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지현 기자] 1분, 진심이 전해지기 충분한 시간이다.
새로운 실험에 도전한 MBC 예능 무한도전’의 특집, ‘2016 무한상사’의 반전은 진짜 범인도, 화려한 특별 출연진도 아닌 정형돈의 깜짝 출연이었다.
지난 10일 방송된 ‘무한도전’에서는 유 부장(유재석)이 권 전무(권지용)의 모든 비리를 폭로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사원들의 연쇄살인을 지시한 이는 권 상무였다. 그는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유 부장의 의지로 경찰의 손에 넘겨졌다.
이날 방송에서는 혼수상태였던 유 부장이 깨어나 권 전무의 두 얼굴을 밝히고, 다시 평범한 회사원으로 돌아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졌다. 쫓고 쫓기는 스릴러와 ‘미생’을 연상케 만드는 회사원들의 비애가 어우러진 결말이었다.
2부에도 어김없이 화려한 카메오들이 등장했다. 김혜수부터 이제훈, 쿠니무라 준, 손종학, 전석호, 김희원 등은 각자 다른 매력으로 ‘무한상사’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가장 놀라운 건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정형돈의 1분 출연이었다.
정형돈은 병실에 있는 유 부장을 향해 응원을 보내는 회사원으로 등장했다. 그 역시 환자복 차림이었다. 공황장애와 싸우고 있는 그의 실제 모습을 투영한 듯했다. 정형돈은 먼 발치에서 유재석을 바라보며 “부장님 힘내세요. 지금은 고통스럽고 힘겨워도 이겨내야 해요. 빨리 회복하셔서 다 같이 웃으면서 꼭 다시 만나요”라고 말하며 미소를 보였다. 눈가는 눈물로 촉촉이 젖어 있었다.
이는 극중 유 부장을 향한 대사이지만 자신을 위한 말이기도 했다. 또 시청자에게 전하는 안녕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그의 표정에서, “이겨내야 한다”는 주문과도 같은 그 대사에서 ‘무한도전’에서 하차하는 그의 복잡한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멤버들과 제작진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 등 모든 감정이 담긴 표정이었다. 멤버들을 남겨두고 발걸음을 돌이키는 그의 심정이 엿보였다.
앞서 정형돈은 이번 특집을 통해 본격적으로 ‘무한도전’에 재합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촬영은 그의 진짜 마지막이 되고 말았다. 합류를 결정한 후 잠잠해졌던 공황장애 증상이 다시 시작됐기 때문이다.
참으로 짧은 등장이었지만 정형돈은 이 1분의 장면을 통해 자신의 모든 진심을 전했다. 그가 대사처럼 반드시, 꼭 웃으며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무한도전’과 이 예능을 사랑하는 이들이 그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조용한 기다림 뿐이다.
짧게나마 용기를 낸 정형돈에게 박수를.
김지현 기자 mooa@tvreport.co.kr/사진=MBC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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