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설경구, 상상 초월의 연기가 터졌다.
2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 열린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원신연 감독) 언론시사회에는 배우 설경구, 김남길, 설현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은퇴한 연쇄살인범 병수(설경구)가 우연히 접촉사고로 만나게 된 남자 태주(김남길)에게 자신과 같은 눈빛을 발견하고 그 역시 살인자임을 직감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김영하 작가의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배우들의 열연과 몽환적인 영상미, 원작이 지닌 반전의 힘이 돋보인다. 설경구, 오달수가 지닌 태생적 매력 덕분에 살아난 냉소적 유머도 타율이 높다.
변신의 귀재 설경구는 단순한 체중 감량이 아닌, 스스로 늙어가는 방법을 택했다. 설경구가 연기한 병수는 폭력을 휘두르는 아빠를 우발적으로 죽은 뒤 연쇄살인범이 된 인물. 17년간 본능을 감춘 채 살아가던 중 알츠하이머에 걸리고 사라지는 기억을 붙들려 한다.
탄수화물, 수분 섭취를 극단적으로 줄이며 기억과 망상을 오가며 무너져가는 남자의 혼란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설경구는 분장 없이 10살 연상의 외형을 표현하는 경지에 오른 것은 물론, 살인자, 치매 등 극단의 캐릭터를 절정의 연기로 표현했다.
설경구는 “‘살인자의 기억법’은 내게 큰 산 같은 영화였다. 알츠하이머는 간접경험도 할 수 없는 부분 아닌가. 끝까지 숙제였다”라고 연기 고충을 털어놨다.
김남길은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돋보이는 연기 변신에 도전했다. 병수로부터 살인자로 의심받는 태수를 연기한 김남길은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을 섬세한 눈빛 변화, 입매의 움직임으로 표현했다. 반전을 거듭하는 중후반부 설정이 흔들림 없이 관객을 설득할 수 있는 것에는 김남길의 정확한 연기 공이 컸다. 김남길 인생연기다.
태수의 딸 은희 역을 맡은 설현은 영화 ‘강남 1970’에 이어 두 번째 스크린 도전. 몸매가 은근히 드러난 옷을 입고 등장한 중반까지는 영화 전체적인 톤에서 다소 튀는 듯한 인상을 줬지만, 후반부 감정신에서는 나름 합격점의 연기를 선보였다.
원신연 감독은 “소설의 독백, 문체를 변화시켜 다른 영화를 만들 수도 있었다. 내가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고 영화화를 결심한 마음을 먹고 메모했던 것은 ‘소설과 가장 가까우면서 가장 먼 영화로 만들 것’이었다. 소설의 원형이 많이 반영돼 있다. 소설을 보지 않은 사람이 영화를 봐도 무리 없게 만들고자 했다”라고 강조했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세븐 데이즈’, ‘용의자’를 연출한 원신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9월 개봉한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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