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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후TALK] “스페이스 공감 섭외력 미쳤다는 말 듣고 싶어요” (인터뷰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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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에 이어

[TV리포트=박설이 기자]신인을 발굴, 소개하는 ‘헬로루키’ 프로젝트 역시 인디씬의 좋은 음악을 대중에게 소개하겠다는 제작진의 사명에서 시작된 일이다. 공연 당일 티켓 확인부터 좌석 안내까지, 모두 ‘스페이스 공감’ 스태프들이 직접 할 정도로 일손이 부족한 가운데서도 이 좋은 음악, 이 멋진 뮤지션을 더 많은 관객이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 하나로 최선을 쏟는다.

그래서 매 순간이 즐겁고, 매 순간이 힘들다. 음악이 좋아 신이 나면서도 수치를 보고 고민을 하기 시작하면 속이 상한다. 하지만 ‘스페이스 공감’ 공연장에서 보는 라이브 공연은 제작진의 걱정과 근심을 날리는 희열 최대치의 순간이다. 찍는 데 열중해야 할 카메라 감독이 퍼포머의 비트 있는 노래에 발을 구르며 같이 즐기는 것을 보고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사람들, 사심 채우고 있다’고. 이들의 음악 사랑은 진짜라고.

Q_아무리 음악이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힘들 때도 있을 것 같다. 혹은 당황스러웠던 순간.

나 작가 : 일정이 갑자기 바빠지는 순간이 간혹 있다. 정해진 스케줄이 있는데 갑작스럽게 공연이 잡히는 경우 어쩔 수 없이 구성안, 편집, 공연이 한번에 몰린다. 그래서 늘 평정심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어떤 위기가 와도 의연하려고 노력한다. 레귤러와 ‘헬로루키’와 병행할 때는 정신이 없더라. 여러 팀과 한꺼번에 소통하고 준비를 해야 해서 처음에는 팀명도 헷갈리고 그랬는데 애정을 갖고 하니 보이더라.

김 작가 : 물론 가끔 힘들 때가 있다. 그래도 결국 ‘내 가수 멋있다’ 하면서 보게 된다. 부끄럽지만 내가 (진행)한 것인데도 보면 멋있고, 더 사랑하게 되더라.

​황 PD : 바로 어제(이무진 편 녹화일) 당황했다. 이무진 씨와 대화하다가, 어릴 때 딱지치기 얘기가 나와서 “딱지 어떻게 접느냐”고 물어봤는데, 이무진 씨는 그 세대가 아니더라.(웃음)

Q_’헬로루키’ 얘기를 좀 더 해본다면?

황 PD : ‘헬로루키’는 연간 프로젝트라 레귤러와 별개로 구성돼야 한다. 작년에는 추가 인력도 없고 해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2년을 쉬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쉬면 앞으로 영영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절박했다. 할 수 없는데 한 거다. 제작진 모두 감격했고, 울컥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Q_제작진들의 사명감이 남다를 것 같다.

황 PD :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런 와중에 실리카겔 공연을 한 날이 있었다. 실리카겔이 ‘헬로루키’ 출신인데 너무 잘됐고, 멋진 앨범을 들고 다시 ‘스페이스 공감’을 찾아왔다. 여기가 본인들의 음악 인생에 중요한 모멘트였다고 얘기하더라. 헬로루키를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헬로루키가 없었다면 이 밴드를 만나지 못할 수도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해야겠다’ 했다. 케이팝은 더욱 산업화될 것이고,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는 곳, 기회는 많지 않다. 그런 가운데 (뮤지션과 리스너의) 가교가 되어줄 수 있는 등용문, (신인인) 그들에게 창구를 제공하는 건 우리밖에 없지 않을까.

Q_역할에 대한 사명과 별개로 대중성, 시청률에 대한 고민도 안 할 수는 없다. 대중성을 부각한 타 프로그램을 보며 흔들리지는 않나?

