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손효정 기자] 스타 작가 전성시대다. 배우의 연기력이 아닌 작가의 필력을 믿고 보고 드라마를 보는 시대가 됐다. 김은숙, 박지은 등 스타 작가들은 억소리나는 집필료를 받고, 톱스타들도 그들을 찾는다. 배우 입장에서는 작품 흥행은 물론이고 스타가 되기 때문에 작가를 믿고 출연하게 되는 것.
이에 TV리포트는 연예계가 생각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작가는 누구인지 알아보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TV리포트 기자 10명과, 국내 굴지의 배우 엔터테인먼트사 및 홍보사 관계자 20명(자사 배우 투표 불가), 총 30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설문조사 결과, 연예계가 인정한 대한민국 최고의 드라마 작가는 김은숙 작가였다. 30명 중 19명, 약 66%가 김은숙 작가를 최고의 작가로 뽑았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도깨비’의 힘이 컸다.
◆ 1위 김은숙, 모든 작품 성공 높은 평가
역시 ‘갓은숙’이다. 썼다하면 대박을 터뜨렸다. 김은숙은 2003년 ‘태양의 남쪽’을 시작으로,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 ‘연인’, ‘온에어’, ‘시티홀’,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상속자들’, ‘태양의 후예’, ‘도깨비’까지 총 11작품을 썼다. 모든 작품이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단 한 작품도 실패 없이 대중적인 성공을 거뒀다. 로맨스와 판타지 드라마, 모든 장르를 섭렵했다. “하는 작품마다 다 성공하는 신의 손”, “뭘 해도 성공한다는 믿음이 있다”, “상업적 요소를 꿰뚫는 작가. 작품성을 떠나 흥행 포인트를 간파하는 작가” 등의 호평이 쏟아졌다.
‘로맨스의 대가’인 김은숙 작가는 누구보다 설렘 포인트를 잘 아는 작가로, 수많은 명대사를 쏟아냈다. 혹자는 오글거린다, 말장난이 많다고 하지만. 또한 김은숙 작가는 ‘파리의 연인’ 충격 엔딩의 큰 여파로, 뒷심이 부족하다는 혹평을 받는다. 하지만 ‘도깨비’를 통해 이를 깨부쉈다는 평가다. 흠을 잡을 수 없고, 감탄만 쏟아지는 ‘도깨비’ 덕에 김은숙은 최고의 작가라는 수식어를 받게 됐다. 19명 중 13명이 ‘도깨비’를 김은숙 작가의 최고의 작품으로 뽑았다.(2탄에서 자세하게 다룸)
“항상 사랑 얘기만 한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지만 사랑 얘기를 상투적이지 않게 세련되고 트렌디하게 만들어냄. 시청률이 그 방증. 뒷심 부족하다는 단점을 도깨비에서 보완해 완전체가 됐다.”, “로맨스 코미디에 특화된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도깨비를 보고 판타지까지 가능한 작가라는 생각이 듦. 대사의 호불호가 있겠지만 여전히 오글거림을 어쭙잖게 따라하는 작가들, 인터넷 감성을 베낀 톤이 아닌 독보적 오글거림”, “국내외 시청자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트렌디한 스토리와 캐릭터 구현에 있어서는 따라올 분이 없다는 게 이번 ‘도깨비’로 증명된 것 같다” 등의 반응이다.
