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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엘 ‘물 300톤’ 발언, 이선옥 작가 “정의로움 어필” 지적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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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박설이 기자]이선옥 작가가 배우 이엘의 발언을 비판했다.

이선옥 작가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이엘 사태로 보는 피씨주의 운동의 특징’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작가는 이 글에서 이엘이 최근 가뭄 속에 열리는 싸이의 ‘워터밤’ 콘서트를 저격한 SNS 게시글을 분석했다.

이 작가는 “피씨주의자들은 변화를 위한 행동보다 자신의 정의로움을 어필하는 데에 관심을 둔다”며 “배우 이엘이 가뭄이라는 자연재해를 극복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하는 실천은 ‘소셜미디어에 한마디 쓰기'”라고 적었다. 실천 없이 SNS에 글을 올리기만 했다는 지적이다.

이어 이 작가는 “평소 실천을 해왔다면 특정 콘서트를 겨냥한 일침보다 자신이 하고 있는 실천을 드러내어 더 많은 사람들의 실질적 행동을 만들어내는 쪽을 택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작가는 이엘의 행동에 대해 “가뭄에 물을 뿌리며 콘서트나 하는 개념 없는 타인에게 일침을 가하는 정의로는 나에 대한 과시에 가깝다”고 일침하며 “더구나 이번 발언은 타인의 직업 영역에 대한 존중이 없는 점에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뭄이라는데 물을 낭비하는 듯 보이는 콘서트가 탐탁지 않게 여겨질 수는 있다. 그럴 때 보통의 사람들은 그 콘서트에 가지 않는 것으로 정의를 실천한다”면서 “그 콘서트 때문에 가뭄이 생긴 것도 아니고, 그 콘서트에 참여하는 뮤지션과 관객들이 타인에 대한 연민이 부족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소신을 덧붙였다.

끝으로 이 작가는 “당신의 예민함이 곧 정의가 아니며, 당신의 불편함이 곧 불의의 근거도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앞선 12일 이엘은 트위터 계정에 “워터밤 콘서트 물 300톤 소양강에 뿌려줬으면 좋겠다”는 글을 올려 싸이의 트레이드마크인 ‘흠뻑쇼’를 겨냥한 것이라는 추측을 낳았다. 싸이는 코로나19로 중단했던 ‘흠뻑쇼’를 오는 7월 재개한다.

이와 관련 온라인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자 이엘은 “화가 나면 화를 내고 욕하고 싶은 욕 해야죠”라고 트위터에 추가로 글을 올려 논란을 가중시켰다.

한편 이선옥 작가는 2010년 전태일 문학상 기록문 장편 부문을 수상하며 데뷔, 이후 다양한 매체에서 여성, 인권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음은 이선옥 작가 페이스북 글 전문.

피씨주의자들은 우선 개인적 불편함 발산에 공적 의제의 외피를 두른다. 그러면 예민하고 불만 많은 민중에서 정의로움을 추구하는 개념인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행동에는 선민의식, 엘리트의식, 주목에 대한 욕망, 지적 욕망 등이 복합적으로 작동한다.

피씨주의자들은 변화를 위한 행동보다 자신의 정의로움을 어필하는 데에 관심을 둔다. 배우 이엘이 가뭄이라는 자연재해를 극복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하는 실천은 ‘소셜미디어에 한마디 쓰기’이다.

진정 변화와 해결을 바란다면 특정 콘서트를 겨냥한 ‘일침’보다 자신이 하고 있는 실천을 드러내어 더 많은 사람들이 실질적 행동을 만들어내는 쪽을 택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빨래를 모아서 세탁기를 돌린다거나, 양치질과 설거지할 때 물을 틀어놓지 않는다거나, 마지막 헹굼물에 손빨래를 한다거나 하는 생활습관의 개선부터, 물부족 때문에 피해를 입은 농가를 지원할 방법을 찾는다거나, 사람들이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이를 알리는 글을 쓸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엘의 행동은 ‘가뭄에 물을 뿌리며 콘서트나 하는 개념없는 타인에게 일침을 가하는 정의로운 나’에 대한 과시에 가깝다.