황 PD : 고민을 가져다주는 건 아무래도 수치들이다. 그런데 저희 진짜 열심히 한다. 영혼을 갈아서 한 편 한 편, 한 회 한 회 공연을 만들고 방송을 만든다. 녹화해서 내는 거 아니냐고 하시지만 그렇지 않다. 시청률, 조회수 등 수치들이 주는 박탈감은 물론 있다. ‘안 되나?’ 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저희가 힘쓰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를 알아주시는 것, 저희를 통해 이 뮤지션을 처음 만났다는 말, ‘우리나라에 이런 프로가 아직 있구나’ 라는 말을 들으면 마음을 다잡게 된다. EBS이니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화 예술 교육에 있어 가장 좋은 교육의 방법은 경험이다. 공연을 보고 음악을 접해보는 것이 인간의 삶에 굉장한 영향을 주지 않나. 그런 고민과 책임감, 꾸준하게 해낼 수 있는 방송사는 결국 EBS다. 쉬운 길도 아니고 눈에 보이는 이득도 없지만 그런 경험을 주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_무관객의 시간도 길었다. 무엇이 제일 힘들었나?

황 PD : 제목이 ‘공감’이다. 뮤지션이 무대에 서지만 프로그램을 완성하는 건 관객이고, 교감이다. 그런데 관객이 사라져버렸다. 우리 프로그램을 계속 하는 게 맞나라는 고민도 많았다. 홀 말고, 시청자와 소통하는 방법을 찾아보자 해서 야외 촬영도 했고 뮤비 구성도 했고 특집도 많이 했다. 어떤 날은 관객이 너무 보고 싶은 거다. 소수의 관객은 초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데이브레이크와 호텔 콘셉트로 VIP 관객 5명을 초대했는데 재미있었다. 함성을 못 지를 때여서 다섯 명 관객에게 고양이 귀를 쓰게 해서 감정을 눈으로 볼 수 있게 했다. 관객이 늘 그리웠다.

사실 카메라가 뮤지션에게 너무 가까이 가면 아티스트가 낯설어한다. 카메라를 보며 공연하는 게 낯설고 싫어서 ‘스페이스 공감’에 나오는 분들도 있지 않나. 그때는 무대 세트를 더 많이 신경썼다. 뭐라도 더 채워 넣고자 고민했다. 비어있는 객석에 시선이 빼앗기지 않도록.

작년에 빅나티 공연으로 관객을 다시 맞았다. 그때 객석이 다 차서 기쁜 마음에 야광봉을 나눠드렸다. 흔드는 모습에 울컥했다.

나 작가 : 처음(‘스페이스 공감’에) 왔을 때, 유관객 무관객을 병행하던 시기였다. 관객이 없이 들어가는 팀과 관객을 받을 때 팀의 에너지 차이가 있더라. 빨리 정상화돼서 공연장이 다시 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주 담당팀이 아닌 팀은 객석에서 모니터를 하는데 (무관객 때는) 무대가 끝났을 때 허전함이 있다. 앵콜도 안 해주니까, 표정도 공기도 다르다.

황 PD : 그래서 그때 스태프들이 모여서 (환호를) 녹음해서 공연 중간중간 현장에서 틀기도 했다.

Q_제작진의 개인적인 음악 취향도 궁금하다.

황 PD : 모든 음악을 다 좋아한다. 막내작가는 최근에 다나카를 좋아하더라.(웃음)

나 작가 : 밴드 87댄스를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이 방송을 하기 전부터 좋아했다. 인디 뮤지션들을 좋아해서 소극장에도 기회가 되면 가서 보곤 했다. ‘스페이스 공감’에 나왔으면 하는 팀들을 마음 속에 품어두고 있다.

김 작가 : 이 프로를 하고 나서 음악적 취향을 더 잘 알게 됐다. 나는 묵직한 밴드 사운드를 좋아하더라. 독특하게도 2016년 ‘헬로루키’에서 많이 깨달았다. 신인들이지 않나. 그런데도 깊은 감동을 받았고 취향을 알아가는 기회가 됐다. 그런 분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됐으면 한다.

Q_꼭 나왔으면 하는 뮤지션이 있나?

황 PD : 콜드플레이, 마룬파이브, 위켄드(웃음). 조용필, 나얼, 박효신, 아이유도. 우리 프로그램 취지 중 하나가 아카이브 구축인데, 그렇게 음악 생활을 오래한 이들이 여기 없다고? 이런 생각을 하면 조금 마음이 조급해진다.​

김 작가 : 방송 활동을 잘 안 하고, 섭외가 쉽지 않은, 검정치마. 그런 분들의 귀한 영상을 담을 수 있으면 좋겠다.

​나 작가 : 서태지. ‘말도 안 된다’는, ”스페이스 공감’ 섭외력 미쳤다’는 소리를 듣는 게 늘 목표다.

