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영화 ‘군함도'(류승완 감독, 외유내강 제작)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개봉 첫날 2000개를 육박한 스크린으로 출발, 스크린 독과점 뭇매를 맞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논란은 ‘역사 왜곡’으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군함도’는 일제 강점기, 일본 군함도(하시마, 군함 모양을 닮아 군함도라 불림)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영화는 ‘일본인=나쁜놈, 조선인=착한놈’이라는 이분법으로 군함도를 다루지 않았다. 류승완 감독은 “자료조사를 하며 알게 된 건 착한 조선인만, 나쁜 일본인만 있었던 게 아니라는 점”이라며 소위 국뽕, 이분법을 지양한 이유를 밝혔다.
‘국뽕’이라는 달콤하고 쉬운 길을 두고 가시밭길로 돌아간 결과는 매서웠다. 일부 네티즌들은 조선인의 위안부 중개, 급여 착취 문제를 다룬 것은 ‘역사 왜곡’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키웠다. 격양된 비난 양상은 관객수와 정비례해 더욱 격해졌다. 일부 네티즌은 ‘군함도’를 두고 ‘친일 영화’라는 극단적인 분노까지 표출하고 있다.
그렇다면, ‘군함도’는 정말 역사 왜곡 영화일까.
심용환 역사 전문가는 “영화 초반 나온 강제징용 실상은 우리 영화 사상 처음, 비교적 잘 묘사됐다. 아무것도 아닌 스쳐 지나가는 장면 하나에 고증적 요소가 들어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선대금 형식으로 징용자들에게 이동경비, 숙박비 등을 부담하게 한 것과 소지섭이 젖은 다다미를 들며 화내는 모습 모두 100% 역사적 사실이다.
위안부 문제 역시 마찬가지. 심용환 전문가는 “위안부 중개 민감 업자 대부분이 조선인이다? 역사적 사실이다. 기생형 친일파들이 배신한 것 역시 사실”이라면서 “소지섭, 황정민 등을 사용해 매우 어설프게 이 문제를 건드렸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졌다는 말에 동의한다”고 영화의 아쉬운 점을 지적했다.
또 심 전문가는 “일본이 잘못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이 순응했고, 같은 조선인을 괴롭혔다는 사실은 왜 이야기 못하나. 프랑스의 경우 1970년대 이후 나치 유태인 학살에 적극 협력한 프랑스인의 죄를 인정하고 사죄했다”고 밝혔다.
우리는 ‘군함도’ 이전에 강제징용 문제를 얼마큼 알고 있었나. MBC ‘무한도전’에서 군함도가 소개된 바 있으나, 이토록 반향이 크진 않았다. 강제징용 참상, 불편한 진실이 재조명되고,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유의미한 일 아닌가. 이분법으로 그리지 않았다고 ‘군함도’가 친일 영화라는 식의 감정적 비난은 본질을 벗어났다. 영화적 완성도, 만족도와 별개로 ‘군함도’를 향한 역사 왜곡 논란이 아쉬운 이유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영화 ‘군함도’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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