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 해운대(부산)=김민지 기자] 한국과 그리스 영화계의 두 거장인 박찬욱 감독과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이 서로의 재능에 감탄하며 ‘칭찬 배틀’을 벌였다.
6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린 오픈토크에 박 감독과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이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오픈토크는 당초 이날 오전 11시 시작 예정이었지만 ‘2019 부산바다마라톤’의 영향으로 교통이 정체돼 박찬욱 감독의 도착 시간이 늦어져 25분 정도 지연됐다.
박 감독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서둘러 무대에 올랐고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과 포옹했다. 이어 “차 안에서 계속 달리고 있었다. 본의 아니게 늦어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본격적으로 오픈토크를 시작했다.
두 감독은 영화계 동료이자 평소에도 잘 알고 지내는 사이로 알려져 있다. 박 감독은 “내가 꼭 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다.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님이 하셨던 ‘엑스’를 한국판으로 다시 만들고 싶다. 언젠가는 꼭 작업해서 내 대표작으로 삼고 싶다”고 밝혔다.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은 “박 감독을 보면 다양한 세계관을 한 명의 감독이 어떻게 그렇게 표현할 수 있는지 의아하다. 유럽엔 그런 감독이 없는 것 같다”며 박 감독을 극찬했다. 이에 박 감독이 쑥스러운 표정을 지어 웃음을 안겼다.
“내가 좋아하는 한국영화인 ‘아가씨’엔 세밀한 감수성이 있다”며 말을 이은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은 “‘올드보이’의 주제는 폭력이지만 단순한 폭력이 아닌, 모든 사람들에게 내재돼 있는 무의식적인 폭력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리석게 폭력을 표현하곤 한다”고 박 감독의 대표작인 ‘올드보이’만의 매력을 짚기도 했다.
박 감독 역시 “감독님의 초기작부터 최신작까지 쭉 보면 이게 정말 한 명의 감독이 만든 걸까 싶다. 변화무쌍하다”며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에게 깊은 존경심을 표했다.
그러면서 “끝없이 도전하고 실험하는 선배 거장들을 보며 배우는 마음으로 일을 한다. 그러다 보니 나도 다양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최신작이자 지난 2015년 부채위기에 시달리던 그리스 정부와 유럽 연합 사이의 정면 대결을 그린 ‘어른의 부재’를 며칠 전에 봤다고 밝혔다.
이어 “20대 감독의 영화가 아닌가 싶을 만큼 비판정신이 날카롭고 영화의 에너지가 부글부글 끓더라”며 “흔히 예술가들이 나이가 들면 도사나 현자가 된 것처럼 다 이해하고 용서하는 방향으로 간다고 생각하지만, 감독님은 아직도 용서가 없구나 싶었다. 다시 한번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 역시 “젊은 감독들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고 답해 훈훈함을 자아냈다.
해운대(부산)=김민지 기자 kimyous16@tvreport.co.kr / 사진=문수지 기자 suji@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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