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풀잎 기자] 성추문에 휩싸인 채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배우 故 조민기의 빈소를 향하는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지난 10일 건국대병원 장례식장 204호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에는 유난히 무거운 적막이 흐르고 있다. 군복무 중이던 아들이 상주로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유족들이 조용히 조문객들을 맞고 있다.
조민기는 28년 차 중견배우. 이 타이틀에 비해, 연예인들의 조문도 턱없이 적은 편이다. 가장 큰 이유는, 최근 조민기를 둘러싼 상황 속 애도를 표하는 연예인에 대한 곱지 않은 대중의 시선 때문일 것이다.
조민기는 연예계를 뒤흔든 ‘미투 운동’(#Me Too, 나도 당했다)이 확산될 당시인 지난달 20일 성추행 논란에 휘말렸다. 그가 청주대학교 교수 역임 시절, 제자들에게 추행을 일삼았다는 폭로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조민기는 억울함을 호소했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하지만 경찰이 인지수사를 시작하고서야, “법적˙사회적 책임을 지겠다”고 입장을 달리했다.
그리고 지난 9일, 그의 사망 비보가 들려왔다. 조민기는 오는 12일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었다. 조민기가 사망함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는 종결될 전망이다.
피해자와 가족들을 두 번 울린 그의 선택에, 대중들은 다시 한 번 실망감을 느낀 상황. 바로 이 때문에 연예계 지인들의 발걸음이 조심스러운 이유다. 배우 정일우의 경우, SNS를 통해 “당신을 위해 기도한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가 논란이 일자 삭제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누군가의 죽음 앞에 슬퍼할 권리는 모두에게 있다는 의견도 번지고 있다. 어떤 의미로든, ‘미투 운동’의 본질을 흐리지 말자는 목소리다.
김풀잎 기자 leaf@tvreport.co.kr / 사진=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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