이와 함께 김은숙 작가의 작품에 출연하면 스타가 되고, 유행어를 제조한다는 점도 큰 호평을 받았다. 설문에 참여한 이들은 “메인 캐릭터는 물론 서브부터 단역까지. 한 드라마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완성시키는 작가”, “정말 매 작품마다 히트를 쳤고, 수많은 남자 배우들에게 인생캐릭터를 만들어줌과 동시에 톱 반열에 올렸으며, 한 시대를 풍미한 유행어를 꾸준히 만들어내는 능력이 대단하다. 무엇보다 정해진 틀에 끼워 맞추지 않고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나가는 능력, 작품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며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감탄스럽다.”라고 말했다. 김은숙 작가가 발굴한 최고의 배우는 ‘태양의 후예’ 송중기로 결과가 나왔다.(2탄에서 자세하게 다룸)
◆ 2위 노희경, 따뜻한 서사 호평
대한민국 최고의 작가 2위는 3표를 받은 노희경 작가가 차지했다. 1995년 데뷔한 노희경 작가는 ‘거짓말’, ‘화려한 시절’, ‘꽃보다 아름다워’, ‘굿바이 솔로’, ‘그들이 사는 세상’, ‘빠담빠담’, ‘그겨울, 바람이 분다’, ‘괜찮아, 사랑이야’, ‘디어 마이 프렌즈’ 등의 작품을 히트시켰다. 노희경 작가는 인간사를 꿰뚫어보는 능력이 탁월하고, 누구보다 따뜻하다.
“노희경 작가의 작품은 단순한 재미와 감동과 함께 인생을 되돌아보고 앞서 생각하게 해보는 등 마음을 깊게 울리는 것들이 있는 것 같다”, “모든 작품마다 인간미가 느껴진다. 가슴을 울리고 공감 가는 대사도 최고다. 대사 한마디도 허투로 쓰지 않았다는 게 느껴질 정도. 젊은 남녀 간의 로맨스부터 황혼 이야기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지만 촌스럽지 않은 것도 대단하다”,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 모든 대사가 명대사”라는 호평이 나왔다.
노희경 작가의 최고의 작품으로는 ‘그들이 사는 세상’이 2표를 얻었다. 현빈, 송혜교라는 톱스타부터 윤여정, 배종옥 등 중견 배우까지 두루 챙긴 스토리”. “매회 대사 한마디 한 마디에 감동했다. 내 맘을 훤히 들여다보듯, 가끔은 내 맘을 어루만져주는 듯한 대사가 좋았고, 극중 모든 러브라인들이 개성 넘치고 현실적이여서 좋았다”라는 반응이다.
‘디어 마이 프렌즈’도 1표를 얻었다. 특히 이 작품에 출연한 조인성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다. 노희경 작가가 발굴한 최고의 배우로 조인성이 떠올랐다. “‘그겨울, 바람이 분다’가 조인성의 군 제대 후 첫 작품이라 조심스러웠을 텐데, 노희경 작가를 만나 날개를 달았다. 조인성은 다양한 감정선이 필요한 오수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표현했고, 그 반응도 뜨거웠다. 이후 두 사람은 ‘괜찮아, 사랑이야’로도 재회했다. 지난해 방송된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는 특별출연이었지만 조인성의 활약은 돋보였다. 캐릭터가 품고 있는 여러 가지 감정을 조인성은 완벽하게 연기해냈다. 노희경 작가가 만든 캐릭터를 누구보다 잘 소화해냈기에 세 작품 연속으로 인연을 맺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괜찮아 사랑이야’보다 ‘디어마이프렌즈’에 잠깐 나온 조인성의 연기를 보고 매우 감동했다. 조인성이 껍질을 깨고 나온듯한 모습에 작품의 몰입이 깊게 되었다. 이건 노희경 작가의 전작을 2번이나 하며 성장한 조인성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는 평이다. ‘굿바이 솔로’로 발연기 논란을 벗은 김민희도 1표를 받았다.
◆ 박지은, 김은희, 박경수, 송재정 등 1표씩 받아
아쉽게도 김은숙 작가에 표가 몰리면서, 다른 작가들은 1표씩 밖에 받지 못했다. 먼저 ‘넝쿨째 굴러온 당신’, ‘별에서 온 그대’, ‘푸른 바다의 전설’ 등의 박지은 작가. 그녀에게 투표한 이는 박지은 작가의 최고의 작품으로 ‘내조의 여왕’과 ‘넝쿨째 굴러온 당신’을 꼽으며 “각각의 캐릭터들이 다 잘 살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 진정한 홈드라마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는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오연서가 최고의 발견이라고 했다.
