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풀잎 기자] 첫 사랑에 빠진 남자의 ‘외유내강’은 무서웠다. 거침 없이 칼을 뽑아드는 ‘흑화’ 그리고 지체 없이 속마음을 고백하는 순수한 ‘멍뭉미’의 상반된 매력을 동시에 가진 임시완표 사랑법이 여심을 쿵 떨어트리게 했다.
지난달 31일 방송된 MBC 월화특별기획 ‘왕은 사랑한다'(극본 송지나, 연출 김상협) 9,10회에서는 세자 왕원(임시완)에게 역모죄를 씌우기 위한 계략에 휘말린 은산(임윤아)의 위기가 보여졌다. 산은 궁궐 내 추궁전으로 끌려와 “세자가 시킨 짓이다”라는 거짓 증언을 할 때까지 갖은 고문에 시달릴 함정에 빠졌고 그의 신분을 한낱 몸종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는 왕족과 대신들은 끝까지 제 고집을 버리지 않고 “세자를 알지 못한다”고 눈을 부릅뜨는 산에게 분노했다. 이 모든 걸 지켜보던 충렬왕(정보석) 입장에선 “내 아들 세자가 저런 하찮은 아이를 곁에 두고 같이 다녔다?”며 의아함을 키우게 됐다.
그 동안 산에게 세자의 신분을 속이고 한천이라는 ‘남자사람백성’으로 포장해왔던 원은 모든 상황을 알고도 직접 나설 수 없는 현실에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아들을 역모의 주범으로 몰기 위한 덫이라는 걸 간파하고 있었던 어미 원성공주(장영남)는 일부러 원을 자신의 방에서 나가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원은 산에게 달려가기 위해 어미와 어미의 군사를 상대로 칼을 뽑아드는 무서운 결단력을 보여줬다. 세상 부드러운 줄만 알았던 얼굴로 미소를 지었던 원의 ‘흑화’는 과거 어린 나이의 세자로서 조종 당하기 바빴던 시절과 비교해 상상하기 어려운 매력이었다. 아비의 말에 쩔쩔매기 바쁘던 어린 세자는 온데간데 없고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사랑하게 된 여인이다”라고 당당히 마음을 밝힌 것 또한 어른이 된 세자의 옳은 변신이었다.
내적으로 단단해진 원의 성장은 남자로서 한 여인 앞에서 솔직하고 순수해질 수 있는 ‘고백법’에서도 나타났다. 결국 산을 위기로부터 구하고 집으로 돌려보낼 수 있게 된 원은 세자로서 신분을 들키지 않고 산과 재회할 수 있었다. 원은 “어떻게 된 거냐”라는 산의 눈물 섞인 원망에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눈길에 미끄러졌는데 그 김에 좀 기대자”라는 로맨틱한 말과 함께 산을 꼭 안아주었다. 뿐만 아니라 추궁전에서 고문을 당하게 될 순간, “내가 시킨 겁니다”라고 백마 탄 왕자님처럼 등장한 왕린(홍종현)의 행방을 걱정하는 산을 대한 원의 태도는 시청자의 마음을 제대로 훔쳤다.
계속 산을 생각하며 혼잣말인듯 다 들리도록 걱정을 늘어놓은 산을 보며 “넌 어떻게 내 앞에서 다른 남자 생각을 하고 이야길 할 수 있느냐”며 “난 네 앞에서 그게 안 되는데”라고 말했다. 한없이 순수한 눈빛으로 조금의 거짓도 보탬 없이 차분하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 원의 모습은 이 모든 상황을 어색해라며 경계하던 산 또한 무장해제시킬 수 밖에 없었다.
김풀잎 기자 leaf@tvreport.co.kr /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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