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이쯤 되면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상 최악의 한해다. 89년 역사에 봉투 전달 실수라니. 아카데미 시상식이 웃지 못할 해프닝을 남기며 마무리됐다. 일부 수상자를 둘러싼 논란도 뜨겁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이 남긴 논란과 후폭풍을 정리해 봤다.
# 희대의 방송사고…’라라랜드’→’문라이트’ 작품상 번복
전 세계 영화인은 물론 시청자를 집단 혼돈에 빠트린 순간이었다. 작품상으로 호명된 ‘라라랜드’의 제작진의 수상소감까지 끝나고 훈훈하게 시상식이 끝나려던 차,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라라랜드’의 제작자가 “작품상은 ‘라라랜드’가 아닌 ‘문라이트’다”라고 밝힌 것. 뒤이어 작품상 시상자 워렌 비티 역시 “농담이 아니다”며 ‘문라이트’를 작품상으로 호명했다.
상황은 이러하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만약의 사고를 대비해 수상자 봉투를 2개씩 준비하는데, 여우주연상(‘라라랜드’-엠마 스톤) 수상 직후 또 다른 봉투가 작품상 큐시트로 전달된 것. 시상자 워렌 비티가 엠마 스톤의 이름을 보고 갸우뚱하는 사이 또 다른 시상자 페이 더너웨이가 ‘라라랜드’를 작품상으로 호명한 것.
‘문라이트’는 흑인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보수적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거둔 작품상이기에 그 의미가 남다르지만 웃지 못할 해프닝이 트로피의 의미보다 부각돼 아쉬울 따름이다.
# “배우는 연기만 잘하면?…성추문 논란 케이시 애플렉 남우주연상
남우주연상은 ‘맨체스터 바이 더 씨’의 케이시 애플렉이 받았다. 케이시 애플렉의 수상 여부를 놓고 미국 현지에서도 뜨거운 관심이 주목됐던 바.
논란의 중심은 케이시 애플렉의 과거 성추문 논란이다. 고소인 증언에 따르면 케이시 애플렉은 7년 전 영화 촬영 도중 남성 스태프를 시켜 여성 스태프에게 성기를 보여주게 하는 등 성적으로 희롱했다. 케이시 애플렉은 고소인들과 합의를 통해 사건을 마무리했다. 합의금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의 과거는 영화가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재점화됐는데 이 과정에서 영화의 제작자인 맷 데이먼과 당시 사건에 함께 연루된 배우 호아킨 피닉스에도 비난의 화살이 돌아갔다.
이날 케이시 애플렉은 수상소감으로 “나는 이 공동체의 일부인 것이 정말 자랑스럽다”(I’m really proud to be a part of this community)고 밝혀 비난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 “트럼프 때문에 나라 절단났다”…트럼프 향한 말말말
시작부터 트럼프를 향한 날선 비판도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해 “좌파 성향”이라고 밝히며 불참을 선언했다. 사회자 지미 키멜은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국가가 분열됐다. 이제 우리는 한데 모여야 한다”라는 말로 시상식을 시작했다.
지미 키멜은 “아카데미 시상식이 지난해 인종차별적이란 비판을 받았는데 올해는 아니다. 모두 도널드 트럼프 덕분이다”라는가 하면 트럼프가 과대평가됐다고 비하한 메릴 스트립을 가리키며 “과대평가된, 20번째 오스카 후보로 오른 배우가 오셨다”고 말해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비난 발언도 거셌다. 앞서 트럼프는 이란, 이라크 등 중동 7개국 국민에 대해 90일간 비자 발금을 금지시켰다.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로 2012년 이란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외국어상을 받은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은 ‘세일즈맨’으로 또 다시 외국어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감독은 대리 수상소감을 통해 “이 자리에 참석하면 우리 국민들에게 실례가 되는 것 같다. 우리 국가도 그간 인권의 희생양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는) 전 세계를 분리시키고 있다”고 보이콧 이유를 밝혔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아카데미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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