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풀잎 기자] 김지석이 광기의 발톱을 드러냈다.
어제(6일) 방송된 MBC 월화특별기획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이하 ‘역적’)(극본 황진영/연출 김진만, 진창규/제작 후너스엔터테인먼트) 11회에서는 유약하고 섬세했던 연산(김지석)이 서서히 변모하는 과정이 촘촘하게 그려졌다.
미색이 아닌 예술을 즐기고 백성에게 마냥 따스했던 연산의 변화는 미세하지만 분명하게 나타났다. 상소와 사직을 무기 삼아 자신의 숨통을 옥죄는 대간들에 대한 분노로 연산은 점차 미쳐갔다. 자신의 언행을 사사건건 문제 삼는 그들의 말은 연산에게는 권태롭고 지겨운 잔소리일 뿐. 그렇게 그들은 연산을 폭군으로 만들었다.
생모가 폐위됐을 때에도 옆을 지켰던 충원군(김정태)도 한몫을 했다. 외롭고 쓸쓸한 자신의 곁을 지켰던 친구는 이제 왕이 된 자신을 믿고 내수사(왕실의 재산)의 재물을 제 것처럼 가져다 쓰면서 호시탐탐 출세의 기회만 노렸다. 진심은 없고 껍질만 남은 충원군의 모습에 연산이 할 수 있는 것은 쓴웃음을 짓는 것뿐이었다.
드라마는 희대의 폭군으로 고정됐던 연산의 이미지에 개연성과 당위성을 부여한다. “다들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는데 왜 나만 아바마마냐”며 원자의 무게를 버거워했던 여린 융이 왜, 어떻게 난군으로 거듭났는지, 그 과정을 세밀하고 끈기 있게 쫓아간다.
김지석의 섬세한 연기가 큰 공을 세웠다. “사료를 토대로 짐작하고, 계산한 결과가 아닌 현장에 느껴지는 감정에 충실”해 연산을 그리고 있는 김지석은 아버지 눈치 보기에 급급했던 주눅 든 눈빛에 스멀스멀 올라오는 광기를 장착했다.
김풀잎 기자 leaf@tvreport.co.kr /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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