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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팅”…’나의 아저씨’ 이지은, 이선균을 만나고 맞은 변화

김가영 기자 조회수  

[TV리포트=김가영 기자] 퍽퍽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던 ‘나의 아저씨’ 이지은이 천만 원짜리 거래대상에 불과했던 이선균을 지키기로 했다.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극본 박해영, 연출 김원석, 제작 스튜디오 드래곤, 초록뱀미디어)에서 이지안(이지은)의 삶이란 오로지 유일한 가족인 할머니 봉애(손숙)를 지키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지난 4주간 방송을 지나며 이지안이 변화했다. 광일(장기용)에게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던, 인생에서 처음 만난 어른 동훈(이선균)을 지키고자 결심한 것. 자신도 모르는 새 극적인 변화를 맞았을 지안의 미세한 변화 과정을 짚어봤다.

# 천만 원짜리 부장 박동훈.

닥치는 대로 일하고, 닥치는 대로 먹고, 그래서 닥치는 대로 살아온 거친 여자 지안. 삼안 E&C의 파견직 직원 지안이 만난 부장 박동훈은 천만 원짜리 비싼 기회였다. 우연한 기회에 동훈에게 잘못 배달된 뇌물봉투를 발견했지만, ‘장물’이라는 이유로 이를 사용할 수 없었던 지안은 재빠른 눈치로 회사 내의 미묘한 알력다툼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시작했다. 윤희(이지아)와 외도 때문에 동훈을 쫓아내고 싶어 하는 도준영(김영민) 대표를 찾아가 거래를 제안한 것. 그렇게 동훈에게 책정된 가격이 천만 원. 자신과 봉애를 괴롭히는 광일에게서 벗어날 비싼 수단이었다.

# 내가 알고, 나를 알아서 슬픈 사람

어쩌면 도청을 선택한 순간부터 모든 것은 변화할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동훈을 더 효과적으로, 더 빠르게 잘라내려고 시작했지만 도청은 그에 대한 너무 많은 것들을 알게 됐다. 한 달에 오륙백이나 벌면서도 ‘성실한 무기징역수’ 같은 얼굴로 사는 동훈의 별것 아닌 일상은 어느새 지안에게 스며들었다. 특히 “어떤 일이 있어도, 식구가 보는 데서 그러면 안 돼. 식구가 보는 데서 그러면, 그땐 죽여도 이상할 게 없어”라고 외치며 기꺼이 가족의 울타리를 자처하는 동훈은 지안에게 감정의 동요를 일으켰다. 아주 많이 다르지만, 어딘가 매우 비슷한 서로를 알기 때문. ‘성실한 무기징역수’와 상처받아 빨리 자라버린 ‘경직된 인간’의 만남은 너무 닮아있어 슬프고 지안의 마음에 변화의 싹을 틔웠다.

# 내 슬픔을 등에 업은 아저씨

달을 좋아하는 봉애를 카트에 앉히고 밤 산책을 나선 어느 날의 밤, 지안은 골목 어딘가에 떨어뜨린 홍시를 주려고 자신을 기다렸던 동훈에게 진짜 얼굴을 들켰다. 그것은 냉소와 불신 가득한 거친 여자가 아닌 병든 할머니를 모시는 ‘손녀가장’ 지안의 얼굴. 동훈은 봉애를 등에 업고 좁은 골목의 계단을 올랐다. 지안에게 삶을 버티는 유일한 이유이자 죽을 수 없는 슬픔인 봉애를 등에 업은 아저씨 동훈. 그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지안의 무표정한 얼굴은 어쩐지 울고 있는 것 같았다. 봉애를 내려놓고 머뭇거리던 동훈이 툭 던진 “착하다”하는 한마디는 그 무엇보다 크고 강하게 지안의 마음에 박혔다.

# 그리고, “파이팅”

지안의 착함과 슬픔을 알아본 동훈은 어느새 그녀가 만난 첫 번째 어른이 됐다. ‘손녀가장’인 지안에게 아무도 가르쳐줄 사람이 없었기에 몰랐던 사실들을 알려줬고 밥을 사달라는 그녀에게 기꺼이 술까지 사줬다. 무엇보다도 “내 인생이 네 인생보다 낫지 않고, 너 불쌍해서 사주는 거 아니고. 고맙다고 사주는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세면 버티는 거야”, “행복하자” 등 동훈이 담담하게 들려준 말들은 지안에게 온기를 남겼다. 그래서일까. 어느새 지안은 “파이팅!”을 외칠 수 있는 사람이 됐다.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혔고 이제는 동훈을 두고 협박을 하는 광일에게 한순간의 망설임 없이 “그 사람 근처만 가. 진짜 죽어 너”라고 말했다. 천만 원짜리 기회가 아닌 지키고 싶은 사람으로 동훈을 지키고자 결심했기 때문.

‘나의 아저씨’는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치유해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매주 수, 목 밤 9시 30분 방송된다.

김가영 기자 kky1209@tvreport.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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