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풀잎 기자] 걸그룹 ‘러브’ 출신 전혜빈이 완벽 변신에 성공했다. 제 몸에 꼭 맞는 역할을 소화해내며, 마침내 ‘배우’ 자리를 굳히게 됐다. 쉬운 길은 아니었다. 수많은 고민과 시행착오가 있었고, 무던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데뷔 14년 만의 쾌거다.
tvN 화제작 ‘또 오해영’은 시청률 10%(닐슨코리아 집계)를 넘게 기록하며 인기리에 종영했다. 극중 전혜빈은 ‘예쁜 오해영’ 역으로 출연했다.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가슴 깊숙이 상처를 지닌 인물을 연기하며 방송가 및 대중의 호평을 받았다. 오늘(29일) 전혜빈을 만나 ‘또 오해영’ 종영 소감 및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들어봤다.
-마지막 회 시청했는지?
어제 배우들과 모여서 함께 봤어요. 서로 고생했다며 엉엉 울었어요. 서현진, 에릭, 예지원, 허영지, 김기두 씨까지 모였어요. 감독님의 ‘촬영 끝났다’는 문자에도 가슴이 찡한 저희들이었어요.
많이 사랑받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워낙 재미있는 작품이라 잘 될 거라 짐작은 했지만, 이 정도는 예상 못했어요. 저는 사실 미움받을 수 있는 캐릭터였잖아요. 작가님이 연민의 감정을 끌어내주셨어요. 개인적으로는 한계를 느끼기도 했어요. 그래서 아쉬운 부분도 있죠.
-어떤 아쉬움이 남는지?
연기적인 부분이 아쉬워요. 비중도 그렇고요. 저의 역량이 조금 더 컸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캐릭터로는 이 정도가 적당한 것 같아요. 담백하게 할 일을 한 것 같아요.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사랑받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금해영’ 캐릭터는 부모의 사랑에 굶주려 있잖아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마저 나를 동정했죠. 실제로 ‘사랑’이 받고 싶어지더라고요.
-또 다른 ‘오해영’, 서현진과 긴장감은 없었는지?
전혀 없었어요. 서현진은 서글서글한 매력이 돋보이는 사랑스러운 친구예요. 제가 많이 아껴요.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둘이 붙는 신이 있으면, ‘해영아’라는 부름에 헷갈리기도 했죠. 어느 순간, 누가 누군지 구별이 가더라고요. 얼마 전, 서현진에게 감동을 받은 일화가 있었어요. 제 마지막 촬영 때, 케이크를 준비해 온 거예요. 그때가 새벽 3시 반이었어요. 정말 세심하지 않아요?
사실 서현진과는 데뷔 동기에요. 2002년 함께 데뷔했죠. 그 해에 유독 가수가 많이 나왔어요. 월드컵 시즌이라 그랬나 봐요. 그런데 윤도현 선배 말고는 다들 망했어요. 온 관심은 월드컵이었죠. 이후,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해오다가 10년 만에 다시 만난 거예요. 감회가 남달랐어요. 그때 그 시절, 활동했던 가수들끼리 느끼는 고충이 있더라고요. 신화의 경우는 대선배였죠. 얼굴도 못 쳐다봤어요. 180도 인사는 기본이었고요. 배우로 마주한 에릭 선배를 보면 깜짝 놀라기도 해요. 정말 한결같아요. 그분은 평소에도 ‘츤데레’(겉모습은 차갑지만 속마음은 따뜻하다는 표현)랍니다.
-‘예쁜 役’ 고충이 있었다던데?
캐릭터 자체가 오글거리잖아요. ‘예쁘게 나오는’ 장면은 그야말로 스트레스였어요. 실제로 그런(여성스러운) 스타일도 아니고요. 진땀이 많이 났어요. 조명, 카메라 각도 덕분이에요.
-숨겨온 사연이 밝혀지면서, 부담감을 덜어내는 게 보였다.
그전에는 ‘주는 것도 없이 얄밉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어요. 도경(에릭)을 떠나야했던 사연(극중 전혜빈이 맡은 해영은 도경 母의 압박으로 그를 떠났다)이 공개되니, 조금씩 저의 편이 생기더라고요. 힘이 많이 됐어요. 마음의 안정도 됐고요. 사실 처음에는 억울하고 힘들기도 했어요. 왜냐하면, 저는 제 캐릭터를 이해하니까요.
-드라마 상에서는 상당히 쿨한 편. 실제 연애 스타일은 어떤지?
그런 결혼은 애초에 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그전에 서로 대화를 하고, 방법을 찾았겠죠. 서로 헤쳐 나가야 할 문제였는데, 혼자 떠안으려다 보니 일이 꼬인 거예요. 그리고 현실적으로, 마음이 떠난 남자를 붙잡을 수 있는 방법은 없어요. 다가가려 할수록 멀어질 뿐이죠.
저는 어려서 데뷔했어요. 사랑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기회가 없었죠. 누군가에게 대시를 해본 적도 없어요. 쉽게 마음 주는 스타일도 아니고요. 시간도 오래 걸려요. 거침없는 오해영(서현진) 역을 배고 배운 게 무척 많아요.
어느새 공개하기 부끄러운 나이가 됐네요. 과거에는 이때쯤 결혼하고 싶었어요. 지금은 멀었다고 느껴요. 상대도 없고요. 일을 많이 하고 싶어요. 공개 연애요? 별로예요. 득이 되는 것 같지 않아요. 주변 친구들도 더 불편해졌다고 하더라고요.
-1세대 아이돌 출신이 유독 많다. 더욱 친해졌는지?
한동안 캐릭터에 빠져서 우울했어요. 서현진에게 고민을 토로했더니, ‘남미 여행’을 가자고 하더라고요. 생각이 예쁜 친구죠. 본인도 힘들 텐데 다른 사람까지 챙겨요. 직접 스페인어를 배운다고도 했는데, 사실 남미가 여자들끼리 여행하기는 아직 위험하대요. 천우희도 함께하기로 했는데,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요. 아이돌 출신은 아니지만, 예지원 선배와는 같이 술을 만들기로 했어요. 에너지가 엄청나신 분이에요.
-‘또 오해영’을 통해 느낀 점이 있다면?
저는 사실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이 높지 못했어요. 늘 부족한 느낌을 안고 살았어요. 어려서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나이가 드니 스스로에 대해 알게 되더라고요. 위축돼 있었어요. 노력을 해도 안 되는 부분이 있잖아요. 자신과의 싸움이 힘들었죠. 이제는 생각을 바꾸기로 했어요. 모든 게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좀 더 자신감을 채워준 작품이라고 자신할 수 있어요.
김풀잎 기자 leaf@tvreport.co.kr / 사진=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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