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 이어
[TV리포트=박설이 기자]B1A4 멤버들, 백퍼센트, 업텐션, 온앤오프, 위아이, 케플러, 등 그룹의 일부 멤버가 김구현 트레이너의 보컬 트레이닝을 거쳤다. TO1, JO1, 디엑스틴 등 일본 아이돌 서바이벌 그룹 의 보컬 트레이닝도 김구현 트레이너가 담당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를 묻자 그는 아이돌이 아닌 밴드 보컬 하현상을 언급했다.
“아티스트의 경우 매력을 존중하면서 성과를 내야 하니 힘들어요. 또 바쁜 와중에 연습을 해야 어쩔 수 없이 연습생보다 연습량도 적고요. 그런데 하현상은 숙제를 내주면 다음 시간에 꼭 해서 와요. 데뷔한 기성 가수를 가르치는 건 정말 쉽지 않은데 하현상은 잘해줬어요. 팬들도 ‘보컬이 나아졌다’는 반응을 보였고요. 하현상의 노력이 9할이에요.”
가르쳐서 나아지는 제자가 있는 반면 도무지 성장 가능성이 없다거나, 아무리 연습을 해도 좋아지지 않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김구현 트레이너는 그럴 때 자책을 하며 “어떤 것을 놓쳤을까”고민한다.
“어떤 관념에 갇혀서 못 본 걸까? 성장을 못시키는 건 아닐까 생각해요. 지금 데뷔해 활동 중인 어떤 친구는 진짜 열심히 하는데 음역대가 안 늘더라고요. 기껏 해야 파트 한두 개 있었던 멤버였어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만났을 때 정말 열심히 했었거든요. 사실 음역이 높아지지 않으면 노래가 는 게 티가 안 나요. 많이 좋아지고 안정됐지만 사람들은 잘 모르죠. 그런데 녹음실 들어가서 대표님이 이 아이를 보고 ‘왜 이렇게 노래를 잘하니?’라고 알아보시더라고요. 그 앨범에서 그 친구 파트가 늘었어요. 연습을 하면 어디서라도 티가 나요. 그걸 알아내고 방향을 제시하는 건 관심이에요. 노력하면 타이밍은 와요.”
김구현 트레이너는 제자들에게 “나는 스포츠팀 코치이고 너는 플레이어, 우리는 작전을 짰고 무대에서 경기를 한다”라고 얘기한다. 정확한 플레이를 위해 정교하게 작전을 짠다는 것이다.
“잘한다는 것의 기준은 다를 수 있어요. 하지만 하고자 하는 것은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죠. 저는 ‘연습 잘해와’라고 안 해요. ‘잘’이 붙으면 100점을 받아야 한다는 부담이 생기거든요. 100점이 돼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못하기도 하니까요. 정확하게 해왔을 때 비로소 칭찬을 해요. 노래는 수치화가 안 되잖아요? 그래서 가능한 한 기준을 만들어주려고 하죠.”
성공의 조건
노래를 잘하고 랩을 잘 쓰고 춤을 잘 추고 팬을 사로잡는 매력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다 갖춘 아이돌이 또 가져야 할 건 올바른 인성과 자세라고 김구현 트레이너는 말한다. 최근 일본 그룹 JO1의 멤버 준키를 가르친 김구현 트레이너는 트레이닝을 받아본 적이 없는 그를 3주 만에 메인보컬로 만들어내야 했다.
“메인보컬이지만 춤도 춰야 하잖아요? 두 가지를 동시에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정말 열심히 하더라고요. 제가 ‘너한테 너무 어려운 파트만 주지?’라고 했더니 ‘괜찮다, 자신 있다, 다 해내겠다’라고 하더라고요. 정말 다 해냈어요. 일본 친구들이 그 아이를 다 알았어요. 해낸 과정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아니까 기억에 남네요.”
일본 그룹 멤버의 치열한 노력과 태도가 인상깊었다는 김구현 트레이너에게도 가르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가르쳐야 하는 제자도 있단다.
