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지현 기자] 처음으로 배우 김혜수가 보이지 않는다.
오해하지 마시라. 이건 극찬이다. 오직 그녀의 연기와 캐릭터만 보인다. 자신을 온전히 버리고 인물에 몰입한 것이 보인다. 힘과 카리스마를 덜어내고 생활형 연기에 안착했다. 과거와 현재를 연기할 때는 1인 2역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시그널’ 김혜수는 그렇게 완벽히 ‘형사 차수현’이 됐다.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극본 김은희, 연출 김원석)이 오는 12일 16회를 끝으로 마무리된다. 이미 죽음이 예고된 이재한(조진웅)을 살려달라는 시청자들의 염원이 그칠 줄 모르고 있다. 더불어 차수현(김혜수)과 이재한의 러브라인이 성사되길 바라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그만큼 캐릭터를 향한 관심이 뜨거운 상황.
김혜수는 ‘카리스마’, ‘당당’이라는 타이틀이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던 배우다. 모두 걸크러쉬 영역 안에 있는 단어들. 때문일까. 그녀는 어떤 역을 맡아도 배우의 색이 짙게 드러나는 편이었다. 물론 이 역시 김혜수의 강점이다. 캐릭터의 색보다는 배우의 개성이 더 많이 드러나는 연기자 중 하나였다는 뜻이다.
그러나 ‘시그널’에서는 다르다. 배우 보다는 캐릭터가 더 많이 보인다. 이 드라마는 시공간을 초월한 무전기로 미제 사건을 해결한다는 판타지적 설정으로 출발하지만, 각각의 사건들이 현 사회의 주소를 함축하는 상징성이 있어 리얼한 메시지를 내포한다. 미제 사건을 둘러싼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아픔,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들의 생활이 현실과 비슷한 온기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김혜수는 정확히 그걸 포착했다. 차수현은 미제 사건 전담반을 리드하는 팀장이다. 일반적으로 여형사를 연기하는 여배우들의 연기는 여성성을 포기한, 터프한 여자의 범주에서 벗어나질 못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김혜수는 차수현을 어딘가에 있을 법한 여경찰들처럼 표현하며 생활형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과거와 현재를 판이하게 연기하는 치밀한 계산이다. 과거와 현재의 차수현이 표정부터 다르다는 걸 이미 눈치챈 시청자들이 많을 것이다. 김혜수가 과거의 차수현을 연기할 때면 젊어진 것 같은 착시 효과마저 일으킨다. 단순히 헤어와 옷을 바꾼다고 차이를 표현할 수는 없는 법. 김혜수의 치밀한 연기 덕에 시간을 오가는 인물의 차별성이 극대화될 수 있었다.
김은희 작가 역시 김혜수의 그런 연기를 극찬했다.
김 작가는 최근 TV리포트와의 인터뷰에서 “차수현이 구급차 안에서 이재한에게 ‘죽지 말라’며 고백하는 장면이 있는데 김혜수의 연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카메라에 어떻게 보여 질까 생각하지 않고 마냥 순수하게 우는 모습이 정말 젊고 순수한 차수현 같았다. 김혜수가 유독 더 예뻐 보이더라”고 밝혔다.
김혜수는 성숙된 연기로 수작이라고 평가받은 ‘시그널’에 힘을 실어 줬다. 특히 종영에서는 차수현의 활약이 예고된 상황. 그토록 염원하던 이재한 선배를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혜수가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가 모아진다.
김지현 기자 mooa@tvreport.co.kr /사진=tvN ‘시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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