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풀잎 기자] “아부지, 충원군이 귀양을 간답니다. 우리 좋은 귀경 가십시다”
지난 13일 방송된 MBC 월화특별기획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이하 ‘역적’)(극본 황진영/연출 김진만, 진창규/제작 후너스엔터테인먼트) 13회에서 왕족 충원군(김정태)이 휘두른 능상 척결의 칼날로 평생을 일군 모든 것을 빼앗겼던 아모개-길동 부자는 두 손을 굳건히 잡고 그의 처절한 몰락을 목격하며 통쾌함을 안겼다.
충원군은 자신을 역모로 몬 장본인인 길동을 자신의 결백함을 밝혀줄 증인으로 꼽으며 우매한 기득권의 표상을 보여줬다. 길동은 준비된 멍청함으로 뻔뻔하고 능청스럽게 충원군을 나락으로 빠뜨렸다.
한 나라의 지도자인 연산(김지석)은 씨종의 아들 길동의 계략에 쉽게 넘어갔다. 길동이 충원군에게 준 춘화집에서 조의제문이 발견되자 지체 없이 그에게 유배를 내렸다.
배우 윤균상(길동 역)과 김정태(충원군 역)의 연기가 짜릿함의 진폭을 키웠다. 윤균상은 순진무구한 얼굴로 서서히 충원군을 옥죄는 길동의 뻔뻔함을 맛깔나게 살려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눈빛으로 충원군을 위하는 척하면서 충원군에게 불리한 말을 술술 내뱉다가 순간순간 차가운 눈빛을 내비치는 기민한 연기가 빛났다. 연기 속에 연기를 똑똑하게 녹여내 감탄을 자아냈다.
충원군을 연기하는 김정태는 이날 “발판이”라는 대사를 얼마나 다양하게 소화해 낼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증인으로 들어오는 길동을 보며 실낱같은 희망에 차서, 길동이 순진한 체하며 자신을 파멸로 몰고 가자 차게 식은 안색으로, 이 모든 것이 길동의 계략임을 알고는 분노에 찬 절규로 “발판아”를 불러대며 짧은 대사 안에 온갖 감정을 불어 넣는 내공을 자랑했다.
국문장 주변을 지켜 아무도 출입하지 못하게 하고, 기록도 남기지 않으며, 충원군이 청한 증인의 말도 들어주는 등 충원군이 역모로 몰리는 순간에도 왕족이라는 이유로 특례를 쌓아가는 형국은 씁쓸함을 안겼다.
남루한 모습으로 유배 가는 충원군이 아모개(김상중)와 홍길동 사단을 발견하는 순간, 아모개가 살아있는 것을, 발판이가 아모개의 둘째 아들인 것을, 조방꾼 소부리(박준규)가 아모개의 참모임을 깨닫는 것을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교차 편집으로 보여주면서 짜릿한 쾌감을 선사했다.
김풀잎 기자 leaf@tvreport.co.kr /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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