Q_내년이 20주년이다. 미리 소회를 얘기해 본다면?

황 PD : 내년까지 살아남고 싶다. 꼭 살아남아서 페스티벌을 해보고 싶다.

나 작가 : 제가 막 성인이 되던 시기에 ‘스페이스 공감’이 생겼다. 스무살이 된 것이지 않나. 방송 막 시작하던 시기부터 관심을 가졌던 프로그램인데 나이가 들어서 (그 프로그램의) 작가가 됐다. 선배들이 해온 길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도 살아남아서 (‘스페이스 공감’이) 어른이 되는 걸 보고 싶다.

김 작가 : 10주년 때 책이 나왔었다. ‘스페이스 공감’에 합류하고 그 책을 서점에서 샀는데 너무 멋졌다. 10년 동안 음악을 담은 얘기를 읽고 있자니 말이다. 요즘 라이브하는 콘텐츠도 진짜 많지만 오랫동안 유지하는 프로그램의 가치는 정말 있다. 수치를 떠나서라도 20년 동안 담아온 것을 봤을 때 느낌은 거짓이 아닐 거다. 공감이 20년 동안 담아온 대한민국 음악의 역사, 걸어온 길을 생각하면 놀랍기도 하고. 살아남아서 20주년을 맞는다면 마침 그 순간 여기서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영광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Q_앞으로 ‘스페이스 공감’이 그려갈 모습은?

황 PD : ‘스페이스 공감’ PD들 사이 백서가 있다. ‘공감 제작 백서’. 초창기 선배가 쓴 것 중 하나가 “우리 공연은 특정한 날에 특정 뮤지션과 특정 관객이 만나 벌어지는 특정한 음악적 사건이다”라는 말이다. 그 말이 인상적이라 일을 하면서 그 생각을 한다. 앞으로도 음악적 사건에 대한 성실한 기록자가 되고 싶다.

꼭 당부 드리고 싶은 얘기가 있다. 뭐든지 무료라고 하면 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느끼는데, 여기 와서 공연을 관람하는 건 비용으로 할 수 없는 경험이다. 정성을 다해 공연을 준비한다. 오실 것 같아서 뽑는데 객석에 빈 자리가 생기면 정말 속상하다.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을 신청해서 보시면 좋고, 그렇지 않아도 ‘스페이스 공감’이 선별한 공연이라면 믿고 와서 관람하고 체험해 보셨으면 한다. 음악이 흐르면 삶은 윤택해지지 않을까? 예술은 먹고 사는 데 후순위가 되는데, 노래가 있어야 노동도 하고 사랑도 한다. 노쇼하게 되면 양도 게시판을 이용해 달라. 금전 거래는 안 된다.

​Q_공감 제작진이 생각하는 공감은?

​나 작가 : 프리퀀시(진동, 주파수) 같은 것.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주파수가 있다.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겠지만 ‘네가 생각하는 게 내가 생각하는 그것이 맞지?’ 하는 것이 음악으로 증명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순간을 항상 기다리며 팬들에게 보여주려는 뮤지션이 있고, 그런 기회를 열어주는 순간이 ‘스페이스 공감’이다.

김 작가 : 이름을 지은 건 20년 전이겠지만, 방송에서 많이 얘기했고 많이 들어본 단어다. 강요할 수는 없고, 공감해야 한다 결심한다고 되는 것도 아닌 것이다. 공감이 일어나게 되는 것은 마법 같은 순간이다. 그 마법을 일으켜 줄 수 있는 매개를 하고 있다.

황 PD : 최근에 출연한 뮤지션 중 N행시 전문가가 있는데 그 분이 그랬다. “공연하러 왔다가 감동 받고 갑니다.” 공연 보러 왔다가도 감동을 받아갈 수 있는, 공감은 그것이다.

20년 가까이 시청자에게 음악적 공감을 자아내고자 애써온 EBS의 공간, ‘스페이스 공감’. 편협하지 않은 시선으로 리스너들에게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선물하며 대한민국 음악사 아카이브를 구축하겠다는 사명은 사뭇 거룩하다. ‘스페이스 공감’ 제작진의 바람대로 폐지 혹은 축소 없이 ‘특정한 음악적 사건’을 계속해서 카메라에 담을 수 있기를.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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