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조혜련 기자] 옛사랑을 떠올리며 모든 것을 눈 감은 줄 알았던 엄현경이 엄기준에게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엄현경의 강력한 한 방은 지성에게는 승리를, 엄기준에게는 패배를 안겼다. 그리고 ‘피고인’의 사이다 결말에 큰 몫을 했다.
21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최수진 최창환 극본, 조영광 정동윤 연출) 마지막 회에서는 차민호(엄기준)에 복수한 박정우(지성)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리고 이 같은 결말을 위한 초석에는 차민호의 첫사랑, 나연희(엄현경)의 배신이 있었다.
박정우는 차선호(엄기준)로 살고 있는 차민호의 민낯을 드러내기 위해 그의 주변 사람들을 포섭했다. 비서에게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받았고, 차민호의 오른팔 김석(오승훈)까지 회유했다. 뿐만 아니라 차선호의 아내이자 차민호의 옛사랑이었던 나연희를 만나 회유했다.
나연희는 앞서 차명그룹의 비밀문서를 빼돌려 검찰을 도왔던 바. 그로 인해 차민호와 차영운(장광) 회장은 싸웠고, 결정적으로 차영운 회장이 유명을 달리하게 됐다. 박정우는 나연희가 저를 도와줄 것이라 믿었지만, 나연희는 냉랭했다.
무엇보다 이들의 만남을 차민호가 지켜보고 있었다. 차민호는 사람을 써서 박정우와 나연희의 곁에 도청장치를 설치했고, 이들의 이야기까지 엿들었다.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박정우는 나연희를 회유하기 위해 애썼고, 나연희는 도울 수 없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결국 나연희는 박정우의 손을 들었다. 차민호와 제 아들과 셋이 외국으로 도피하기 위해 찾은 공항에서, 나연희는 차민호만 남겨두고 급하게 자리를 떴다. 비행기 표 발권 후 도망가는 나연희와 아들을 목격한 차민호는 이들을 쫓다가 박정우에게 잡히고 말았다.
나연희의 도움으로 차민호 체포에 성공한 검사 박정우. 특히 박정우는 차선호인 척 살고 있는 그를 향해 차선호가 아닌 ‘차선호를 죽인 차민호’라며 이름을 확실히 말했다. 형까지 죽이고 그인 척 살고 있는 차민호의 가면을 모두 벗겨낼, 차민호의 거짓 얼굴을 드러낼 마지막 퍼즐까지 맞췄다는 것. 속 시원한 박정우의 한 마디, 그런 박정우를 향해 핏발 선 눈으로 “박정우”라 외치는 차민호의 모습이 16회 동안 답답함을 토로했던 시청자의 등을 쳐준 듯했다.
마지막 회에서 나연희는 차민호를 배신한 이유로 제 아들을 꼽았다. 아들을 지키기 위한 큰 결심이었다. 결과적으로 나연희는 ‘피고인’ 사이다 결말의 큰 몫을 한 셈이다.
엄현경은 나연희 역을 맡아 시청자에 새로움을 안겼다. KBS2 ‘해피투게더’에 합류한 이후 ‘이상형은 잘생긴 남자’ ‘열심히 춤추지만 웃긴 언니’로 각인됐던 그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기울어버린 집안을 위해 제가 사랑하는 남자가 아닌 그의 쌍둥이 형과 결혼했고, 제 절친과 바람피우는 남편을 알면서도 모르는척했고, 무엇보다 남편을 죽인 그의 쌍둥이 동생이자 제 옛사랑을 알면서도 눈감아준 나연희. 나연희의 무섭지만 또 불쌍한 속내를 연기로 고스란히 보여줬다.
지금까지 모든 걸 꾹꾹 눌러 담고 살았던 듯, 커다란 한 방으로 시아버지이자 제 아버지의 원수인 차영운 회장을 죽음까지 인도했던 나연희. 결국엔 박정우의 편에 서서 제 남편으로 살고 있는 이가 진짜 남편이 아닌 쌍둥이 동생 차민호라는 것을 증명할 결정적인 증인이 됐다. 나연희의 배신으로 차민호는 지금까지 누려온 무소불위의 권력 아래로 떨어지게 됐고, ‘피고인’은 속 시원한 종영을 맞았다.
조혜련 기자 kuming@tvreport.co.kr/ 사진=SBS ‘피고인’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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