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지현 기자] MBC 새 드라마 ‘옥중화’의 이병훈 감독이 고수, 진세연 등 주연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병훈 감독은 “드라마는 재미가 최우선시 되어야 하지만 사극의 경우 교육적인 의미가 플러스되어야 한다는 것이 내 드라마관”이라면서 ‘사극 거장’으로서의 남다른 사명감을 드러냈다. 이병훈 감독은 ‘옥중화’를 통해 그 동안 다뤄지지 않았던 ‘전옥서’, ‘외지부’ 등의 소재들을 선보일 예정.
이에 대해 이병훈 감독은 “일종의 변호사 제도인 ’외지부’는 당시 전세계에서 우리나라밖에 없었던 훌륭한 인권 제도다.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시청자들에게 알리고자 한다”며 포부를 밝혔다.
또한 이병훈 감독은 배우들의 캐스팅 비화를 털어놓아 눈길을 끌었다. 이병훈 감독은 진세연에 대해 “2009년 ‘동이’의 주인공인 한효주에게서 느꼈던 것을 6년만에 진세연에게서 발견했다. 두 사람 모두 작품 당시 나이가 23살이었는데 어른스럽고, 가치관이 뚜렷한 부분이 매우 닮았다. 그래서 진세연을 캐스팅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특별한 인연을 고백했다.
이어 고수에 대해서는 “윤태원 역에는 처음부터 고수를 생각했다”면서 “극중 고수를 유들유들하고 장난스러운 캐릭터로 그리려고 한다. 고수에게서도 개구쟁이가 나오더라”고 밝혀 고수의 이미지 변신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Q. 이전 작품과 ‘옥중화’의 다른 점에 대해서
소재를 정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7-8개월 걸렸는데 최완규 작가와 같이 정했다. 사람마다 보는 관점이 다르겠지만 드라마는 첫 번째가 재미라고 생각한다.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드라마가 가진 영향력이다. 사극은 시청자들이 실제적으로 믿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부분 때문에 재미를 추구하면서도 유익함이 포함되어야 한다. 특히 사극은 역사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교육적인 의미가 플러스된다. 다시 말해 드라마로 만들었을 때 재미가 있는 것이냐, 시청자가 6개월을 시청할 가치가 있는 것이냐, 그리고 역사적인 의미가 하나 더 플러스된다.
지금까지 이런 가치관을 가지고 드라마를 계속 만들었는데 이것만 가지고는 안되더라. 이전과는 다른 것이 필요하다. 많이 했기 때문에(웃음)
이전에는 실존 인물을 소개했다면 이번에는 실제 역사에 존재했던 기관과 제도를 소개한다. 바로, ‘전옥서’, ‘외지부’다. 특히 ‘외지부’는 당시 전세계에서 우리나라밖에 없었던 훌륭한 인권 제도다. 500년-600년 전에 변호사제도가 있다는 것이 놀랍지 않은가. 그래서 우리 문화의 큰 장점, 전 세계에 자랑할 만한 문화적인 우수성, 제도의 우수성, 절대 군주가 아닌 백성을 사랑하는 왕조시대 군주의 모습을 그려내고자 한다.
Q. 진세연 캐스팅 이유
진세연의 장점은 총명해 보인다는 거다. ‘옥녀’는 감옥에서 태어나 감옥에서 자란 아이다. 감옥에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옥서의 꽃’으로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똘똘하고 총명해야 한다. 또 내가 여배우를 캐스팅할 때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선해 보이고, 예쁘고, 총명해 보이고, 밝아야 한다. 그리고 미니시리즈 몇 개의 주인공을 한 연기력도 있어야 한다. 진세연은 실제로 보니 웃음이 많고 굉장히 밝더라. 진세연과 톡으로 대화도 나누는데 ‘으하하’, ‘오옷’ 등 감탄사도 아주 재미있게 쓴다(웃음). 진세연에게 현장의 해피 바이러스가 돼달라고 부탁했다.
