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지현 기자] 그 모든 게 꿈이라는데, 남자 주인공이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처럼 설정됐는데 전혀 황당하지 않다. 오히려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시청자를 설득시킨다. 송재정 작가의 맥락 넘치는, 치밀한 시나리오 덕이다.
지난 17일 방송된 ‘W'(극본 송재정, 연출 정대윤) 8회에서는 강철(이종석)과 오연주(한효주)가 예상 밖의 난관에 부딪히는 모습이 그려졌다. 강철은 자신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기 위해 존재하는 정체불명의 남성이 오연주의 목숨을 노리는 걸 알고 그녀를 지키기 위해 오연주를 현실 세계로 돌려보냈다.
강철이 되살아나고, 그가 웹툰의 세계로 복귀하면서 ‘W’는 제2막을 열였다. 달달한 로맨스가 예상됐지만, 꽃길은 잠시일 뿐이었다. 2막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매회 시청자의 허를 찌르고 있다. 특히 강철의 가족을 몰살시키고, 강철은 물론 오연주의 목숨까지 노리는 정체불명의 남성의 출현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부분. 이 남성은 강철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만화 속 인물이며, 작가가 정한 설정값대로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이 각성은 애초부터 인간성이 없는 것으로 설정된 그의 악마성을 더욱 키우는 화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정체불명의 캐릭터는 갑작스럽게 등장했지만, 전혀 낯설지 않다. 주인공 강철에게 시련을 주려는 애초의 설정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자살을 시도한 강철이 살아나면서 그 역시 살아난 것이다. 강철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가 이 드라마에 왜 등장할 수 밖에 없는지를 설명했다. 참으로 갑작스러운 출현이었지만 맥락이 넘치는 이유다. 송재정 작가의 기발함에 감탄사가 나올 뿐이다.
강철은 오연주를 지키기 위해 초강수를 띄웠다. 그는 오연주에게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가 지금까지 벌어진 모든 일을 꿈으로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다시 강철이 눈을 떴을 때 지난 모든 일들은 꿈이 돼 있었다. “모든 게 꿈이었어”라는 다소 황당한 설정도 ‘W’에서는 완벽한 ‘맥락’이 됐다. 빈틈이 없는 시나리오가 만들어 낸 결과다.
김지현 기자 mooa@tvreport.co.kr /사진=MBC ‘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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