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예나 기자]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이런 결과를 예견하지 못했다. 후배는 한순간에 인기를 얻더니 성큼성큼 올라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팬덤으로도, 대중성으로도 선배가 한참 위였다. 그런데 다시 살펴보니, 딱히 둘이 맞붙을 일이 없었다. 환경이 달라졌고, 선배와 후배의 대결구도가 이제야 처음 형성됐다. 맙소사, 후배가 선배를 이렇게 가볍게 제칠 줄이야.
선배는 하이라이트, 후배는 비투비다. 하이라이트는 미니 2집 발매로 8주년을 자축했고, 비투비는 정규 2집으로 20개월 만에 컴백했다. 지난 16일 오후 6시, 그야말로 한 날 한 시의 격돌이었다.
하이라이트는 올해 줄이어 앨범을 내놓았다. 곡수가 많이 필요해서다. 공연을 하든, 레퍼토리를 짜든 온전한 하이라이트의 곡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
2009년 큐브엔터테인먼트에서 그룹 비스트로 데뷔한 다섯 멤버는 2016년 계약 만료로 회사를 떠났다. 비스트의 마지막 앨범에서만 빠진 멤버 장현승이 오히려 큐브엔터테인먼트에 잔류했다. 그 탓에 다섯 멤버는 비스트라는 이름을 쓸 수 없게 됐고, 하이라이트로 본인들이 설립한 회사에서 새 출발했다.
하이라이트는 큰 울타리를 나왔지만, 팬덤은 유지했다. 그들 덕에 새 앨범을 내고, 활동 재개의 꿈도 꿨으리라. 실제로 하이라이트는 비스트 때와 비교해 팬들에 대한 감사함과 애틋함을 유독 강조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하이라이트에게 팬덤을 제외하고는 지지기반이 딱히 없어 보인다.
비투비는 큐브엔터테인먼트가 비스트의 성공적인 론칭에 힘입어 2012년 내놓은 두 번째 보이그룹이었다. 비스트와 비슷한 듯 보였지만, 달랐다. 팬덤 구축도 원활하지 못했고, 히트곡 탄생도 힘이 부족했다. 전반적으로 비스트와 비교해 비투비는 미약했다. 그렇게 무명의 4년을 보냈다.
그러던 중 2015년 6월, 홍승성 큐브엔터테인먼트 대표의 결단이 내려졌다. 댄스곡에 집중했던 비스트에게 발라드 타이틀곡 지령을 내렸다. 정규 1집은 이전의 비투비에서 완전히 벗어나있었다. 심지어 여름을 앞두고 선택한 곡은 모험. 그런데 그 무모함이 통했다.
비투비는 생애 처음으로 음원차트에 이름을 올렸다. 그것도 1위였다. 이를 기점으로 비투비는 1위 가수가 됐다. 심지어 아이돌이 부르는 발라드곡으로 대중성을 확보했다. 이후 내놓는 곡마다 비투비는 차트에서 선전했다.
한 때는 큐브엔터테인먼트의 잘나가는 선배 비스트와 그런 형들을 바라보며 꿈을 키우는 후배 비투비였다. 불과 2015년 6월 29일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비투비가 발라드곡 ‘괜찮아요’로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두 팀은 그런 관계였다.
하지만 2017년 10월 16일 새로운 성적표를 받았다. 긍정적인 에너지 전달에 집중하는 하이라이트와 대중이 원하는 감성적인 코드를 데려온 비투비. 요즘 음원차트의 흐름을 알아챈 비투비 측의 선구안이 적중한 셈이다.
물론 하이라이트와 비투비는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둘의 동시 컴백이 시너지 효과를 냈을 수도 있다. 다만 경쟁에서 거머쥐는 승리로 얻는 짜릿함은 무시할 수 없다. 하이라이트는 비투비의 차트점령을 보며 씁쓸함은 가질 수 있겠다. 몇 년 전 환희를 ‘그리워하다’ 쓴웃음 짓고 ‘어쩔 수 없지 뭐’하고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을 지도.
김예나 기자 yeah@tvreport.co.kr/사진=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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