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예나 기자] 세상에 이런 역주행도 있다. 신곡을 발표하니, 오히려 2년 전에 발표한 곡이 차트 1위에 올랐다. 그 어떤 홍보 없이 얻어낸 보너스다. 유례없는 역주행이다. 하지만 신곡이 과거 곡에 묻혀 마냥 기뻐할 수만도 없는 애매한 상황이다.
한동근은 지난 24일 자정 세 번째 디지털 싱글 ‘그대라는 사치’를 발표했다. 신곡이 공개된 지 24시간이 흐른 25일 자정 한동근의 곡이 국내 최대 규모 음원사이트 멜론의 실시간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오후 1시 기준 차트에서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그 1위곡은 신곡 ‘그대라는 사치’가 아닌 2년 전, 2014년 9월 30일 발표한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성적이고, 파격적인 역주행이다. 이건 계획조차 세우기 어려운 프로젝트다.
한동근 본인은 물론 소속사 플레디스 측 역시 한동근의 역주행에 당황스러워했다. 2년 전 발표했던 곡을 일부러 새로 프로모션 할 일도 없을뿐더러, 신곡이 나온 마당에 굳이 묻혀있던 과거 곡을 꺼낼 이유는 없으니까.
이런 현상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수치다. 많은 차트 역주행이 있었지만, 신곡 발표로 되레 과거 곡이 주목받는 진풍경은 사실 가수에게도 소속사에게도 난감할 수 있다. 그러나 차트 1위는 본인 한동근에게는 무척 감격스러운 타이틀이다. 더욱이 본인이 만들어낸 성적이라 더 그렇다.
한동근은 올해 MBC ‘라디오스타’ ‘복면가왕’ ‘듀엣가요제’에 출연하며 거친 외모와 다른 독특한 발상, 그리고 화법을 보였다. 그 덕에 연이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고, 존재감을 챙겼다. 물론 음악 예능프로그램에 적합한 탁월한 노래실력도 갖고 있다. ‘위대한 탄생’ 우승으로 가요계 데뷔한 한동근의 가창력은 굳이 재평가 받을 이유도 없다.
차트 역시 그때부터 탄력을 얻었다. 지난 4월 멜론 차트에서 300위권에 머물던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는 지난 8월 첫째 주 100위권에 진입했다. 그 후 가속도가 붙은 곡은 8월 25일 차트 정상까지 찍었다.
한동근은 대형 소속사 가수가 아니다. 팬덤이 큰 아이돌 그룹도 아니다. 심지어 인기 드라마 OST 곡도 아니다. 막강 콜라보로 완성된 곡도 아니다. 모두 다 아니다. 그럼에도 한동근은 당당히 해냈다. 누군가는 음원사재기라는 음모설을 주장하며 한동근 흠집 내기에 열을 올릴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우선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부터 다시 들어보는 걸로.
김예나 기자 yeah@tvreport.co.kr /사진=플레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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