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 부산=김수정 기자] “블랙리스트로 분류라니…. 비상식적 행위”
1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두레라움홀에서 열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유리정원'(신수원 감독, 준필름 제작) 공식 기자회견에는 신수원 감독을 비롯, 배우 문근영, 김태훈, 서태화, 박지수, 임정운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모더레이터로는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참여했다.
‘유리정원’은 홀로 숲 속의 유리정원에서 엽록체를 이용한 인공혈액을 연구하는 과학도(문근영)를 훔쳐보며 초록의 피가 흐르는 여인에 대한 소설을 쓰는 무명 작가(김태훈)의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세상에 밝혀지게 되는 충격적인 비밀을 다룬다. 나무를 이용한 생체실험이라는 파격적인 소재와 경이로운 미쟝센이 인상적인 작품.
이번 작품은 단편영화 ‘순환선’으로 제65회 칸영화제 카날플뤼스상을, ‘명왕성’으로 제6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수정곰상 특별언급상을 수상하고 ‘마돈나’로 2015년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된 신수원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신수원 감독은 “영화 ‘마돈나’에 뇌사상태 식물인간 여자가 등장한다. 문득 뇌사상태의 환자들은 영혼도 없는 걸까 궁금했다. ‘식물인간’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나. 그 단어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세상에서 상처를 입고, 꿈과 이상이 짓밟힌 상황에서 나무로 환생하는 여자 주인공을 떠올리게 됐다”고 연출 계기를 설명했다.
‘유리정원’을 통해 국민 여동생 이미지를 벗고 파격 변신에 나선 문근영은 “이야기도 매력적이었지만 캐릭터에 깊은 끌림을 느꼈다. 훼손된 순수함을 지키고자 하는 욕망을 가진 캐릭터라는 점에서 끌렸다”라며 “배우로서의 욕심일 수도 있다. 잘 보여야 하고, 잘 표현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 힘든 점도 있었지만 극중 캐릭터로 살 수 있어 행복했던 부분이 더 많았다”고 연기 주안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MB정권의 블랙리스트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신수원 감독은 “지난 정권에서 블랙리스트로 문화예술인을 분류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비상식적인 행위라고 생각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표현의 자유는 막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신수원 감독은 “‘유리정원’에 4대강에 대한 언급이 등장한다. 과연 지난 정권에서 이 영화를 상영했다면 어땠을지 생각하게 된다. 아주 작은 문제에서도 블랙리스트 잣대를 들이민다. 나는 운좋게 피해갔다”고 강조했다.
또 신수원 감독은 외풍을 겪은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해 “외압에 의해 시련을 겪었지만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신인 시절을 떠올리면, 자본에서 도와주지 않는 영화인을 발굴하는 영화제다. 독립영화, 예술영화를 하는 이들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자리”라고 목소리 높였다.
강수연 집행위원장 역시 “어떠한 정치적 상황, 경제적 상황속에서라도 영화제의 주인은 관객이다. 100년 후에 우리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예언할 순 없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이 존재하고, 아름다운 영화가 나와준다면 영화제를 지켜야만 한다”고 힘줘 말했다.
‘유리정원’은 10월 25일 개봉한다.
부산=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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