더구나 이번 발언은 타인의 직업영역에 대한 존중이 없는 점에서도 문제다. 더운 시기에 관객들과 물을 뿌리며 노는 콘서트는 이제 하나의 시즌상품이 되었고 많은 이들이 이 콘서트를 기다린다.

뮤지션과 스텝들은 이 콘서트를 위해 큰 비용과 시간과 노력을 들여 준비한다. 여름 한 철 지자체는 거리에서 물총을 쏘는 행사를 열기도 하고, 분수쇼를 열거나, 수영장을 개방해 더위에 지친 시민들을 위로한다.

물300톤이라는 말은 매우 선정적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의 사정이, 나에게는 나의 사정이 있듯, 불행을 알기 전 계획된 일에 대한 이런 식의 비난은 타당한 이유 없이 타인을 이웃에 대한 연민이라고는 없는 나쁜 사람으로 만든다.

스스로 인권감수성이 발달했다고 믿는 피씨주의자들의 도덕적 우월감은 동료 시민을 손쉽게 혐오주의자로 낙인 찍는 우를 범한다.

피씨주의자들은 타인의 사정을 배려하거나 종합적인 사고를 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되지만 만일 이엘이 영향력이 커서 콘서트가 실패하기라도 한다면 그 작업에 기대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의 삶은 타격을 입게 된다. 가뭄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도 있으니 견디라고 할 것인가?

피씨주의자들은 다양한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문제를 종합적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이 없다. 자신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불편함에만 편협한 관심을 갖는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언제나 어떠한 형태로든 불행이 닥치고 이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나누려는 마음은 권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스스로 실천하기보다 타인의 행위를 억압하고 규제하는 해결책을 말하는 사람들의 욕망은 위험할 뿐 아니라 해결책이 될 수도 없다.

가뭄이라는데 물을 낭비하는 듯 보이는 콘서트가 탐탁지 않게 여겨질 수는 있다. 그럴 때 보통의 사람들은 그 콘서트에 가지 않는 것으로 자신의 정의를 실천한다. 그 콘서트 때문에 가뭄이 생긴 것도 아니고, 그 콘서트에 참여하는 뮤지션과 관객들이 타인에 대한 연민이 부족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나만이라도 그 소비에 동참하지 않음으로써 죄책감을 덜 수 있다면 콘서트를 가지 않는 방법을 택한다.

이엘은 가뭄일 때 자신이 출연하는 작품에서 살수차를 동원한다면 이를 비난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가? 산불이 났을 때는? 홍수가 났을 때는? 경제가 어려울 때는? 많은 불행들 앞에서 그때마다 누군가의 중요한 직업 영역을 비난하는 것으로 변화와 정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는가?

피씨주의자들은 자신의 행동을 정의를 위한 용기 있는 실천으로 여긴다. 자신의 비판이 논리가 부족하거나, 사실과 부합하지 않을 때조차도 마치 부당한 탄압을 받는 순교자처럼 인식한다.

피씨주의 운동의 특징은 변화가 아니라 동요를 일으켜 자신의 정의로움을 과시하고, 동요 자체에서 오는 혼란을 정의라 여기며, 결국 타인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권력을 가지는 것이다.

이엘이 그러한 권력을 얻으려 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대체로 선민의식, 엘리트의식, 주목에 대한 욕망, 지적 욕망 등을 가진 사람일수록 피씨주의 운동의 속성과 부합하기 때문에 곧잘 경도 된다는 의미이다.

진보적 매체들이 이러한 운동을 키운다. 보도할만한 사안이 아님에도 마치 중요한 의미가 있는 듯 ‘개념’ ‘소신’ ‘용기’ ‘일침’과 같은 용어를 사용해 의미 부여를 한다. 개념 없는 시민들에게 정의를 가르치려 든다.

가뭄은 가뭄대로 빨리 극복 되기를 바라고, 워터밤 콘서트도 계획한 대로 잘 끝나서 코로나로 얼어붙은 공연계가 다시 살아나면 좋겠다. 대다수 시민들은 모두 이러한 마음으로 살아간다.

당신의 예민함이 곧 정의가 아니며, 당신의 불편함이 곧 불의의 근거도 아니다.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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