‘장르물의 대가’ 김은희 작가도 3위에 머물렀다. 김은희를 뽑은 이는 최고의 작품은 ‘시그널’로 꼽으며, “독특한 타임슬립의 소재와 함께 옛 감성을 자극하면서 긴장감을 선사하는 최고의 장르물”이라고 평했다. 최고의 배우는 장현성이라며, “선과 악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연기가 분량에 상관없이 임팩트 있게 다가옴”이라고 극찬했다.
송재정 작가를 꼽은 이는 ‘W’를 최고의 작품으로 꼽으며, “그동안 많은 작품 속에서 상상력을 발휘해왔던 그녀의 상상력 끝판왕적인 모습, 실험정신이 돋보였던 작품인 것 같다. 무엇보다 최근 드라마의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케이블에서의 시도가 아닌 지상파 방송에서의 시도라 더 의미 있었고, 피조물과 창조자의 대립구조를 비롯해 로맨스 등이 적절하게 배합된 것은 물론 캐릭터들이 색다르고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추적자’, ‘황금의 제국’, ‘펀치’의 박경수 작가는 “마치 현실을 옮긴 듯한 리얼하고 탄탄한 이야기. 하지만 갑갑하지 않은 통쾌함을 선사할 수 있는 글빨. 시청자 중간 유입이 어려운 이야기를 해도 보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평과 함께, 표를 받았다. 그의 최고의 작품은 ‘추적자 더 체이서’. 투표자는 “기대작으로 꼽히지도 않았던 드라마가 명품 배우의 열연, 소름 끼치면서도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시청률 상승을 기록, 20%의 시청률 돌파하며 종영. ‘땜빵용 드라마’라는 평가였지만, 탄탄한 스토리로도 드라마의 흥행을 이끌 수 있다는 걸 증명함”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손현주에 대해 “연기 잘 하는 배우임은 예전부터 증명됐지만, 안방에서도 ‘잘 된다’는걸 증명”이라고 말했다.
‘찬란한 유산’,’검사 프린세스’, ‘내딸 서영이’ 소현경 작가. 그녀의 최고의 작품으로는 ‘내딸 서영이’가 꼽혔다. “긴 호흡의 드라마였음에도 불구하고 캐릭터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그 인물들의 특징을 잘 나타냄. 디테일한 감정선까지 챙겨 탄탄한 스토리라인으로 시청자들을 궁금케하고 몰입시킴”이라는 평이다. 또한 최고의 배우는 이상윤이며, “안정된 연기를 선보인 이상윤은 배우로서 이름을 각인시킨 계기가 됐다”고 투표자는 전했다.
‘청춘시대’의 박연선 작가도 이름을 올렸다. 박연선 작가를 뽑은 이는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일상 생활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듯하다. 보고 듣고 있노라면 ‘맞아, 그렇지’를 연발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현수와 박혜수의 케미스트리를 호평하며, 두 사람을 최고의 발견이라고 했다. ‘태양의 후예’, ‘맨투맨’ 김원석 작가도 표를 받았다. 투표자는 “그분의 대본을 보면 감탄이 나온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재밌는 답변도 나왔다. 바로 ‘막장의 대가’ 임성한도 최고의 작가로 꼽힌 것. 투표자는 “아무리 막장이라고 해도 흡입력은 국내 최고니까”라고 이유를 밝혔다. 또한 임성한 작가의 최고의 작품으로 “무속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당시 파격적 소재를 활용해 파란을 일으킴”이라며 ‘왕꽃선녀님’을 꼽았고, 최고의 배우는 ‘인어아가씨’ 장서희를 뽑았다.
손효정 기자 shj2012@tvreport.co.kr/ 사진=TV리포트 DB, 박경수 작가(SBS), 송재정 작가(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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