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유지희 기자] 남연우 감독이 소수자를 다룬 영화로 돌아왔다. 지난 2017년 연출, 각본, 편집, 그리고 주연까지 맡은 성 소수자 영화 ‘분장’으로 독립영화계에서 큰 호응과 호평을 받은 남 감독. ‘분장’과 같이 ‘편견’을 주제로 한 ‘초미의 관심사’의 각색과 연출을 맡아 또 한번 눈길을 모은다.
남 감독은 ‘초미의 관심사'(감독 남연우, 제작 레진스튜디오) 개봉을 앞둔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TV리포트와 만나 작품을 둘러싼 이야기를 전했다.
영화는 엄마(조민수)의 가겟세, 언니(김은영, 치타)의 비상금을 들고 튄 막내 유리를 쫓기 위해 손잡은 모녀의 추격전을 다룬 작품. 그 과정에서 여러 소수자의 이야기가 담긴다.
먼저 개봉을 앞둔 소감을 묻자 남 감독은 “앞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됐는데 상상 이상으로 반응이 좋아 하루 빨리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코로나19 여파로 굉장히 안타까움이 든다. 관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개봉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 감독은 제작사와 배우들이 세팅된 후, 영화에 합류하게 됐다. 당시 배우 활동에 더 욕심을 지니고 있었던 그는 영화 얘기에 끌려 연출을 맡게 됐다고. ‘편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시놉시스의 큰 줄기에 맞춰 각색도 맡았다.
“당장 연출할 계획은 없었다. 그런데 제작사 측에서 감독으로 미팅을 하자고 하더라. ‘엄마와 딸의 이야기인데 배우 조민수, 가수 치타가 모녀로 나온다’는 얘기만 들었는데 너무 흥미로웠다. 이 조합이 구미가 당겨 연출하기로 결심했다. 또한 편견에 대한 주제, 음악영화라는 키워드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영화는 서울 이태원을 배경으로 소수자들의 이야기도 담는다. 이태원이 최근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사회적 문제가 된 것에 남 감독은 “하필 이태원이다”라고 작게 한숨을 쉬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동시에 스크린을 통해 이태원 고유의 모습을 보고 “대리만족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태원에서 2년 간 살고 있다. 골목 골목을 돌아다니다 보면 외국인들이 게스트 하우스 앞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기도 한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나 또한 대리만족을 느꼈다. 요즘 코로나19로 여행을 못 가는 분들이 많지 않나. 이 영화로 안전했을 때의 이태원 모습을 보고 대리만족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남 감독은 공개 열애 중인 김은영과 ‘초미의 관심사’를 통해 연인으로 발전했다고. “첫 미팅 때 대화를 하는데 너무 가치관이 잘 맞더라. 어떻게 되다 보니 연인이 됐다”고 쑥스럽게 입을 뗐다. 이어 “성향 상 일할 때는 사적인 일이 개입하면 안 된다. 또 각자 일하는 데 바빴다”며 “촬영할 때는 ‘현장 속 거리두기’를 했다”고 웃었다.
김은영에게 구체적 디렉팅을 하지 않았다고 밝힌 그는 “연기를 처음 하는 분들에게 ‘내 연기관을 강요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더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이유를 덧붙였다. 이어 “연기를 처음 하는 분들은 억지로 뭔가를 꾸미려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 놀랐고 내가 그런 연기를 좋아한다”고 김은영 연기를 거듭 칭찬했다.
‘초미의 관심사’는 여성 투톱 영화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남 감독은 “솔직히 내가 여성 입장의 작품을 만들거나 연출 할 수 있을 거라 생각 못했다”면서 “어느 날 친구가 ‘여성만을 위한 영화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쭉 쓰고 그 캐릭터들을 여성이 연기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을 했는데 그걸 듣고 많이 깨달았다”고 했다.
이어 극을 이끌어가는 배우 조민수와 김은영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밝히며 “이 영화에는 나 또는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모녀와 다른 모습이 담긴다. ‘엄마면 이래야 해’, ‘딸은 이래야 해’라는 것과 달리 ‘딸 같은 엄마’, ‘엄마 같은 딸’의 모습을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초미의 관심사’는 모녀의 이야기인 동시에 “두 여성의 버디 무비”라고 말했다.
“일종의 버디 무비다. ‘버디 무비’라고 포털사이트에 검색해보니 ‘두 남성 배우’가 주인공인 영화라고 나오더라. 그런 용어 자체를 바꿀 수 있으면 좋겠다. 이 작품을 계기로 여성 버디 무비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영화를 “깃털 같은 마음으로 봐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내가 ‘영화를 어떻게 봐야 한다’라고 답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며 다만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명확하게 전달되는 것이 핵심이고 관객들이 이와 함께 깃털 같은 마음으로 영화를 감상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초미의 관심사’는 오는 27일 개봉한다.
유지희 기자 yjh@tvreport.co.kr / 사진=레진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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