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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건 세상에 없다”…14년 연기 인생에도 남은 수많은 김고은의 얼굴 [31th BIFF] [종합]

강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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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지호 기자] “당연한 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해요”

데뷔 14년 차 배우 김고은은 여전히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고 믿는다. 수많은 작품을 거치며 자신만의 연기 세계를 구축했지만, 익숙함에 기대기보다 새로운 얼굴을 찾는 데 집중해 왔다. 스스로를 치열하게 몰아붙였던 시간을 지나 이제는 여유를 허락하는 법도 배우고 있다.

8일 부산 해운대구에서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토크 프로그램 ‘액터스 하우스’가 진행됐다. 이날 김고은은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파묘’,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 등 자신의 출연작을 돌아보며 배우로서 걸어온 시간을 되짚었다.

김고은은 지난해 다리 부상으로 수상 일정만 소화했던 아쉬움을 털어놓으며 “부산은 굉장히 열정적인 도시다. 올 때마다 기분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는다”고 인사했다.

이어 근황에 대해서는 “숨은 못 돌리고 있다. 지금도 숨차게 촬영하고 있다”며 “현재 촬영 중인 작품이 11월 중순에서 말쯤 끝날 것 같다. 거의 1년 가까이 촬영한 작품이라 끝나고 나면 조금은 숨 돌릴 틈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이날 김고은은 자신이 연기한 인물들을 통해 캐릭터를 바라보는 시선과 연기 방식에 대해 이야기했다. 먼저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에서 연기한 재희를 떠올리며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날생선처럼 파닥파닥하는, 정말 날것의 인물이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 안을 들여다보면 자기방어가 보이기도 했다. 갓 성인이 돼 시행착오를 겪기 시작하는 재희를 보면서 좋은 언니가 돼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인물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고은은 해당 작품의 출연을 결심한 뒤 실제 촬영까지 약 2년 반을 기다렸다고 밝혔다. 그는 “앉아서 한 번에 읽어 내려갈 만큼 이야기가 재미있었다”며 “이런 귀한 작품 속 인물을 세상에 꺼내고 싶었고, 그게 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에서는 한 인물의 20대부터 40대까지 긴 시간을 표현해야 했다. 김고은은 나이에 따른 외형적 변화보다 인물이 살아온 시간이 만들어낸 분위기에 집중했다.

김고은은 “가장 현실에 밀접해 있고 싶었다”며 “주변의 40대 초반 선배들이나 언니들을 보면 분장을 크게 해야 할 만큼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와 성숙도에서 세월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또 “20대, 30대, 40대의 변화를 인물이 가진 분위기와 아우라가 어떻게 바뀌었을지 고민했다”며 직업의 변화 역시 인물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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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묘’에서 연기한 무당 화림 역시 직업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했다. 김고은은 “화림은 직업의식이 투철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일을 할 때는 굉장히 프로페셔널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으로 갖춰진 사람”이라고 밝혔다.

그는 “프로들 사이에서도 유독 전문적인 사람은 미묘한 차이가 있다”며 “그 미세한 차이가 화림을 만들겠다는 생각에 작은 동작과 제스처에 많이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자신에게 엄격하지만 촬영 현장에서는 오히려 긴장을 내려놓으려 노력한다고. 김고은은 “새로운 작품을 받고 촬영에 들어가기 전까지 스트레스가 극심하다”며 “현장에 가기 전까지는 나를 많이 괴롭히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풀어주는 편이다. 큰 감정 장면을 앞둘수록 더 웃고 장난도 많이 친다”고 말했다.

이어 “마음의 여유는 연차가 쌓이거나 나이가 들었다고 생기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나를 여유롭게 내버려둘 수 있는 것도 큰 용기다. 그 용기를 내는 훈련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감정을 대하는 태도 역시 달라졌다. 그는 “어릴 때부터 힘들다는 말을 잘하지 못했다. ‘그게 뭐가 힘드냐’, ‘너보다 힘든 사람이 많다’며 스스로를 몰아붙였다”며 “요즘은 힘들면 충분히 힘듦을 느끼고, 털어낼 시간을 스스로에게 주려고 한다”고 털어놨다.

김고은은 배우로서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그는 “항상 당연한 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주어지는 일들이 언제까지나 주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끊임없이 내 일을 증명해야 하고, 그 증명이 다음 일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로운 얼굴을 계속 보여드리고 싶다. 내 안에는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며 “관객들이 ‘또 새로운 게 있을까’ 궁금해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분야로는 음악을 꼽았다. 김고은은 드럼을 연주하는 여성들의 모습이 멋있어 관련 영상을 몇 시간씩 찾아본 적이 있다며 악기를 배우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음악 영화나 뮤지컬 영화에도 관심을 드러냈지만, 무대 뮤지컬에 대해서는 라이브 공연의 전문성을 언급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끝으로 김고은은 “지난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갖는 배우가 됐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 칭찬해 주고 싶은 부분”이라며 “앞으로도 관객들의 마음에 와닿는 작품을 더 남기고 다시 이런 자리를 갖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5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열린다.

강지호 기자 / 사진= 강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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