국 영주권자였고, 가족 모두 미국에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병역기피자라고 몰아갈 수 없다는 주장이다. 또 입대 3개월을 앞두고 미국 시민권 획득한 정황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유승준 측 대리인은 “유승준은 일본 공연 후 가족을 만나러 미국을 찾았다. 유승준은 가족의 설득에 결국 시민권을 택했다. 유승준은 군대에 가겠다는 마음이 있었지만, 갈팡질팡하다가 결론을 내렸다. 의도적으로 기피를 계획한 게 아니다”고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내놓았다.
이에 LA 총영사 측은 “유승준은 당시 군 입대를 피하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하지만 현재 필요에 따라 변명을 하고 있다. 유승준은 비자발급 거부 대상으로 ‘국익을 해할 우려가 있는 외국인’에 해당한다”고 유승준 측의 변론을 반박했다.
법무부는 2002년 2월부터 유승준에게 입국 거부 조치를 내린 후 현재까지 유효 상태다. 그렇게 돌아간 유승준은 14년 동안 미국인으로 살았다. 미국에 거주하며 결혼을 했고, 두 아들을 출산했다. 중국에서 배우로 연예 활동을 지속했다.
그러던 중 2015년 5월 돌연 대한민국에 용서를 구했다. 동시에 대한민국 입국 허가를 요청했다. 유승준은 무릎을 꿇고 오열하며 감정에 호소했다. 그러나 병무청과 법무부는 완강했다. 게다가 여론은 14년 전과 비교해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악화된 분위기였다. 유승준이 한국 국적을 회복하려는 의도가 불순하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유승준은 2015년 9월 LA 총영사관에 재외동포 비자(F-4)를 신청했다. 무조건 입국을 강행하겠다는 의지였다. LA 총영사관이 비자 발급을 거부하자, 유승준은 돌변했다. 그해 11월 대한민국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입국 금지는 유승준의 권리 침해라는 것.
첫 재판에서도 유승준 측의 변호인은 “14년 간 입국금지를 당했다. 정부가 비자발급 거부 이유로 ‘공익’ 충분히 달성됐다고 생각한다. 유승준에게 입국비자를 줘야 한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이에 LA 총영사 측 변호인은 “비자는 주권의 영역이다. 한국 국적을 포기한 자가 ‘이 나라에 들어가겠다’고 입국비자 재판을 거는 사례는 다른 나라에도 없다”고 맞섰다.
유승준은 2015년 5월 대한민국에 용서를 구한 지 10개월 만에 법을 통해 권리를 되찾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유승준은 첫 재판에서 미국 시민권 획득과 병역 기피에 대해 해명했다. 우선 본인 의지가 아닌 가족의 설득으로 시민권을 받았다. 군대에 가겠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유승준은 갈팡질팡했다. 의도적으로 기피를 계획하지 않았지만, 결국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는 선택을 했다.
유승준은 그 선택이 “현명하지 않을 수 있다”는 애매한 논리를 내놓았다. 이건 반성도 후회도 아니었다. 일종의 회상 정도에 그쳤다. 유승준에게 대한민국 국적을 버린 건 그저 “현명하지 않을 수 있는 선택”이었다. 자신의 선택으로 14년을 힘들게 지냈다는 유승준. 이번 선택은 훨씬 더 현명해보이지 않다는 걸 유승준은 모르는 걸까.
김예나 기자 yeah@tvreport.co.kr /사진=유승준 웨이보,아프리카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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