“인성이죠. 사람을 대할 때 무시가 깔려있다든지 하는 아이가 있어요. 아무리 잘해도 인성이 제일 중요해요. 인성은 제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영역이 아니잖아요. 노래는 잘하게 해줄 수 있지만요. 진짜 인성을 저에게는 숨길 수도 있고요. 하지만 다 보이죠 사실.”
반면 연습에 진심이고 성심성의껏 임했던 제자들 중 성공한 제자가 많았단다. 김구현 트레이너는 이들의 공통점으로 “엉덩이가 무거웠다”라는 점을 들었다.
“연습생들이 제게 ‘얼마나 연습해요?’라고 물어보면 ‘고시생만큼’이라고 답해요. 그야말로 하드코어죠. 열심 그 이상이에요. 열심은 보통이고 치열하다는 말이 어울려요. 놀고 싶을 텐데, 먹고 싶을 텐데, 쉬고 싶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도 커요.”
그렇게 죽을 힘을 다해 연습한 끝에 성공한 제자를 보는 것만큼 제자가 기뻐하는 것을 보는 것도 김구현 트레이너에게는 보람이다.
“디엑스틴이 뮤직비디오 리액션을 하는데 한 아이가 너무 좋아서 펄쩍펄쩍 뛰더라고요. 그 아이를 2년 가까이 가르쳤거든요. 그런 모습 처음 봤어요. 그렇게 행복해 하는 걸 보는데 너무 기분이 좋더라고요. 애들이 행복하려면 노래를 잘해야 돼요. 노래를 하고 싶어서 이 일을 하는 아이들이니까. 노래를 잘하려면 잘 가르쳐야 하고, 노래를 잘했다면 회사가 만족할 거고, 그 아이는 가수가 될테니까요. 그게 행복이죠.”
“음원을 왜 내냐고요?”
아이돌을 준비하는 제자들을 주로 가르치고 있지만 그가 가르치는 모든 연습생이 아이돌이 될 수는 없다. 그 현실의 벽을 감당하기에 연습생은 너무 어리다. 꿈이 좌절되는 상황을 맞닥뜨리는 아이들에게 김구현 트레이너는 완충제가 되고자 한다. 그래서 프로듀싱을 해 음원을 내기도 했다.
“노래만 가르쳐서는 시야가 좁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아이돌 회사에 들어가지 못할 캐릭터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노래는 너무 잘해요. 그 아이의 꿈이 아이돌인데 ‘넌 아이돌 안 될 것 같아’라고 말은 못하겠어요. 그렇다면 그 아이에게 다음 스텝을 가르쳐줘야 하잖아요? 음원을 내면서 스스로 공부했어요. 제작자의 관점도 생기고 작곡가의 관점도 배웠어요. 다른 것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지금도 작곡을 하고 있어요. 감을 가지려고요. 훨씬 다양한 얘기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됐어요.”
자신의 제자, 후배들에게 노래 외에 더 많은 길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김구현 트레이너는 보컬 트레이닝의 조건에 대한 기준도 명확하다.
“자기 말의 무게, 자기가 받는 페이의 값어치, 연습생의 시간, 노력과 마음에 대한 책임감이 가볍지 않은 사람이요. 비단 보컬 트레이너뿐 아니라 가르치는 사람은 다 그래야죠. 저는 트레이너는 선생보다는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어쩌면 코치가 더 맞는 말일 수도 있고요. 책임을 같이 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요.
12~13년 이 일을 하면서 철학은 계속 바뀌더라고요. 점점 강해지는 건 책임감이 유일해요. 얼마 전 트레이너들에게 특강을 하면서도 ‘돈값 하라’는 말을 했어요. 에너지, 돈, 마음에 상응하는 값어치를 해야 한다는 거죠.”
트레이너들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 김구현 트레이너는 연습생들에게는 ‘약속’을 잘 지킬 것을 당부했다.
“약속을 지킨다면 희망하는 곳을 향해 더 가까이 가 있을 거예요. 연습을 할 거라고 자신과 ‘약속’한 것이잖아요? 저는 노래 못하는 걸 혼내지 않아요. 약속을 안 지킨 것에 대해서 얘기해요. 테크닉들은 경험이 쌓이면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약속은 본인의 의지가 필요하니까요.”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김구현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