Q. 진세연 캐스팅 비하인드
진세연을 처음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굉장히 쾌활하고, 드라마에 대한 가치관이 아주 뚜렷하더라. 연기에 대한 열정도 매우 훌륭했다. 또 진세연이 23살이다. 내가 ‘동이’를 할 때 주인공인 한효주가 23살이었다. 23살이라는 나이는 굉장히 어리기도, 굉장히 어른스럽기도 한 진폭이 큰 나이다. 2009년 당시 한효주를 보고 ‘23살인데 어른스럽고 똑똑하고 자기 의견과 가치관이 뚜렷하구나’라고 느꼈었는데 같은 느낌을 6년만에 진세연에게 또 받았다. 그래서 ‘옥중화’에 진세연을 캐스팅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Q. 고수 캐스팅
윤태원 역에는 처음부터 고수를 생각했다. 고수는 예전부터 함께 드라마를 하려고 했었는데 사정상 2번이나 못했었다. 그래서 마음의 빚이 있었는데 이번에 함께 할 수 있게 돼서 좋다. 사실 윤태원 캐릭터를 유들유들하고 장난스러운 캐릭터로 그리려고 한다. 그런데 고수는 특유의 우수에 찬 분위기가 있지 않나. 그래서 연습을 할 때 고수에게 최대한 개구지게 연기 해달라고 요청했다. 계속 연습하니까 고수도 개구쟁이가 되더라. 그리고 현장에서 스태프들이 고수를 보고 ‘캐리비안의 해적’의 조니뎁 같다더라. 성공했다.
Q. 대본 리딩에 대하여
대본리딩은 정말 중요하다. 대본리딩은 연기 앙상블, 극중 상황에 대한 연기자의 충분한 이해, 그리고 배우가 과연 작품에 맞는 연기를 하고 있는가를 점검하는 자리다. 또한 사극의 경우, 대본리딩을 통해 대본 속 상황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인 배경을 알아야 된다. 먼저 역사적인 배경을 모르면 연기가 리얼하게 안 나온다. 그래서 매번 첫 번째 대본리딩 때는 내가 역사 선생님이 돼서 배우들에게 배경이 되는 시대와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 알려준다. 사실 가끔 반성을 하기도 한다. 배우들이 지겨워도 지겹다는 말을 못하지 않나.
또 배우들이 대본에 대한 이해를 서로 공유하고 있어야 한다. 대본리딩을 안 하면 배우가 자기 나름대로 연기 플랜을 세워서 현장에 온다. 그러다가 현장에서 연기에 대해 지적을 받으면 혼란스러워진다. 그리고 배우들이 각자 연기 플랜을 짜오면 현장에서 앙상블도 이뤄지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배우들이 연기의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 잘됐는지를 알아야 한다. 대본리딩 때 한 사람이 디렉션을 받으면 함께 있는 사람들 모두가 그 내용을 공유한다. 연출자의 의도를 모든 배우가 공유하고, 그 씬과 관련된 모든 배우가 그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대본리딩을 하지 않으면 방송이 나갈 때 대본과 방송이 달라지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대본리딩은 반드시 한다. 시간이 없으면 현장에서라도 한다. 어떤 때는 민속촌 밥집에서 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지방 식당에서 할 때도 있다.
Q. 대본리딩 중 열정적 디렉션
배우 한 명이 연기를 잘못하면 드라마가 망한다. 심지어 단역이 연기를 못해도 드라마가 망한다. 그래서 연기를 못하면 연습할 때 이를 교정을 해야 한다. 연출자는 무한 책임이다. 작품이 재미없는 것도 연출 책임이고, 작품이 제작비를 오버해서 적자가 나게 하는 것도 연출 책임이다. 그리고 배우들이 연기 지적을 받는 것도 연출자의 책임이다. 따라서 연기자들이 잘못한 부분을 바로잡아 주지 않으면 안 된다. 테크닉적인 부분이 아닌 연기의 방향성을 잡아준다는 의미다. 연습 때 연기 지도를 하다가 보면 어느새 내가 연기를 하고 있는 걸 깨닫는다. 전광렬은 내가 연기를 하면 웃는다. 항상 봤던 모습이라 웃긴다더라(웃음). 전광렬이 말하기를 내가 연기를 잘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방향은 맞다더라. 내 연기를 보면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할 지 생각이 딱 난단다.
