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에 이어
[TV리포트=박설이 기자] ‘SBS 인기가요’ 공성현 미술감독은 대학에서 금속 공예를 전공했지만, 어린 시절 ‘무한도전’을 좋아해 막연하게 방송국 미술감독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한다.
운이 좋아 방송국 무대 디자이너가 됐다는 공성현 감독, 그 운을 만든 건 일 생각을 멈추지 않는 열정과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 끈기, 지구력이었다.
공성현 미술감독 일문일답 이어서.
Q_어쩌다 방송국에서 일하게 됐나?
학교에서 배운 것을 무대 디자인으로 풀어갈 방향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산업디자인을 같이 공부했는데, 이때 재료에 대해 대학에서 잘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재료 특성에 대해 이해를 한 게 자연스럽게 방송 세트 디자인에 이롭게 작용했다. 공간 디자인 자체가 매력적인 일이라고 생각했고, 정말 우연치 않게 일이 잘 풀렸다.
Q_평소 어떤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지…
남자인지라, 여자 아이돌이 더 좋다. 트와이스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사심이 가기는 하지만 가수 무대 디자인을 할 때 경중을 두지는 않는다. 남자 아이돌 중에는 방탄소년단. 무대를 확실히 잘한다. 옛날에는 빅뱅도 좋아했다. 음악은 안 가리고 듣는 편이다.
Q_본의 아니게 아이돌 박사가 됐을텐데, 주로 무엇을 보고 공부하나?
기획사 홈페이지에서 보기도 하고, 주변에 있는 (아티스트의) 팬들이 얘기해주는 것을 듣기도 한다. (온라인에) 팬들이 잘 정리해 놓았더라. 요즘에는 그 아티스트의 세계관이 어떤 건지 제일 먼저 확인한다.
Q_요즘 아이돌 콘셉트가 정말 다양하다. ‘와, 이건 진짜 신박하다’ 했던 경우가 있나?
에스파가 처음 나왔을 때. 시대의 흐름을 앞서갔다고 생각한다. 결국 (메타버스로의) 에스파는 가능하지 않을까? IP를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VR 콘서트도 했더라. 이 분야를 더 알기 위해서 대학원도 다니고 있다. 공부를 하는 이유도 무대 디자인에 어떻게 적용할지 생각하기 위해서다.
Q_대학원까지, 쉬는 날은 있나?
일을 열심히 한다고 생각은 한다. 한번은 친구가 “너는 언제 쉬냐?”라고 물어보길래 “안 쉬는데?”라고 했더니 “쉬는 날은 네가 만드는 거야”라고 하더라.(웃음) 아침에 출근할 때 딸에게 “내일 봐” 할 때가 많다. 이제 31개월인데, 쉴 때는 무조건 딸과 밖에 나간다. 밥도 먹고, 최근엔 벚꽃 구경도 하고.
Q_지금의 제작 환경도 좋을 테지만, 그래도 아쉬운 부분이 있을까?
나도 디자이너이다 보니 하고 싶은 그림들이 있다. 그걸 실현할 수 있는 충분한 예산?(웃음). 좋은 장비를 쓰면 당연히 더 좋다. 규모를 키우려면 예산을 많이 써야 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 항상 예산이 초과되기는 하지만, 예산 때문에 한계에 부딪치는 상황이 늘 있다. 아티스트의 콘셉트를 제대로 살리려면 이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예산 때문에 실현이 안 되면 아쉽다. 한번 찍으면 끝이니까. 그래서 할 때 제대로 해서 방송에 나가기를 바라는 것이다.
Q_무대 미술감독, 어떤 사람이 하면 좋을까?
콘텐츠를 재미있게 보는 친구들이면 좋을 것 같다. 방송국은 몸도 많이 쓰는 곳이기 때문에 ‘창조적인 노동’을 하는 집단이라는 얘기를 우리끼리 한다. 그러려면 계속 생각을 해야 한다. 길 가다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있는데 그걸 일이라고 생각 안 하고 자연스러우려면 평소 방송을 재미있게 보는 게 중요하다. 그걸 일이라고 생각하면 못 할 거다.
Q_팀과 업계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팀원들에게는 너무 고맙다. 그들이 있기 때문에 이 시스템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퀄리티를 뽑아낼 수 있다. 후배들에게는, 재미를 처음부터 느끼기는 힘들다. 나도 그랬다. 버티다 보니 재미있어지는 시기가 오더라. 뜻이 있다면 힘들어도 조금만 버텨보면 재미있는 순간이 올 거다. 또, 할 때는 제대로, 빡세게 했으면 좋겠다.
Q_’SBS 인기가요’를 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모든 디자이너들이 본인이 해야 하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서 디자인을 하고 있고, 모든 디자인에는 다 이유가 있을 거다. 그걸 왜 그렇게 표현했는지에 대한 이유가 분명 있다. 너그럽게 봐주시길 바란다. 이 업계 모든 분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을 테니.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 /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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