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풀잎 기자] “조선은 노비가 주인을 죽일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12년 동안 아모개(김상중)에게 복수의 칼을 간 참봉부인(서이숙)의 절규가 어제(14일) 방송된 MBC 월화특별기획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이하 ‘역적’)(극본 황진영/연출 김진만, 진창규/제작 후너스엔터테인먼트) 6회를 핏빛으로 물들였다.
십수 년 만에 나타난 참봉부인은 남편과 재산을 잃은 초췌해진 몰골이었지만 눈빛만큼은 여전히 살기로 번뜩거렸다. 참봉부인은 “아모개가 노비의 몸으로 주인을 죽여 조선을 뼛속까지 능멸했다”며 충원군(김정태)을 부추겼다.
왕족인 충원군은 잔악무도하게 능상척결의 칼날을 휘둘렀다. 만신창이가 돼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아모개 앞에서 참봉부인은 내가 진짜 미워하는 것은 남편을 죽인 네가 아니라 노비가 주인을 속이고, 욕보이고, 죽일 동안 방관한 이 나라 조선이고, 너를 죽이고 네 자식들을 죽여 이 나라를 지키겠노라며 보란 듯이 소리쳤다.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아모개는 속절없이 눈만 끔벅거리며 거친 숨을 몰아쉴 뿐이었다.
배우 서이숙의 가치가 끝도 없이 펼쳐진 한 회였다. “오랜만일세”라는 한마디를 겁박의 언어로 만들어낼 때, 개처럼 끌려가면서 절규하는 아모개를 바라보며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을, 입으로는 차가운 미소를 이죽거릴 때 참봉 부인이 12년 동안 묵힌 분노와 살기가 화면을 뚫고 안방극장까지 닿았다.
옥에서 아모개와 대치하는 장면도 단연 압권이었다. 기품 있는 마님이 종을 부리듯 “아모개야, 내가 아직도 널 미워하는 줄 아느냐”라며 타이르는 말투로 시작해 표독스러운 절규로 마무리하는 장면은 틀에 박혔던 악역 연기의 범위를 한층 확장했다.
촬영 직후 “서이숙 눈빛만 봐도 소름이 돋더라”라고 혀를 내두르며 감탄한 배우 김상중 역시 호연을 펼치긴 마찬가지. 자식들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만신창이로 널브러져 있는 아버지의 깊은 절망감을 온몸으로 표현해냈다.
김풀잎 기자 leaf@tvreport.co.kr /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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