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영화는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라 했던가. 눈물 나게 웃기며 극장 밖 현실을 잊게 하는 것도 영화의 중요한 역할이지만, 우리가 발 딛고 선 사회적 공기를 반영하는 것 또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기능 중 하나다. 세상이 하 수상할수록 관객은 영화가 보여주는 현실의 맨얼굴에 환호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영화 ‘내부자들’, ‘베테랑’처럼 말이다.
대선을 앞두고는 이처럼 시대와 사회의 민낯을 다각도로 조명한 작품들이 더욱 주목받는다. 지난 18대 대선의 ’26년’, ‘광해, 왕이 된 남자’, ‘남영동 1985’와 17대 대선 당시 ‘화려한 휴가’를 떠올려보자.
19대 대선이 치러지는 내년에도 시대적, 사회적 분위기를 품은 영화들이 대거 개봉한다. 눈에 띄는 것은 배우도, 규모도, 상업성도 만만치 않다는 점. 또, 이미 개봉을 앞둔 영화 외에도 내년 대선 결과를 놓고 저울질하던 기획들이 최근 뒤숭숭한 정국에 힘입어(?) 제작에 급물살을 타는 경우도 있다.
■ “1980년 광주의 그날”…’택시운전사’
광주 민주화 운동은 그간 충무로가 숱하게 다뤄온 소재다. 역사가 개인에게 남긴 상흔에 집중한 ‘꽃잎’, ‘박하사탕’, 시민군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 ‘화려한 휴가’, 전직 대통령을 습격하는 내용의 ’26년’이 그 예다.
영화 ‘택시운전사'(장훈 감독)가 다루는 광주는 조금 색다르다. 일단, 주인공부터 신선하다. 영화는 광주의 참상을 세계로 알리기 위해 한국에 몰래 머무른 파란 눈의 목격자,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도운 택시 기사 김사복의 실화를 다룬다.
송강호가 택시 기사를, ‘어벤져스2’로 유명한 독일 배우 토마스 크레취만이 독일 기자를 연기했다. 양국 연기파 배우가 보여줄 광주의 참혹한 모습과 그 안에서 피어나는 인간애가 관전 포인트.
■ “정부x감옥왕의 콜라보”…’더 프리즌’
김래원, 한석규 주연의 ‘더 프리즌'(나현 감독)은 김영삼 정권을 배경으로 정부 고위층과 모종의 거래로 감옥에서 왕 노릇을 하는 인물과 그에게 접근하는 전직 꼴통 경찰의 이야기를 다룬다. 감옥 안에서 왕으로 군림한 남자는 한석규가, 형사는 김래원이 연기한다.
영화는 범죄의 온상지가 된 교도소를 한국사회의 축소판으로 그릴 전망. 권력층의 지시로 그들에게 불리한 교도소 밖 증거와 사람들을 하나둘 제거해나가는 과정이 미드처럼 긴박하게 그려진다. 방대한 자료조사와 고증으로 탄생된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가 일찍부터 영화계 입소문이 뜨거웠던 작품. 한석규, 김래원, 이경영, 신성록, 조재윤 등 쟁쟁한 캐스팅도 작품에 힘을 더한다. 내년 2월께 개봉한다.
■ “물불 안 가리는 서울시장”…’특별시민’
최민식이 배우 인생 최초로 정치인 캐릭터에 도전한 ‘특별시민'(박인제 감독)은 정치계 이면에 현미경을 들이밀 전망. 최민식이 연기한 변종구는 대한민국 최초 3선 서울시장이 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인물. 얼핏 보기엔 노련하고 모든 이를 품을 것처럼 너그러워 보이지만 그 민낯은 살벌하기 이를 데 없다.
변종구를 중심으로 그의 당선을 돕는 선거대책위원장 심혁수(곽도원), 변종구 캠프 청년혁신위원장 박경(심은경), 상대편 후보 양진주(라미란), 상대편 캠프 핵심인재 임민선(류혜영) 등 리얼한 캐릭터 설정이 눈에 띈다. 영화는 내년 설 개봉 예정이다.
■ “조선史 가장 치욕스러운 사건”…’남한산성’
김윤석, 이병헌의 만남으로 캐스팅 단계부터 화제를 모은 ‘남한산성'(황동혁 감독)은 병자호란을 스크린에 펼쳐낸다. 김훈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남한산성’은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에 피신한 조선 조정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는 후금군에 대항하자는 주전파 김상헌(김윤석)과 백성을 위해 화친을 해야 한다는 최명길(이병헌)을 통해 명분과 실리의 갈등이 극에 달했던 시대를 조명한다. G2, 즉 두 강대국 사이인 명과 청 사이에서 몸부림쳤던 당시를 떠올려 보면 묘한 기시감이 느껴진다. 영화는 올 겨울 크랭크인한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영화 포스터 및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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