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지현 기자] 혜리에게서 황정음의 과거가 보인다. 걸그룹 활동 시절 특별한 존재감이 없이 움츠리고 있다가 예능으로 주목을 받고, 숨겨둔 연기력을 펼쳐 스타덤에 오르기까지, 9살 나이 차가 나는 이들은 서로 닮아있다.
바야흐로 황정음 전성시대다. 현존하는 한국의 로맨틱 코미디 시놉시스 중 그녀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게 없을 정도로 명실상부한 ‘로코퀸’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쉽게 얻어진 자리가 아니다. 2002년 걸그룹 슈가로 데뷔한 황정음은 다른 멤버들에 비해 입지가 좁은 편이었다.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한 건 2009년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하면서다. 당시 황정음은 철없는 캐릭터로 등장했는데, 그때 공개된 통장 잔고의 액수가 487원뿐이었던 건 유명한 일화.
이 이미지 덕에 황정음은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 캐스팅될 수 있었고, 철부지 대학생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줘 화제를 모았다. 이후 황정음은 쉬지 않고 연기 커리어를 쌓아갔다. 그러나 걸그룹 출신이라는 편견 탓인지 연기력 논란이 뒤따르곤 했다. 황정음이 배우로서 재조명된 건 KBS ‘비밀’을 통해서다. 아이를 잃은 절절한 모성애를 눈물로 소화하면서 진짜 ‘배우’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후 MBC ‘킬미, 힐미’, ‘그녀는 예뻤다’ 등을 흥행 반열에 올린 황정음은 내로라하는 편성 0순위 배우가 되며 인기에 점정을 찍었다.
혜리는 황정음의 축소판이다. 황정음이 15년에 걸쳐 이룬 성과를 혜리는 단 6년 만에 이뤄냈다. 2010년 걸스데이가 데뷔했을 당시, 혜리는 타 멤버들에 비해 눈에 띄지 않았다. 과거의 황정음고 마찬가지로 활동의 폭이 좁았던 편.
그러나 2014년 MBC ‘진짜사나이’ 여군특집에 출연하면서 그녀의 인생은 완벽히 달라지게 된다. 당시 선임에게 보여준 우연한 애교로 ‘국민 여동생’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 것이다. 혜리는 이후 처음으로 단독 CF를 촬영하며 걸스데이 멤버 중에서도 제일 잘나가는 인물이 됐다. ‘진짜사나이’ PD가 혜리의 애교를 ‘아무에게나 오지 않는 신이 준 행운’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인기 덕에 혜리는 SBS ‘하이드, 지킬 나’에 캐스팅됐다. 그러나 연기력 논란이 뒤따랐다. 황정음이 연기에 도전했을 당시 논란에 시달렸던 풍경과 비슷하다. 그런 혜리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온다. tvN ‘응답하라 1988’이라는 운명의 작품을 만나게 된 것이다.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린 이 드라마 덕에 혜리는 연기자의 입지를 확실히 구축했고, 현재 다양한 시나리오가 쏟아지고 있다. 차기작은 지성이 먼저 합류를 결정한 SBS 수목드라마 ‘딴따라’로 선택했다.
이처럼 혜리와 황정음은 데칼코마니처럼 닮아있다. 밝은 캐릭터를 지닌 혜리이기에 더욱 ‘로코퀸’ 황정음의 모습과 오버랩 된다.
김지현 기자 mooa@tvreport.co.kr /사진=TV리포트 DB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