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풀잎 기자] 선을 넘어서지 않으며 쌓아가는 섬세한 전개로 그리는 ‘병원선’ 하지원과 강민혁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스며들기 시작했다.
MBC 수목미니시리즈 ‘병원선’(극본 윤선주, 연출 박재범, 제작 팬엔터테인먼트)에는 서로 다른 이유로 병원선에 오른 두 명의 의사가 있다. 의사로서의 신념, 성격, 하다못해 병원선에 오게 된 이유까지 극과 극인 송은재(하지원)와 곽현(강민혁)은 촘촘하게 쌓여가는 서사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 하지원과 강민혁, 악연과 우연 사이.
악연과 우연이 뒤섞인 만남이었다. 첫 등장부터 무모한 수술을 주장했던 송은재와 그 앞을 막아섰던 곽현. 결국 합심해 환자를 살렸지만, 죽은 엄마를 첫 진료했던 의사인 현은 “어머니가 사위 삼자 했다”며 은재 앞에 사진을 들이밀었다. 그녀의 엄마 오혜정(차화연)이 유명을 달리했을 거라고는 짐작도 하지 못했기에 건넸던 농담이었다. 자신의 무심함이 불러온 실수를 알게 된 현은 온갖 방법으로 사과의 액션을 취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사과할 필요 없다. 선생님은 진실을 말했고, 난 타격이 없다”는 분기 한 자락 섞지 않은 차분한 목소리뿐이었다. 현이 가뜩이나 사람과의 관계가 어색해 무심한 가면을 쓴 은재의 곁을 끊임없이 맴돌기 시작하게 된 이유였다.
#. 하지원, 현의 트라우마를 짐작하다.
의외로 은재는 현의 트라우마를 가장 먼저 알아챈 사람이다. 환자에게 삽관 시도만 하면 아득해지는 정신과 떨리는 손을 발견한 은재는 슬쩍 그를 밀어내고 상황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그뿐, 생색을 내지도 탓을 하지도 않았다. 그저 “병원선에서 손 맞출 사람은 선생님뿐이니, 해결 해봐요”라고 말할 뿐이었다. 그가 트라우마 때문에 눈앞의 환자를 놓치는 의사로 살고 싶지 않다며 자신의 나약함을 고백했던 순간에도 은재는 “의사는 실패를 통해 성장한다”며 “선생님 보다는 내 손 아래 죽어간 환자가 몇 배는 더 많다”는 충고로 그를 성장시켰다.
#. 강민혁, 의사 아닌 보통 사람을 발견하다.
끊임없이 그녀의 곁을 맴돌던 현은 ‘인간 송은재’를 발견했다. 긴박했던 수술 후에는 함께 캔맥주를 따며 축하할 줄 알고, 민망한 어제를 잊어달라며 캔커피를 슬쩍 들이미는 여자. 의외로 허술해 자주 길을 잃는다는 것과 매일 새벽 조깅을 하는 계획적인 생활태도는 무려 마트 쇼핑의 순간까지 이어진다는 것까지도 알게 됐다. 의사가운을 입었을 때는 단 하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완벽주의자지만, ‘인간 송은재’는 지독한 방향치에 요령 없고, 실수도 많은 그저 보통의 사람이라는 것. 의사로 사는 시간 외에는 철저히 ‘나 홀로 인생’으로 지냈기에 관계에 서툴 뿐 사실은 따뜻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걸.
#. 죽음은 실패인가요, 아니면 결론인가요.
이래저래 부딪치며 서로를 의식하던 두 사람은 마침내 각자의 가장 나약한 마음을 꺼내어 보였다. 현은 “질병에 자아를 강탈당해 불행한 아버지”를 알기에 환자의 죽음에 대한 선택을 존중했고, 은재는 엄마의 죽음 앞에 무력했던 자신을 후회하기에 “목숨보다 감동적인 것은 없다”며 수술을 주장했던 것. 의사로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손을 놓은 것이 아니고, 화려한 논문을 위해서도 아닌 그저 과거의 상처 때문이었다. “죽음은 실패일까, 결론일까” 어느 것 하나 틀렸다 말할 수 없는 질문 앞에서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한 두 사람의 관계는 과연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김풀잎 기자 leaf@tvreport.co.kr / 사진=팬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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