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지현 기자] 숨 돌릴 틈 없는 1시간이었다. 지성의 연기는 물이 오를대로 올랐고, 엄기준은 악역의 진수를 보여줬다. 휘몰아치는 전개에 홀릴 듯 이야기에 몰입됐다. 여기에 빈틈 없는 연출까지 부족할 게 없는 드라마다.
23일 첫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에서는 주인공 정우(지성)이 모두가 두려워하는 성공한 검사에서 가족을 죽인 사형수로 전락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지성은 첫 회부터 변화무쌍한 캐릭터를 보여줬다. 정우는 홀로 조폭 소굴에 들어가 부두목을 검거할 정도로 용감한 성격. 조직의 규칙에 굴하지 않고 정의를 위해서라면 몸부터 움직이는 열혈 검사였다. 또 로펌에 러브콜을 받는 등 앞길이 창창해 보였다. 여기에 아름다운 아내와 귀여운 딸까지 부족한 게 없었다.
정우는 일에서 승승장구하며 가족과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돌연 현재의 정우는 교도소에 수감됐고, 그 이유가 공개되지 않아 궁금증을 유발했다. 정우는 자신도 알지 못하는 이유로 감옥에 갇혔지만 지난 일을 기억하지 못했다. 아내의 이름을 부르자 “네가 죽였잖아”라는 놀라운 답변이 돌아왔다.
정우는 왜 아내와 딸을 살해하고 사형수가 된 것일까. 여기엔 재벌 3세인 민호(엄기준)가 있었다. 민호는 권력을 휘두르는 안하무인인 인물. 민호는 클럽에서 만난 여성을 살해하고, 그의 인생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쌍둥이 형 선호까지 살해했다. 민호는 죽은 형이 자신인 것 처럼 꾸몄다. 그러나 정우를 속일 수는 없었다. 이 사건의 담당 검사인 정우는 민호의 평소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꾸며진 유서와 정황을 통해 민호가 선호로 위장하고 있음을 눈치챘다. 이 과정에서 정우와 민호는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며 안방을 살얼음판으로 만들었다.
지성과 엄기준의 맞대면 장면은 말 그대로 치열했다. 가히 연기신들의 대결이다. 2015년 드라마 ‘킬미힐미’로 그 해 MBC 연기대상을 수상한 지성은 연기의 결을 살리는 물이 오를대로 오른 모습이었다. 잘 나가는 검사에서 사형수로 추락하는 과정은 스펙터클했다. 몰라보게 살을 뺀 모습도 인상적이다.
엄기준의 악역 연기는 두 말 하면 입이 아플 정도. 수 많은 악역 캐릭터를 통해 쌓은 내공이 ‘피고인’에서 터졌다. 냉철한 아우라가 보는 이를 압도했다. 그가 아니라면 보여줄 수 없는 차가운 악(惡) 엿보였다. 형을 죽인 후 혼란을 느끼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내뱉은 뻔뻔한 사이코패스 연기는 명불허전이다.
이날 ‘피고인’은 14.5%(닐슨코리아, 전국)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첫 방송부터 무서운 흡입력을 보여 준 드라마의 일등공신은 촘촘한 스토리와 두 배우의 열연 덕이다. 웰메이드의 탄생을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김지현 기자 mooa@tvreport.co.kr /사진=SBS ‘피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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