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 칸(프랑스)=김수정 기자] “한국영화 100년에 황금종려상..의미 있는 선물이죠.”
25일 오후 7시(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이 열렸다.
봉준호 감독 이날 ‘기생충’은 칸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았다. 한국영화 100년사 최초의 기록이자, 2009년 이창동 감독의 ‘시’가 각본상을 받은 이후 9년 만의 본상 수상이다.
한국영화는 2016년 ‘아가씨'(박찬욱 감독), 2017년 ‘옥자'(봉준호 감독), ‘그 후'(홍상수 감독), 2018년 ‘버닝'(이창동 감독)까지 최근 3년 연속 칸영화제 경쟁부문 문을 두드렸으나 수상에는 실패했다.
이로써 ‘기생충’은 역대 한국영화 칸영화제 최고상 영예를 누리게 됐다. 한국영화의 칸영화제 본상으로는 2002년 ‘취화선'(임권택 감독) 감독상, 2004년 ‘올드보이'(박찬욱 감독) 심사위원대상, 2007년 ‘밀양'(이창동 감독) 여우주연상(전도연), 2009년 ‘박쥐'(박찬욱 감독) 심사위원상, 2010년 ‘시'(이창동 감독) 각본상 이후 여섯 번째 수상이다. 그간 한국영화의 역대 최고상은 ‘올드보이’가 받은 심사위원대상이다. 이는 황금종려상에 이은 2등상에 해당한다.
봉준호 감독은 황금종려상 수상자 기자회견에서 “마침 올해가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이다. 칸영화제가 한국영화계에 의미가 큰 선물을 줬다”라면서 “한국영화 역사를 돌이켜 볼 수 있는 많은 일이 일어나길 바란다. 장이머우,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을 능가하는 한국영화 마스터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올해를 계기로 알려질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자회견 내내 외신 기자들의 극찬이 쏟아졌다. 한국영화 최초의 황금종려상이라는 사실과 북한을 소재로 한 ‘종북 개그’의 의미, 장르영화 쾌거에 대한 질문과 찬사가 이어졌다. 기자회견이 끝나자 봉준호 감독의 사인을 받기 위한 기자들의 열광적 반응도 눈에 띄었다.
■ 다음은 봉준호 감독 황금종려상 기자회견 일문일답
-정말 원더풀(wonderful), 원더풀한 영화였다. 칸영화제 공개 전 ‘기생충’은 한국적인(domestic) 영화이기에 수상 가능성이 적다고 했지만 모두가 당신 영화를 좋아했다.(일본)
: 엄살을 좀 떨었습니다 미리. 그 말을 한 장소가 한국 기자회견 장소였는데, 일단 칸영화제에서 해외에서 먼저 소개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끼리 킥킥거리며 즐길 수 있는 요소가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은 마음에 한 말이다. 부자와 가난한 자에 관한 이야기이고 가족의 이야기이기에 전 세계 보편적으로 이해될 것이란 생각은 처음부터 있었다.
-황금종려상을 탄 최초의 한국 감독이다.(중국)
: 마침 또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이다. 칸영화제 한국영화에 의미가 큰 선물을 준 것 같다.
-포스터에 배우들 눈을 검은색 띠로 가렸는데, 어떤 의미인가.(중국)
: 나도 모르겠다. 디자이너가 만든 것이다. 박찬욱 감독 영화 포스터 디자이너이기도 한데, 유명한 사람이다.
-‘기생충’은 장르영화 쾌거라는 생각이 든다. 장르영화가 황금종려상을 받았다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나.(한국)
: 굉장히 고마운 질문이다. ‘기생충’이란 영화도 내가 해오던 작업을 계속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내가 장르의 법칙을 이상하게 부수기도 하고, 장르를 이상하게 뒤섞거나 여러가지 유희를 하기도 하지만 어찌됐든 장르영화 감독인데, 이렇게 황금종려상을 받게 된 것이 제 스스로도 실감나지 않는다. 심사위원장이 전원 만장일치였다고 얘길해 더더욱 놀랍다. 장르영화 만드는 사람이자 팬으로서 굉장히 기쁘다.
-봉준호 감독의 진화라는 평이 있다. 봉준호 유니버스에서 ‘기생충’은 어떤 위치, 의미를 갖나.(한국)
: 유니버스라고 하면 마블 영화 하시는 분들이 잘 아는 것인데, 저는 잘.(웃음) 이것은 일단 저의 일곱 번째 영화인 것 같고요, 여덟 번째 영화를 준비하고 있을 뿐입니다. 봉준호가 곧 장르라는 평이 가장 감격스럽고 듣고 싶었던 멘트였다.
-엄청난 영화였다. 정말 많은 메시지가 숨어있던데, 북한 관련 장면은 정치적 메시지인가.(미국)
: 그것은 정치적으로 심각한 메시지라기보다 영화적 농담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한국 스탠드업 코미디하는 분들이 그러한 소재를 많이 쓰기도 하다.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유머다.
-당신은 로컬 영화를 만들었지만 동시에 굉장히 세계적이다. 당신이 어떻게 영화에 접근하고 여러가지 장르를 혼합하는지 궁금하다.(영국)
: 시나리오를 쓸 때 나는 장르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인물과 사건 막 쓰고요, 저는 시나리오를 항상 커피숍에서 씁니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이 장면이 어떤 장르적 분위기인가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영화를 다 찍고 완성하고 나면 나도 고민해본다. 하지만 딱 단 한가지 예외가 있었다. ‘괴물’이었다. 나는 원래 몬스터 영화를 싫어했다. 1시간 30분 동안 몬스터가 등장하는 걸 기다려야 한다. 나는 30분 만에 괴물을 등장시켰다.
-당신이 평소 존경한다고 말했던 미야자키 하야오 영화와 얼마큼 연결고리가 있나.(미국)
: 이번 영화에서는 큰 연결고리가 없다. ‘하녀’ 김기영 감독, 히치콕 영화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영화 준비하면서 그분들의 영화를 다시 꺼내보며 준비했다.
-한국영화 100주년에 의미있는 일이 만들어졌고, 중요한 사건이다. 이 수상이 한국영화에 큰 흐름을 만들 것 같다. 어떤 식으로 흘러가길 바라는지 기대감이 있을 것 같다.
: 2006년도 시네마테크 프랑스에서 대규모 김기영 감독님 회고전을 한 적 있어서 참여했다. 당시 프랑스 관객들이 열광적으로 김기영 감독님의 영화를 봤던 기억이 있다. 내가 이렇게 황금종려상을 받고 ‘기생충’이란 영화가 많이 관심 받게 됐지만, 내가 어느날 갑자기 한국에서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니라 김기영 감독님처럼 많은 역사 속에 위대한 한국 감독님이 계십니다. 한국영화 역사를 돌이켜볼 수 있는 많은 일이 일어나길 바란다. 장이머우,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 등을 능가하는 한국영화 마스터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올한해로 알려질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칸(프랑스)=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