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박설이 기자] 8월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더위는 여전히 기승이다. 더울 땐 귀신 영화가 제격이고, 우리에게는 피 튀기는 하드코어보다는 아시아의 한(恨)이 딱이다.
여기 한중일 3국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은 영화 속 원혼들이 모였다. 물러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더위, 오싹한 귀신들이라도 달래주길.
◆ 웰메이드 공포 ‘기담’ 속 엄마귀신
공포 영화를 사랑하는 이라면 꼭 봐야 할 영화로 꼽히는 우리 영화 ‘기담’. 일제시대 한 병원을 배경으로 한 옴니버스 형식의 공포 영화인 ‘기담’에서 누구보다 큰 존재감을 드러낸 인물은 배우 박지아가 연기한 엄마 귀신.
‘기담’의 엄마귀신은 딸의 환각 속에 등장한다. 일가족이 교통사고를 당하고 딸만 살아남은 가운데, 딸이 병원에 누워 엄마 귀신에게 시달린다. 한밤중 딸의 침대 옆에 앉은 엄마귀신은 사고로 피범벅이 된 채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딸을 공포에 떨게 한다. 이 영화에서 단연 가장 오싹한 장면으로 꼽힌다.
이 밖에도 ‘기담’에는 젊은 시절 영혼 결혼식을 올려 노년이 된 후에도 여고생 귀신과 살고 있는 남자, 죽은 아내의 인격을 안고 사는 의사의 이야기가 담겼다.
◆ 더위도 날릴 귀신같은 미모, ‘천녀유혼’ 소천
영화 ‘천녀유혼’에는 남녀 관객 모두를 만족시킬 두 배우가 출연한다. 바로 고(故) 장국영과 왕조현. 그중 왕조현은 이 영화에서 귀신 소천으로 미모의 정점을 찍는다.
귀신과 사랑의 애틋한 러브스토리인 중화권 영화 ‘천녀유혼’에서 섭소천은 귀신임이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다. 그녀가 등장하는 모든 장면이 명장면일 정도. 음악에 홀려 발길을 옮긴 영채신(장국영 분)은 섭소천의 미모에 또 한번 홀리고, 사랑에 빠지고 만다. 하지만 소천은 나무요괴를 위해 남자를 꿰어내는 미끼.
그럼에도 둘은 서로 사랑하게 되고, 채신은 나무요괴의 지배를 받는 소천을 위해 고군분투하다, 끝내 소천을 구하고 이별한다. 더위마저 날릴 아름다운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천녀유혼’은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명작으로 기억되고 있다.
◆ 일본 공포 양대산맥, 사다코 vs 카야코
일본 공포 영화 중 최고의 귀신을 꼽으라면 단연 ‘링’의 사다코와 ‘주온’의 카야코, 토시오다. 일본에서 두 귀신을 주인공으로 한 ‘사다코 대 카야코’라는 영화가 나왔을 정도.
우선 ‘링’은 우물에 빠져죽은 사다코 귀신이 들린 비디오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내용을 담았다. 주인공은 아들이 비디오를 봤다는 사실을 알고 저주를 풀기 위해 애쓴다. 귀신의 실체는 영화 후반부에 등장한다. 우물에서 올라와 TV 모니터 밖으로 기어나오는 장면은 공포 영화의 레전드로 꼽힌다.
‘주온’은 남편에게 살해당한 여자 카야코의 저주가 깃든 집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 집에 들어왔던 사람이 모두 카야코에게 죽임을 당한다. ‘주온’의 귀신은 관절이 꺾이는 끔찍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오싹한 장면은 이불 속에서 등장하는 카야코다. 저주가 깃든 집을 다녀간 여자가 이불을 들추자 그 안에서 카야코가 얼굴을 들이민다. 물론,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는 아들 귀신 토시오도 관객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 / 사진=영화 ‘기담’ ‘천녀유혼’ ‘링’ ‘주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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