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풀잎 기자] 밤에 울면 뱀 나온다는 흔한 속설이 이렇게 먹먹했던 적이 있었을까. ‘더패키지’ 정규수, 이지현의 애틋한 부부 이야기가 안방극장을 울렸다.
지난 20일 방송한 JTBC 금토드라마 ‘더패키지’(극본 천성일, 연출 전창근, 김진원, 제작 드라마하우스, JYP픽쳐스) 3회에서는 한복자(이지현)가 암에 걸린 시한부라는 비밀이 밝혀졌다. 여기에 복자의 병을 이미 알고 있던 남편 오갑수(정규수)의 눈물까지 더해져 “화만 내던 갑수 아저씨가 우는 모습을 보니 나도 마음이 아프다”, “우리 부모님이 떠올라서 함께 펑펑 울었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싸움꾼 남편 갑수에게 “그만 좀 해요”를 입버릇처럼 말하던 복자. 빛나는 에펠탑 앞에서 상반신 사진만 찍던 복자는 몽마르뜨 언덕에 올라서도 상반신 그림을 그리기 바빴다.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었지만 방사선 촬영을 하고 있는 과거 모습이 그려지며 그녀의 사연을 조금은 짐작케 했다. 대신 아내의 심정도 모르고 무작정 큰소리만 치는 갑수에 대한 분노만 늘어났을 뿐이었다.
이렇게 모질어 보였던 갑수에게도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다. 복자가 시한부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 알람을 맞춰가며 밤늦게 약과 사탕을 먹는 복자 때문에 몰래 눈물을 흘리던 갑수는 속상한 마음을 감추려고 오히려 윽박질렀다. 서러운 마음에 울음이 터진 복자와 화장실에 숨어 오열하는 갑수의 모습에서 아직 삶을 정리할 준비가 되지 않은 부부의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정신과 의사 앞에서 “죽고 싶어요. 죽으면 더 안살아도 되잖아요”라고 말하던 복자에게는 사실 “나 살고 싶어요. 진짜 살고 싶어요. 예쁘게 오래오래 아프지 말고”라는 솔직한 소망이 있었다. 이런 아내의 바람을 알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자신의 간절한 마음이었을까. 소원이 이뤄진다는 오베르 교회 노트에 ‘여보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라고 적으며 눈물을 떨구는 갑수. 그동안 보여줬던 싸움꾼 모습이 아닌 아픈 아내에 대한 남편의 애틋한 사랑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갑수는 맘 약한 복자가 울고 있을 때면 “울지 마, 밤에 울면 뱀 나와”라며 무뚝뚝하고 서투른 위로를 건네곤 했다. 복자는 뱀이 무서워 팔짝 뛰면서도 결국 자신을 웃게 만드는 그 말 하나만큼은 정말 좋았다며 웃었다. 이처럼 먹먹한 여운을 남긴 부부의 이야기와 함께 울었던 시청자들은 이번 여행이 죽음을 앞둔 마지막 여행이 아닌, 갑수와 복자가 삶의 한 순간을 예쁘게 보내기 위한 여정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김풀잎 기자 leaf@tvreport.co.kr / 사진=드라마하우스, JYP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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