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후TALK] 인터뷰②에 이어
[TV리포트=박설이 기자]배정훈 PD는 다른 일정으로 먼저 인터뷰 자리를 떠난 뒤, 박진아 작가와 시사다큐 방송작가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한 대학 문예창작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23년 경력의 박 작가는 시청자가 프로그램을 만든 많은 스태프 중 한 사람을 넘어 프로그램의 창작자로서 방송작가를 주목해주길 바라며, 작가를 꿈꾸는, 그리고 작가로 일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좀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 기회를 잡으라고 조언했다.
Q_드라마 작가에 대한 뜻은 없으세요?
그 질문 정말 많이 듣는데요. 장르를 크게 연연하지 않으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대로 잘 할 수 있는 게 드라마라면 하면 좋죠.
저는 있는 사실과 찍힌 영상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이에요. 만약 넓은 바다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을 때, 드라마는 바다를 써서 보여줄 수 있지만 시사교양은 찍혀있는 바다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죠. 결이 달라요. 노하우, 경험, 사례를 많이 가지고는 있지만, 물건 많다고 다 잘 파는 건 아니니까요. 기회가 되면 할 수 있도록 많은 준비를 하고 있어요. 열려있습니다.
지금 배정훈 PD와 기획하고 있는 게 있어요. 리얼하지만 드라마틱한 요소가 있는 것을 준비하고 있어요. 이야기 구조는 드라마인데 리얼한, 다른 곳에 절대 없는 포맷이에요.
Q_23년 일하셨잖아요? 방송작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듣고 싶어요.
작가가 고용된 스태프라는 개념보다는, 창작자로서의 제대로 된 권리가 보장되는 게 필요하죠. 저희는 기획을 같이 했잖아요? 또 프로그램을 만들 때 아이템을 선정하는 것도 프로그램 안에서는 기획이고요. 기획에서 제작까지 작가의 작화가 필요하잖아요? 단순한 협업 인력이 아니라.
고용된 프리랜서가 아니라 창작자로서의 기회와 권리가 보장됐으면 좋겠어요. 요즘엔 작가들에게 기획안을 받아요.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거든요. 실제로 작가들 기획안을 가지고 얘기를 많이 하고 있고요. 특히 이번에 OTT와 일을 해보니, 프리랜서 입장에서는 콘텐츠만 보기 때문에 (일반 방송사보다) 더 열려있더라고요. 작가들이 창작자로서의 기회를 더 많이 잡을 수 있게 된 만큼 저작권 등에 대해 건강하게 이야기됐으면 좋겠어요.
Q_프리랜서라는 신분,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을 것 같아요.
방송작가로 23년 일을 하면서, 늘 공중그네를 탄다고 생각했어요. 잡고 있던 그네를 놓지 않으면 다음 그네로 갈 수 없어요. 두 개를 쥐어서도, 두 개를 놓쳐서도 안 돼요. 프로그램이나 장르, 플랫폼을 이동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지금 하는 것을 놓을 줄 알아야 다음 것을 잡을 수 있어요. 그런 숙명을 타고났다고 생각해요.
프리랜서로의 어려운 현실은 개선돼야 하는 것은 맞죠. 하지만 방송작가를 직원, 공무원처럼 앉혀 놓는다면 창작자로서 다음 그네로 이동하는 게 어려울 거예요. 내가 잘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이야기를 어디에서 할 것인가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작가로서 수명이 어디까지가 적당한 건지 잘 모르겠지만, 일을 하는 순간마다 행복하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 받는다면 작가로서의 수명이 느는 것보다 더 행복한 가치를 누릴 수 있잖아요?
기회가 많이 보장됐으면 좋겠어요. 어떤 프로그램이 잘되면 그 프로그램을 만든 작가의 이름도 한 번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해서 작가들이 자기 이름을 갖고 자기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장르도, 플랫폼도 다양화되고 작가의 수명도 늘 수 있지 않을까요?
Q_’그알’ ‘국가수사본부’ 등 탐사 보도를 즐겨보는 시청자에게 하고 싶은 말
탐사 보도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분들은 아마도 이야기가 주는 사회적 메시지를 응원하시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드러났을 때 오는 쾌감을 좋아하실 거예요. 달라진 건 예전 탐사 보도는 ‘무엇’을 전달하는지가 중요했고, 지금은 ‘어떻게’가 중요해졌죠. SBS ‘꼬꼬무’ ‘당혹사’ 같은 스토리텔링을 좋아하는 분도 있는가 하면, 정직하고 묵직한 걸 좋아하시는 분들 있고, 제작진 개입 없어 스스로 관점 갖는 걸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을 테죠.
‘그알’도 그렇고 ‘국가수사본부’도 그렇고, 만들면서 많이 느끼는 건 ‘난 아직도 모르는 게 많구나’라는 거예요. 그래서 오랫동안 이 일을 하는 거죠. 제대로 알고 싶어서요. 그동안 형사님들을 많이 만나봤지만 ‘국가수사본부’를 하면서 처음 알게 된 것들이 많아요. 그래서 제대로 아는 게 중요하다는 걸 또 느꼈죠. 제대로 알아야 건강한 비판을 할 수 있어요. 시청자가 제대로 알도록 우리가 제대로 만들어야 하고요.
모든 사람들이 유쾌한 사회를 원할 거예요. 그런데 암울한 이야기를 알아야 그걸 유쾌하게 바꿀 수 있어요. 탐사 보도 프로그램은 시청자의 관심이 없으면 존재의 이유가 없습니다.
Q_아직 ‘국가수사본부’를 보지 않은 분들에게
‘국가수사본부’는 리얼 수사 다큐멘터리입니다. 제작진이 가장 뒤늦게 보이는 프로그램이에요. 실제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들과의 좁은 거리감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사건의 접수부터 해결까지 담아내는, 13편의 에피소드 모두가 다른 이야기입니다. 에피소드 각각의 특징과 다른 이야기를 보시면 또 다른 이야기가 기대되실 거예요. 가슴 아픈 이야기도, 유쾌하고 즐거운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도 있으니 기대를 갖고 남은 에피소드들 모두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SBS, 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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