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올해 TV에서 가장 많이 쓰인 단어 중 하나는 단연 ‘대통령’일 것이다. 분노의 대상이 되기도, 희화화의 대상이 되기도 한 대통령 탓에 최근 ‘판도라’에서 대통령을 연기한 김명민은 “대통령 역을 맡았단 얘기만 해도 웃으시더라”라는 고충 아닌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판도라’ 외에도 그간 한국영화는 수많은 대통령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그중에는 우리가 바라는 이상적 대통령의 모습도, 누군가에게는 트라우마를 안긴 독재자의 모습도 담겨 있다. 충무로가 그린 대통령, 어떤 얼굴들이었을까.
# 미남, 서민, 여성 대통령…’굿모닝 프레지던트’
장진 감독의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에는 여러 대통령이 등장한다. 꽃미남 싱글 대통령 캐릭터인 차지욱(장동건), 대법원 판사 출신인 최초 여성 대통령 한경자(고두심), 로또에 당첨된 서민 대통령(이순재)까지. 자연인으로 돌아간 관저 속 대통령의 인간미 넘치는 모습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영화적 상상력이었다. 특히 첫사랑 앞에서 설레 하는 미남 대통령(장동건)의 모습은 ‘피아노 치는 대통령'(안성기), ‘러브 액츄얼리'(휴 그랜트) 속 영국 수상을 잇는 대통령의 러브 스토리로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 “대통령님은 지금 판단 능력을 상실하셨습니다”…재난영화 속 대통령
“대통령은 지금 판단 능력을 상실했다.” TV뉴스에 등장하는 멘트가 아니다. 지난 7일 개봉해 흥행 순항 중인 영화 ‘판도라’ 속 실세 총리(이경영)의 대사다. 원전 재난 앞에 리더십이 실종된 무능력한 정부의 모습을 그린 ‘판도라’는 어수선한 시국과 맞물려 영화가 그리는 청와대, 대통령이 여러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영화 ‘감기’의 대통령(차인표)은 역대급 재난 앞에서 흔들림 없는 리더십을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대리만족을 전했다. 관련 당국이 서로 잘잘못을 회피하기 바쁠 때 “정부는 그 어떠한 경우에도 여러분을 포기하지 않습니다”라는 한마디로 국민들을 안심시킨다. 특히 미군이 바이러스가 창궐한 분당 상공에 전투기를 쏘아 올리겠다고 하자 “나 대통령인데, 분당에 전투기 출현하면 바로 지대 공미사일로 격추하세요”라며 눈빛 레이저를 발사하는 장면에선 감탄이 절로 나온다.
# 박정희 그린 ‘그때 그 사람들’, ‘덕혜옹주’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그때 그 사람,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을 소환한 영화도 있다. 김재규가 박정희에게 총을 쏜 1979년 10월 26일을 그린 ‘그때 그 사람들’이 대표적인 예. 박정희의 아들 박지만 씨가 상영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결국 부마항쟁, 박정희 장례식 다큐멘터리 장면 등을 삭제한 후 우여곡절 끝에 극장에 걸릴 수 있었다. 개봉 직후에는 인기 여성 가수가 동석한 술자리 장면이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손예진 주연의 ‘덕혜옹주’에도 박정희가 아주 짧게 등장한다. 극중 김장한(박해일)은 덕혜옹주가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박정희 대통령을 찾아가 청원한다. 이에 박정희는 “덕혜옹주가 누구요?”라고 묻는다. 실제로 덕혜옹주는 1962년 1월 서울신문 김을한 기자가 박정희 정부에 탄원서를 올린 데 힘입어 37년 만에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었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영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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