Q. 대본 리딩 에피소드
옥중화 첫 대본 리딩 때 진세연씨가 바로 내 옆에 앉았었다. 한참 열심히 디렉션을 하다 보니 내 침이 진세연씨 쪽으로 막 날라가더라. 그래서 끝나고 ‘침 튀겨서 미안하다’고 문자를 보냈다. 그랬더니 진세연이 ‘세상에 침 안 튀기는 사람이 어디있냐’며 예쁘게 답장을 해줬다. 고마웠다. 내가 연기를 하다 보면 흥분이 많이 된다(웃음).
Q. 거장의 부담감
근사한 걸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항상 있다.
나는 재미있다고 생각하는데 시청자들은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그럴 때면 연출자로서 좌절감이 든다. 반면 나는 걱정되는 장면, 서울 시내가 정전이 돼서 사람들이 다 못 봤으면 좋겠다 싶은 장면들도 시청자들은 재미있다고 좋아하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시청자들과 밸런스가 안 맞을 때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
그래서 드라마 처음 시작할 때, 시청자들이 재미있게 봐줘야 할 텐데 하는 생각에 너무 두렵다. 그리고 요새는 드라마 시청률이 너무 안 나오지 않나. 5프로 이하 시청률도 많고, 내 작품이 그렇게 되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이병훈이 감각도 떨어지고, 실력도 떨어지고, 연출력도 떨어졌구나’라는 이야기가 나올까 봐 두렵다. 또 내 드라마만 잘 만든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운도 필요하다. 상대 드라마가 아주 근사한 드라마가 나오면 괜찮은 드라마들도 밀려서 손해를 보는 경우도 많다. 국내외적으로 핫이슈가 발생하면 드라마를 사람들이 안 본다. 그래서 이런 드라마 외적인 부분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드라마를 새로 맡는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 이 100키로짜리 부담감을 늘 등에다 지고 늘 달리는 것이다. 이 과정 중에서 가장 큰 고비가 첫 촬영이다. 고민이 많다. 시청자들에게 ‘저 사람은 나이를 먹어도 화면은 반짝 반짝하네’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Q. 전광렬과 의리
전광렬이 특별 출연하는 박태수 역할은 분량은 적고 고생은 무지막지하게 하는 역할이다(웃음). 그렇지만 박태수 역할에는 전광렬이 딱이다. 다른 사람은 생각해 본 적도 없다. 박태수라는 인물은 감옥에서 20년을 살았기 때문에 한이 엄청 맺힌 사람이다. 그래서 상처를 겉으로 들어내지는 않지만 눈빛에서 퍼져 나와야 하는 굉장한 내면연기가 필요하다. 동시에 극중 체탐인(첩보원)으로 나오기 때문에 강인하고도 똑똑한, 뛰어난 느낌이 필요했다. 끝으로 러브스토리의 가능성이 있어야 했다. 50대의 러브스토리는 잘못 그리면 칙칙해 보일 수 있지 않나. 대본리딩 때 보니까 김미숙과 전광렬 둘이서 러브스토리가 되더라.
Q. 옥중화가 어떤 드라마로 기억되기 원하나
(긴 침묵) 한 마디로 정리하기는 힘든 것 같다. 시청자들이 근래 우리나라 사극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드라마라고 느끼는 동시에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과 재미 속에서 드라마를 시청했으면 한다. 또한 우리 선조들이 전세계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훌륭한 문화 유산을 가지고 있었구나 하는 것이 드라마를 통해서 전달이 되면 나는 최고의 값어치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옥중화’를 재미있게 보고, 유익하게 보고, 그 속에서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랑스러움을 느꼈다면 나는 100퍼센트 만족한, 성공한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김지현 기자 mooa@tvreport.co.kr /사진=이병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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