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이우인 기자] 배우 박신양의 눈부신 활약으로 ‘박신양 드라마’에 지나지 않았던 KBS2 ‘동네변호사 조들호’가 좋은 변화를 맞이했다. 스토리는 탄탄해지고, 주변 인물들도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드라마 전체가 생동감 있게 살아났다. 방송 전 휘말렸던 표절 논란도 시청자들의 뇌리에서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검사 출신인 조들호가 동네변호사가 되어 약자들의 편에 서서 사건을 해결하는 스토리.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는 점만으로도 관심을 모았다. 여기에 ‘믿고 보는 배우’ 박신양이 조들호 역할을 맡으면서 기대감은 극대화됐다. ‘제빵왕 김탁구’ ‘힐러’를 연출, KBS 내에서 스타 PD로 인정받은 이정섭이 메가폰을 잡으며 드라마의 성공이 예견됐다.
다만 SBS ‘육룡이 나르샤’ 후속인 대작 사극 ‘대박’과 ‘자이언트’ ‘돈의 화신’ 등을 집필하며 블록버스터급 드라마 집필에 일가견이 있는 장영철 작가가 극본을 쓴 MBC ‘몬스터’와의 대결은 만만해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캐스팅 이후의 단계에서 불거진 표절 논란은 ‘동네변호사 조들호’에 한 차례 위기를 안기기도 했다.
그러나 박신양은 위기도 기회로 만드는 배우였다. 조들호로 빙의해 시청자들을 전율하게 했다. ‘대박’ ‘몬스터’와의 첫 주 대결에서 2위에 그쳤던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박신양의 연기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3회부터 9일 방송된 13회까지 11회 연속 시청률 1위를 수성 중이다.
극 초·중반 박신양밖에 보이지 않던 드라마도 점차 스토리와 주변 인물도 보듬게 됐다. 박신양과 만나는 인물, 박신양이 이끌어가는 스토리가 모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박신양은 극 초반에 비해 힘을 뺐지만, 스토리와 주변 인물과의 어울림은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중이다. 박신양 연기의 강약 조절이 절묘하게 들어맞은 셈이다.
9일 방송은 살인 용의자가 된 조들호가 검찰에서 풀려나기 위해 주변 인물들이 44시간 동안 증거를 찾는 장면을 중점적으로 그렸다. 박신양은 대부분 책상에 앉아서 힌트를 주거나 지시를 하는 연기를 펼쳤고, 움직이는 건 주변 인물들의 몫이었다. 박신양이 몸을 던지는 장면은 없지만, 주변 인물들에 자연스럽게 녹으며 마치 함께 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만들어냈다.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시작은 박신양 드라마였지만, 중반부부터는 박신양에게 의존하는 스토리에서도 탈피, 그 효과가 시청자의 호평으로 나타나고 있다. ‘동네변호사 조들호’가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앞으로 남은 7회 분량에서 이 같은 현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되 모든 배우가 캐릭터적으로 만족할 만한 스토리 안배가 이뤄져야 한다. ‘연기 신’ 박신양의 존재감이 본격적으로 빛나는 건 어쩌면 지금부터다.
이우인 기자 jarrje@tvreport.co.kr/ 사진=SM C&C, KBS2 ‘동네변호사 조들호’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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