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전도연은 스크린 혹은 브라운관에서 늘 극한의 순간 한가운데 놓였다. 극단을 오가는 감정을 가뿐히 소화할 몇 안 되는 배우이기 때문인지, 전도연은 유독 가혹한 운명, 쓰랑꾼(쓰레기+사랑꾼)들과 마주했다. 11년 만의 브라운관 복귀작인 tvN 드라마 ‘굿와이프’에서도 마찬가지. 전도연의 마음을 쥐고 흔든 쓰랑꾼들을 모아봤다.
# “분명 쓰레기인데 미치도록 섹시해”…’굿 와이프’ 유지태
먼저, 쓰랑꾼의 창시자(?) 유지태. 성공을 위해 아내 김혜경(전도연)을 이용하길 주저하지 않는 이태준(유지태)은 매춘부와의 동영상, 불륜, 섬뜩한 모략이 들통난 순간에도 “단 한 번의 실수일 뿐”이라고 뻔뻔한 거짓말을 늘어놓는다. 혜경을 혼돈의 소용돌이로 밀어넣으면서도 아내의 냉담한 표정, 말 한마디에 휘둘리는 약한 모습으로 마음을 흔든다. 나쁜남자계의 넘사벽 캐릭터인 이태준은 유지태의 훤칠한 외모, 중저음 목소리가 더해져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 없는 매력적인 인물로 탄생했다. 원작 드라마에서는 ‘섹스 앤 더 시티’의 미스터 빅으로 유명한 크리스 노스가 연기했다.
# “형사♥살인자의 여자”…’무뢰한’ 김남길
영화 ‘무뢰한'(오승욱 감독)에는 온통 쓰랑꾼 투성이다.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다니는 애인(박성웅)부터, 그를 잡기 위해 살인자의 여자 김혜경(전도연)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형사(김남길)까지. ‘무뢰한’은 진심을 숨긴 형사와 살인자의 여자 앞에 꼬이고 꼬인 운명을 통해 사랑의 본질을 말하는 작품. 김남길은 이 영화에서 범인을 잡기 위해 그의 애인에게 접근했다는 목표에도 불구하고 혜경에게 흔들리기 시작하는 형사 정재곤을 쓸쓸한 눈빛으로 표현, 쓰랑꾼임에도 여성 관객들의 마음을 훔치는 데 성공했다. 전도연은 그에게 점차 마음이 동하는 여자 혜경 역을 맡아 퇴폐, 강단, 쓸쓸함이 공존하는 입체적 연기를 선보였다.
# “내돈 350만 원 갚아”…’멋진 하루’ 하정우
앞서 언급한 쓰랑꾼들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애교 수준이다. 영화 ‘멋진 하루'(이윤기 감독)의 병운(하정우)은 여자친구 희수(전도연)에게 350만 원을 빌린 채 잠수를 탄다. 그런 그에게 희수는 느닷없이 나타나 자신의 돈을 갚으라고 한다. 병운은 350만 원을 갚기위해 ‘여러 여자들’에게 또 다시 돈을 빌리고, 이 과정에 희수를 동참시킨다. ‘멋진 하루’는 헤어진지 1년 만에 채무자와 채권자가 돼 만나 서울이란 공간을 떠도는 최악의 하루를 그린 작품. 하정우의 능글 맞고 뻔뻔한 매력이 더해져 병운이란 인물에 미소를 터트리게 된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영화 ‘멋진 하루’, ‘무뢰한’, 드라마 ‘굿 와이프’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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