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박설이 기자] “고양이가, 이렇게 예뻤나?”
지난 몇 년 사이, 어쩌다 고양이에 빠진 이들이 급격하게 늘었다. SBS ‘TV동물농장’에서 고양이 출연 분량(?)이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늘어난 것만 봐도 고양이 애호가가 많아진 걸 실감하게 된다.
외향적이고 솔직한 개와 다르게 도도하거나 시큰둥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묘하게 움직이는 고양이. 그 매력에 빠져 집사(고양이를 키우는 사람, 고양이를 ‘모신다’ 하여 스스로를 집사로 칭함)가 된 이들도 있지만, 알레르기, 가족의 반대, 육아 등 다양한 이유로 고양이와 함께 할 수 없는 사람들은 결국 영상으로 대리만족할 수밖에 없다. 여기, 고양이에 더 깊이 빠져들게 할, 혹은 ‘냥덕'(고양이 애호가)을 양산하는 영화들이 있다.
# 집사 천국, 일본의 고양이 영화
한쪽 다리를 들고 누군가를 부르는 듯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마네키네코. 일본의 식당과 상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형이다. 재물을 불러들인다는 의미를 가진 이 고양이 인형, 그만큼 일본인들에게 고양이는 친숙한 존재다. 그 덕분에 고양이 영화도 많다. 고양이를 넘어 반려동물의 존재와 무게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해주는 작품들도 있다. 물론, 고양이의 귀여움이 핵심인 건 변함없다.
‘구구는 고양이다'(2008)는 구구라는 고양이를 키우는 싱글 여성 만화가의 이야기다. 영화는 만화가 코지마 아사코가 문하생들과 함께 마감을 마치고 반려묘 사바를 살피면서 시작한다. 나이가 많은 고양이 사바는 신장이 좋지 않았고 결국 주인이 일하던 중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아사코는 슬픔에 잠겨 작품 활동도 거의 끊다시피 한다. 그리고 이내, 어린 고양이 구구를 입양한다.
영화는 고양이 구구가 아사코와 추억을 쌓는 시간, 밖에 나가 친구를 사귀는 모습, 중성화 수술을 앞두고 집을 나가는 에피소드, 그리고 사람의 모습으로 아사코를 찾아와 고마웠다고 말하는 사바의 영혼까지, 여러모로 실제 반려묘와 생활하는 이들의 마음을 웃기고 울리는 장면이 가득하다. 반려동물에의 책임감과 헤어짐의 무게, 그리고 반려동물이 인간에게 주는 위안과 따스함을 잘 그려냈다. 줄무늬고양이 구구의 귀여운 모습에 입가에 지어진 엄마 미소도 떠나지 않는다.
제목부터 집사들의 공감을 마구 불러오는 영화 ‘고양이는 불러도 오지 않는다'(2015)의 원작은 만화다. ‘어쩌다 고양이 집자’의 작가 스기사쿠가 자신이 겪은 실화를 만화로 그렸고, 이 만화가 영화로 만들어졌다.
가난한 아마추어 복서인 미츠오는 형의 집에 얹혀산다. 어느 날 형이 길에서 아기 고양이 두 마리를 주워오고, 형 집에 얹혀사는 신세인 미츠오가 고양이 돌보기를 떠안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처음에는 고양이를 귀찮아하던 미츠오는 아기 고양이 쿠로와 친을 돌보며 점점 정을 쌓는다. 그 과정에서 영화가 보여주는 두 마리 고양이의 애교와 귀여움은 이 작품의 핵심 포인트. 고양이에 빠져들기 좋은 영화다.
하지만 마치 “고양이가 귀엽다고 막 데려다 키워선 안 돼”라고 말하듯, 영화는 고양이를 키울 때의 주의점과 무게감을 다른 등장인물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야기한다. 결국 주인공 미츠오가 조심하지 못한 탓에 가슴 아픈 일도 벌어진다. 고양이는 미츠오의 삶에 큰 전환점을 가져다준다.
# 어느 날, 고양이가 나에게로 왔다…’고양이 춤’
길 위에서 태어나 길 위에서 자라고 길 위에서 생을 마감하는 길고양이의 진짜 이야기를 담은 다큐 영화 ‘고양이 춤'(2011). 길에 사는 고양이의 짠한 현실과 의외로 귀여운 매력으로 무서운 ‘도둑고양이’를 친근한 ‘길고양이’로 부를 수 있게 해주는, 길고양이에 대해 조금이라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다큐다.
길 위에서 치열하게, 나름의 인생을 살아가는 길고양이들은 고양이를 싫어하는 이들에게 미움을 받으며 그림자에 숨는다. 하지만 호의를 담은 관찰과 인내의 기다림에 길고양이들은 인간의 시선을 허락한다. 나타났다 순식간에 차 밑으로, 담 너머로 사라져버리는 길고양이의 사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적어도 내버려 둘 마음은 갖게 해준다.
# 버스로, 왕자로…애니메이션 속 고양이
고양이가 예상 밖의 존재가 된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도 고양이는 자주 등장하는 친근한 동물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이웃집 토토로'(1988) 주인공 토토로는 친칠라를 모델로 만들어진 캐릭터로 알려졌다. 더불어 고양이를 모델로 삼은 요괴도 등장한다. 바로 고양이 버스.
고양이 버스의 겉모습은 귀엽고 예쁜 고양이와는 거리가 있다. 무섭고 사납게 생긴데 가깝다. 하지만 ‘이웃집 토토로’의 주인공 자매를 엄마가 입원한 병원으로 데려다주는 고마운 교통수단이다. 몇 번 등장하지 않지만 존재감은 주인공 못지않다.
‘이웃집 토토로’와 마찬가지로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제작된 ‘고양이의 보은'(2002)’에는 고양이 나라가 등장한다. 어쩌다 고양이를 구해주고 고양이 왕국에 초대된 여고생의 모험을 그린 이 작품에서 고양이는 네 발로 걷다 두 발로 서서 사람처럼 인사하고, 옷도 입고, 물론 사람처럼 말도 한다. 주인공인 여고생 하루는 자신을 위기에서 구해준 핸섬한 고양이에게 얼굴을 붉히기도. ‘고양이가 인간처럼 말을 한다면’이라는 상상을 실현해 흥미롭다.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 / 사진=영화 ‘구구는 고양이다’ ‘고양이는 불러도 오지 않는다’ ‘고양이 춤’ ‘이웃집 토토로’ ‘고양이의 보은’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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