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아카데미 시상식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OscarsSoWhite’, 백인 일색 논란에 휩싸였던 아카데미가 올해는 총 여섯 명의 흑인 배우를 주조연상 후보에 올리며 역대 최다 흑인 배우 지명 기록을 썼다.
하지만 올해도 논란은 여전하다. 바로,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의 케이시 애플렉의 수상 여부다.
케이시 애플렉이 7년 전 영화 ‘아임 스틸 히어’를 연출하던 당시 여성 스태프에게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한 과거가 논란의 중심이다. 고소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케이시 애플렉은 여성 스태프를 “암소”라 칭하고 자신의 성관계 경험을 얘기하는가 하면, 다른 남성 스태프를 시켜 여성 스태프에게 성기를 보여주게 하는 등 성적으로 희롱하고 모욕을 줬다는 것. 당시 ‘아임 스틸 히어’ 주연이었던 호아킨 피닉스도 함께 언급되고 있어 논란은 더욱 뜨겁다. 케이시 애플렉은 고소인들과 합의를 통해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합의금은 알려지지 않았다.
논란은 ‘맨체스터 바이 더 씨’가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새삼 재조명받았다. 케이시 애플렉은 이번 영화에서 절제되면서도 깊은 진폭의 열연을 펼쳤다. 그는 ‘맨체스터 바이 더 씨’로 전미비평가협회, 뉴욕비평가협회 등 총 60여 개 시상식에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거나 상을 받았다.
밴 애플렉의 친동생으로도 유명한 케이시 애플렉은 영화 ‘오션서 트웰브’, ‘오션스 13’로 얼굴을 알렸고, 이후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을 통해 약 20여 개 영화제의 남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돼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인터스텔라’에서는 우주로 나간 아버지를 기다리는 아들 톰 역을 맡아 국내 관객들에게도 인지도를 높였다. 그는 이번 작품으로 데뷔 이래 거의 처음으로 주연으로서 주목받았다.
논란이 뜨겁자 케이시 애플렉의 수상 행보에도 제동이 걸렸다. 아카데미 시상식 전초전이라 불리는 미국배우조합상 시상식에서 ‘펜시즈’의 덴젤 워싱턴이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
배우와 자연인의 삶은 별개일 수도 있다. 국내에서 김민희를 둘러싼 평가가 뜨겁게 갈리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배우도, 연기도, 영화도 진공 상태에서 탄생할 순 없는 노릇이다. 그것이 우리가 훌륭한 작품을 만든 이들의 이면에 실망하는 이유다.
그간 아카데미는 미성년자 강간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피아니스트’ 로만 폴란스키에게 감독상을, 입양녀 딜런 패로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은 우디 앨런의 ‘블루 재스민’에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안겼다. 과연 올해 아카데미의 선택은 무엇일까. 89회 아카데미시상식은 26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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