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풀잎 기자] 논란은 있지만, 재미는 없다. ‘골목식당’은 왜, 극단적인 길을 걷고 있을까.
SBS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전례가 드문 ‘이슈’ 몰이 중이다. 이유도 다양하다.
첫 번째로, 역대급 빌런(악당 역할)의 등장으로 ‘골목 상권을 살리겠다’는 기획의도를 흔들리게 했다. 두 번째는 변화의 의지가 없는, 고집 센 사장님들의 등장으로 프로그램 취지 자체(역시 골목 상권을 살리겠다는 것)를 흔들었다. 마지막으로 몰카 의혹까지 시달리며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해방촌 원테이블 식당에서 뚝섬 경양식집, 화제의 홍탁집 아들과, ‘골목식당’ 최초로 솔루션을 포기하게 한 청파동 피자집까지. ‘골목식당’ 속 빌런은 논란을 먹을수록 차츰 성장해갔다.
특히 홍탁집 아들의 경우, 메뉴개발 등이 아닌 인간개조 설정으로 한 편의 드라마를 완성하며 끝이 났다. 그의 연로하신 어머니를 위해 백종원은 솔루션을 결정했고, 불성실의 아이콘이었던 그가 백종원의 믿음에 걸맞게 변화한다는 내용이었다.
피자집의 경우, 논란의 정점이었다. 시식단에게 무례한 행동은 물론, ‘건물주 아들’이라는 설도 돌았지만, 이에 대한 별다른 해명은 없었다.
이번엔 회기동 편이다. 회기동 편에서는 고깃집과 컵밥집이 주목을 받고 있다. 약간은 다른 종류다. 고깃집은 “어머니가 주신 5천만 원으로 장사를 시작했다. 우리가 망하면 가족이 다 개고생한다”는 눈물어린 호소로 백종원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빌런이 지나가니, 감성팔이 차례라는 일각에서의 지적이 잇따랐다. 화제성을 지속시키기 위한, ‘골목식당’만의 일종의 패턴이 읽혔다는 것. 성내동 편을 단적으로 예를 들자면, 피자에 대해 무지하고 열정 없는 사장님과, 절실하지만 폐점 직전의 국숫집 사장님을 나란히 배치하는 식. 물론 “함께 감동했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잠재적 고집쟁이도 등장한다. 컵밥집 여사장님이 그 주인공. 컵밥집 사장님들은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할 정도의 열성을 자랑했다. 하지만 방향이 빗나갔다는 게 네티즌들 의견. 기승전, ‘우리 컵밥이 옳다’는 주장이었다.
자부심의 이유는 있어 보인다. 시청자들은 “저 집을 이미 알고 있다”며 “사실 맛도 꽤 괜찮다” 등 방송 기회를 노려 홍보효과를 거머쥐는 게 목적이 아니냐는 시선도 보냈다. 한 마디로, 백종원의 솔루션이 절박하지 않아 보인다는 반응이다. 그리고 이는, 죽어가는 골목을 살리려 가게들을 새롭게 리모델링하는 과정을 담는 ‘심폐소생 프로젝트’라는 ‘골목식당’의 취지와 완벽히 상반된다.
마지막으로 역대급 잡음이다. “악마의 편집”에 당했다는, 뚝섬편 장어집, 경양식집에 이어 ‘동의 없는 촬영에 당했다’는 출연자가 나타났다.
위 네티즌은 “섭외 거절했더니 바로 오른쪽 집 섭외하고 바로 왼쪽 집에 본부 차려서 중간에 끼워 넣었다. 같은 업종 섭외해서 죽이는 게 이 방송의 취지냐. 해명하시기 바란다. 인터뷰 촬영 동의한 적 없다”고 분노의 글을 올려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현재 언론중재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신청을 낸 상황이라고 한다. ‘골목식당’ 측은, 이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골목식당’은 단순 예능을 넘어선 훌륭한 목적과, 자타공인 대한민국 톱 요리연구가이자 컨설턴트인 백종원이라는 좋은 재료를 가지고 있다. 조미료를 뿌리지 않아도, 충분한 ‘맛’을 낼 수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골목식당’의 진정성은 어디에 가 있는 걸까. 욕심이 진짜 맛을 가린 탓일까. 자극적인 양념에 가려져 더는 보이지 않는다.
김풀잎 기자 leaf@tvreport.co.kr /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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