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손효정 기자] 배우 진구가 KBS2 ‘태양의 후예’로 전성기를 누리기까지, 1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진구는 ‘흥행과는 거리가 먼 배우’라는 혹평 속에 묵묵하게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그러한 눈물과 노력의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 광명의 시간을 만날 수 있었을 것. 오래 걸렸지만, 그래서 더 오래 갈 배우 진구의 지난 시간들을 되짚어봤다.
◆ ‘리틀 이병헌’ 꼬리표 떼기
2003년에 방송된 SBS 드라마 ‘올인’에 나온 이병헌 아역을 기억하는가.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인데, 그을린 피부며 낮은 목소리가 이병헌과 너무나도 흡사했다. 그가 바로 진구다.
‘리틀 이병헌’이라는 별명을 받은 진구는 ‘올인’의 이미지 때문인지 그에게는 센 캐릭터만 들어왔다. ‘달콤한 인생'(2005), ‘비열한 거리'(2006) 등에서 진구는 건달을 연기했다.
이미지 변신을 위해 다양한 캐릭터도 소화했다. ‘리틀 이병헌’ 꼬리표를 떼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사랑 따윈 필요없어'(2006), ‘초감각 커플'(2008)에서는 코믹 멜로에 도전했다. 주연작 ‘기담'(2007)에서는 소심한 의대 실습생 역을, ‘트럭'(2007)에서는 잔인한 살인마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이 작품들은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
◆ ‘마더’로 충무로 우뚝
진구의 절치부심은 2009년이 돼서야 마침내 통했다. 봉준호 감독의 작품이자 원빈과 김혜자가 출연해 화제를 모은 영화 ‘마더’. 이 영화의 최대 수혜자는 진구였다. 진구는 극 중 원빈의 친구인 진태 역을 맡았다. 양아치이지만, 친구를 도와주는 의리파 캐릭터로 대중의 호감을 얻었다. 그해 각종 영화제에서 남우 조연상을 모두 휩쓸었다.
◆ ‘군복’ 입으면 뜨는 남자
진구의 봄날은 영화 속에서 ‘군복’을 입으면서 시작됐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26년'(2012). 5·18 광주 민주화 운동 희생자 2세로 출연한 진구는 상남자 매력을 폭발시켰다.
진구는 영화 ‘연평해전'(2015)에 출연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일어난 연평해전을 실화로 한 영화로, 진구는 참수리 357호 조타장 고(故) 한상국 하사 역을 맡았다. 군인들의 뜨거운 전우애가 감동을 안겼다.
군복을 입고 멋있는 캐릭터를 만난 진구는 마침내 필모그래피에 흥행작을 추가할 수 있게 됐다. ’26년’은 296만의 관객을 동원했고, ‘연평해전’은 600만 관객을 기록했다.
군복 입을 때 섹시한 남자 진구의 잭팟은 KBS2 ‘태양의 후예’에서 터졌다. 그가 극 중 맡은 역할은 서대영 상사로 상남자 끝판왕이었다. 중위 윤명주(김지원)를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그녀를 위해 자신의 마음을 숨기며, 애절한 로맨스를 펼쳤다. 강직하고 나만 바라봐줄 것 같은 남자 서대영은 누가 봐도 멋진 캐릭터였다.
진구는 현재 차기작 ‘원라인’ 촬영에 한창이다. ‘작업 대출’을 배경으로 한 범죄 오락 영화로 진구 외에 임시완, 이동휘 등이 출연한다. ‘태양의 후예’로 후광을 얻은 진구는 앞으로 어떤 모습을 더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손효정 기자 shj2012@tvreport.co.kr/ 사진=TV리포트 DB, 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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