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풀잎 기자] 자타공인 명배우들이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 그랬다. 하지만 추락은 순식간이었다. 성추문과 함께, 배우로서의 자존심도 내팽개친 조민기, 조재현, 오달수 이야기다.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자면, 조민기가 먼저다. 조민기는 연예계를 뒤흔든 ‘미투 운동’(#Me Too, 나도 당했다)이 확산될 당시인 지난 20일 성추행 논란에 휘말렸다. 그가 청주대학교 교수 역임 시절, 제자들에게 추행을 일삼았다는 폭로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조민기는 억울함을 호소했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그러나 그의 기대는 기대로만 그쳤고, 파장은 거세졌다. 피해자 증언을 외면하기 힘들 지경에까지 몰렸다.
결국 경찰이 인지수사를 시작하고서야, “앞으로 진행될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해명을 번복해온 그의 입장이 달라졌다. 논란 7일 후, “저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피해자분들께 진심으로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앞으로 제 잘못에 대하여 법적, 사회적 모든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뒤늦은 사과를 전했다. 사건이 일단락된 건 아니다. 현재까지도 조민기를 둘러싼 온갖 증언들은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조재현의 경우, 댓글 등을 통해 이니셜로 거론된 인물이다. 지난 23일 배우 최율이 SNS를 통해 공개 저격하면서, 사태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최율은 조재현의 프로필 사진과 함께 “내가 너 언제 터지나 기다렸지. 생각보다 빨리 올게 왔군. 이제 겨우 시작. 더 많은 쓰XX들이 남았다. 내가 잃을 게 많아서 많은 말은 못 하지만, 변태XX들 다 없어지는 그날까지”라는 글을 게재하며 미투 운동에 동참했다.
이날 오후 JTBC ‘뉴스룸’에서는 조재현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의 전화 인터뷰까지 세상에 공개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조재현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더 이상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기는 어려웠을 것. “저는 죄인이다. 큰 상처를 입은 피해자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 전 이제 모든 걸 내려놓겠다. 제 자신을 생각하지 않겠다”고 일부 혐의를 시인했다.
조재현 다음은 오달수다. 오달수는 사건 발생 일주일 후, “최근 일어난 일련에 일들은 모두 저의 잘못입니다. 많은 분들께 심려 끼쳐드린 점 진심을 다해 사과드립니다”라고 전했다. 성추행 사실을 극구 부인해왔지만, 실명을 밝힌 피해자까지 등장하며 사과문을 고쳐 쓰게 됐다.
오달수는 “그런 적이 결코 없다고 입장을 밝힌 점 어떤 비난이라도 감수하겠습니다. 잘못했습니다”라며, 한 피해자에게는 “25년 전 잠시나마 연애감정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시점이든 제가 상처를 드린 것을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고 강조했다.
이 세 사람은 베테랑이었다. 잔뼈가 굵은 연기력으로, 연예계 명배우로 통했던 것도 사실. 그러나 이제 그 자리마저 내려놓게 됐다. 물론, 스스로의 결정이었던 셈. 세 사람은 출연 중이거나, 출연을 앞둔 작품도 상당했다. 하지만 침묵으로 일관해오며, 제작진 및 동료 배우들에도 말 못할 피해를 끼친 것. 드라마, 영화 일정은 물론, 작품 이미지에도 큰 데미지를 입히게 됐다. 여기에, 수십 년 활동해온 배우의 자존심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장문의 사과문은 모두가 읽었다. 이제는 그 사과문에 알맞은, 책임을 질 때다.
김풀잎 기자 leaf@tvreport.co.kr / 사진=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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