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배우 나문희가 또 한 번 관객들을 울렸다. 제38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쥐며 진솔한 수상소감으로 안방극장에서 이를 지켜보던 대중의 마음을 따뜻하게 움켜쥐었다.
지난 25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제38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열렸다. 영화제의 꽃인 여우주연상은 영화 ‘아이 캔 스피크'(김현석 감독)의 나문희에게 돌아갔다.
‘아이 캔 스피크’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문제를 따뜻하면서도 기발하게 비틀어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두루 극찬받은 작품. 이날 이 영화로 감독상을 받은 김현석 감독은 “나문희 선생님 축하하러 왔는데 내가 받게 됐다. 선생님 덕분이다. 결함이 꽤 있는 영화인데 좋게 봐주신 것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우리들의 부채 의식이 도움 된 것 같다”라는 말로 나문희와 피해 할머니들에게 고마움, 그리고 미안함을 전했다.
나문희는 수상자로 호명되자 소녀처럼 해맑게 웃으며 무대 위로 올랐다. 지난 10월 더 서울 어워즈에서 배우 인생 56년 만에 처음으로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던 나문희. 영평상 최고령 여우주연상 기록에 이어 이번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까지 휩쓸며 연말 시상식 가장 뜨거운 주인공이 됐다.
무대에 오른 나문희는 “동료들은 많이 가고, 나는 남아서 이렇게 좋은 상을 받는다. 늙은 나문희에게 상을 주신 청룡영화상에 감사드린다”라는 뭉클한 말로 박수를 이끌어냈다.
올해 나이 76세, 연기 경력만 56년. 1995년 KBS1 드라마 ‘바람은 불어도’로 그해 KBS 연기대상을 받으며 뒤늦은 전성기를 누린 나문희는 이후에도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크고 작은 역할로 필모그래피를 쌓아갔다. 때로는 누군가의 어머니, 때로는 누군가의 할머니로 카메라가 자신을 비추지 않는 순간에도 꾀부리지 않는 연기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그 진심은 대중뿐만 아니라 창작자들에게도 영감의 원천이 됐다.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는 소위 잘 나가는 스타, 배우가 아닌 나문희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맞췄고 대중 역시 이에 환호했다. ‘아이 캔 스피크’ 역시 마찬가지.
이날 나문희는 “나의 친구 할머니들도 각자 위치에서 좋은 상 받길 바란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인생에서 늦은 것은 없다는 일. 나문희는 끊임없는 도전이 우리에게 던지는 값진 메시지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SBS 청룡영화상 방송 화면 캡처 및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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