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담해서 더 뭉클한 ‘하이바이, 마마!’의 에필로그 사용법

[TV리포트=이혜미 기자] tvN ‘하이바이, 마마!’(이하 하바마)가 공감과 여운을 남기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로 꽉 찬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어느덧 방영 2주차. 고스트 엄마 유리(김태희 분)의 환생 라이프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하바마’가 가진 웃음과 공감이 한층 짙어지고 있다. 고스트 엄마의 환생을 통해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며 휴먼 판타지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는 것.

여기에 매회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통해 본편의 이야기 안에 담아내지 못했던 유리와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를 풀어가며 진한 여운을 더하고 있다.

앞서 김태희는 “매회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각자의 심정이 내레이션으로 담겨있다. 보너스 한 씬, 새로운 한 장면이 아니라 회 차의 주제를 보여주고 인물들의 심정을 들려준다. 아마 큰 울림을 남기게 될 것 같다. 놓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며 관전 포인트로 짚기도 했다.

상실이나 아픔을 겪어본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감정들을 진솔하고 담담하게 풀어내는 김태희의 열연에 힘입어 명대사도 쏟아지고 있다.

# “누군가의 잊힌 계절에 소리 없이 살고 있었다”

유리와 영원을 약속했지만 갑작스러운 사고로 홀로 남겨진 강화(이규형 분)에게 삶은 버티는 것일 뿐이었다. 어린 서우가 있어 쉽게 삶을 포기할 수도 없었다. 얼굴에는 웃음이 사라졌고, 전쟁 같은 매일을 버텼다.

“숨 쉴 틈도 주지 마. 정신없이 오늘 하루만 살아. 그렇게 살다 보면 살아져. 견뎌져”라는 유리 모 은숙(김미경 분)의 말처럼, 살다 보니 견뎌지는 시간을 맞이했다.

“출구 없는 터널이 없듯, 세상엔 영원한 사랑도 영원한 아픔도 없다”고 말하는 강화에게 차리는 잊힌 계절처럼 보였다. 그러나 유리는 그 모든 순간 강화의 곁에 있었다. 손 내밀어 위로하지 못하는 강화의 아픔을 더 진한 눈물로 지켜봐야 했고, 새로운 가족을 꾸려 다른 행복으로 나아가는 모습도 발치에서 지켜봤다. 미안한 마음으로 강화와 서우의 행복을 바라며 한 걸음 물러서는 유리의 뒷모습은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다.

# “사랑하는 내 딸, 듣고 있지?”

살아있을 때 아주 사소한 감정에 휘둘려 소중한 것을 놓치기도 한다. “그때의 나는 살아가며 겪는 사소한 감정들에 속아 정작 중요한 사실들을 깨닫지 못했다. 어떤 고난에도 사랑하는 이를 만질 수 있으며 숨 쉬고 살아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죽고 나서야 알았다”는 유리가 전하는 진실은 남겨진 이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여전히 유리를 소중하게 지키고 있었다. 현정(신동미 분)은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차유리의 생일이면 좋아했던 음식을 차려놓았다.

물건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시계 건전지까지 바꿔가며 유리의 시간을 지켜준 은숙이 있었기에 죽어서도 외롭지 않았다. “사랑하는 내 딸, 듣고 있지”라며 한숨처럼 흘러나온 엄마의 고백을 유리는 놓치지 않고 마음으로 받아냈다. 김태희, 김미경, 신동미의 깊고 섬세한 감정 연기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소중한 것의 가치를 일깨웠다.

#“나에게 일어나지 않을 일은 없다”

살아있을 때 화재 사고 뉴스를 보며 그저 남의 일이라고만 여겼던 유리는 운명의 장난처럼 그날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쓰러지면서도 배를 움켜쥐었던 모성애 덕분에 다행히 서우는 태어날 수 있었다

“세상에는 자신의 마지막 날을 미리 알고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가슴 아픈 드라마의 주인공은 나의 엄마일 수도, 나의 아빠일 수도, 나일 수도 있다는 사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세상에서 나에게 일어나지 않은 일은 없다”는 내레이션의 진실을 몰랐던 이가 있을까.

병원을 떠나며 환하게 웃었던 유리의 미소와 설명할 수 없는 기쁨과 슬픔에 짓눌려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강화의 표정은 삶과 죽음의 아이러니를 가슴 깊이 와 닿게 만들었다. 뭉클한 감정과 깊은 통찰로 진한 여운을 자아냈던 ‘하바마’이기에 가능한 특별한 에필로그였다.

이혜미 기자 gpai@tvreport.co.kr / 사진 = ‘하이바이, 마마!’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