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아수라’, 어른들의 누아르가 온다.
영화 ‘아수라'(김성수 감독, 사나이픽처스 제작)는 등장인물 전원이 악인(惡人)이다. 말기 암 환자인 아내의 병원비를 핑계로 돈 되는 건 뭐든 하는 부패한 형사(정우성), 선과 악 사이를 외줄타기 하는 형사(주지훈), 이권과 성공을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악덕 시장(황정민), 부패 형사의 약점을 쥔 독종 검사(곽도원), 악덕 시장의 하수인 노릇 하는 검찰수사관(정만식)까지. 누구 하나 쉬운 인물이 없다. 독하고 세다. 황정민이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아수라장이네”라고 내뱉은 한마디가 절로 수긍간다.
김성수 감독은 생존하기 위해 발악하는 중년의 삶을 악인의 세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무엇이든 꿈꿀 수 있었던 청춘의 시기를 지나 찾아온 사내들의 인생은 물리지 않기 위해 서로를 물어뜯는 지옥도 그 자체다. 부패 형사 한도경으로 대표되는 힘없고 평범한 악인들은 더 거대한 악인에게 이용 당하고, 종국엔 고통의 아수라장으로 빨려들어간다. ‘아수라’가 그리는 세계는 이렇듯 어둡고 잔혹하다.
김성수 감독은 악의 한가운데서 뒤엉킨 지옥을 가상의 도시 안남시 위에 펼쳐냈다. 음습하고 서늘한 어둠의 기운이 도사리는 이 악의 왕국은 이모개 촬영감독과 장근영 미술감독, 허명행 무술감독에 의해 실감나고 근사하게 탄생했다. 정우성이 대역과 CG없이 온몸으로 뛰어든 잔혹한 액션도 인물들의 절박감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한다.
이렇듯 김성수 감독과 5명의 배우가 타협 없이 만들어낸 ‘아수라’는 ‘신세계’, ‘내부자들’, ‘아가씨’ 등 청불 영화의 흥행 바통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아수라’는 “숨막히고 정교한 웰메이드 엔터테인먼트 무비”라는 극찬을 받으며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초청, 이미 그 작품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인정받기도.
정만식은 ‘아수라’에 대해 “솔직히 (관람하기에) 힘든 영화다. 헌데, 주변에서 봤을 법한 우리의, 지금 시대의 이야기”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아수라’는 분명 삼키기 힘든, 마주하기 녹록지 않은 작품일 테다. 하지만 그 만만치 않은 세계는 곧 우리가 발 딛고 선 현실이다. ‘아수라’는 9월 28일 개봉한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영화 ‘아수라’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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